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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10) 저건 무슨 능력이지.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멍하고 뒤죽박죽이다. 파편이야. 파편을 심장에 박아 넣은 거야. 인형이 속삭인다. [ 까마귀의 고해 ] 2부 10장 경찰 “이봐. 빨리 나와 봐. 왔어! 경찰 놈들이 왔어.” 마을 남자 하나가 헬래벌떡 감옥에 뛰어든다. 이곳은 빛이 거의 없어 날이 밝지 않은 것 같다. 피곤이 채 가시지 않아 졸린 눈을 부빈다. 케이는 이미 모습을 감춘 듯했고 여자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아- 소리를 낸다. “케이. 넌 여기서 숨어 있어.” 그는 속삭인다. 말을 해 놓았지만 케이가 여기 있는지 확신은 없다. 삐그덕 거리는 몸을 끌고 감옥을 나선다. 촌장을 둘러싸고 몇 명의 남자들이 윽박지르고 있다. 경찰복을 입은 사내가 눈에 띈다. 기다랗고 녹이 까맣게 낀 쇠막대기를 들고 있..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9) 여자는 입을 조그맣게 오므려 소리를 낸다. 아마도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것뿐인 듯하다. “말을 못하나 봐. 오빠. 우리가 이름을 지어주자.”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 “엘이 좋겠어. 내가 케이니까.” [ 까마귀의 고해 ] 2부 9장 엘 “제발 도와주게. 그래도 이 마을에서 비도 피하고 음식도 먹지 않았는가.” 저녁 무렵,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오는 내내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촌장이 사색이 되어 말한다. ‘비는 감옥에서 피했고 먹을 건 내가 벌었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경찰 패거리라는 게 뭐 하는 것들인데 그렇게 벌벌 떠는 거요?” “약탈자들이야. 투기장에서 다섯인가 여섯인가를 죽인 두웡 이라는 동양놈이 있는데, 너무 잔인해서 아스카가 투기장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네...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8) “부하의 사소한 허물은 용서하라.” “그건 누구요?” “공자님 말씀이지. 고대 중국의 성인이라네.” “일본 출신이라면서?” “그건 성주가 착각한 걸세. 원래 주인은 나를 찐눈이라고 불렀지. 난 중국 인형이 맞아.” [ 까마귀의 고해 ] 2부 8장 두 번째 전투 감옥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눈이 떠진다.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은데 아침이 된 듯하다. 케이가 그의 등을 꼭 껴안고 잠들어 있다. 빗방울이 창가에 부딪혀 안쪽으로 조금씩 떨어진다. ‘오늘은 그림자 쇼를 할 수 없겠군.’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킨다. 케이가 움직임을 느끼고 졸린 눈을 비빈다. 몇 번인가 젖은기침을 한다. “어디 가, 오빠?” 입술이 하얗다. 기침이 심하다. 걱정된다. 그 전염병과 증상이 동일하다. 약을 몇 알이라도 가져왔더라..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7) “정말 무슨 신부님 같아.” “아이들이 웃는 곳에 희망이 있나니.” “이그- 또 성경 말씀이야?” “아니. 그건 내가 만든 말이야.” “와, 이제 별 걸 다하시네요.” [ 까마귀의 고해 ] 2부 7장 그림자 인형극 마을에 돌아오니 모처럼 환한 해가 떠오른다. 진회색 구름 사이의 핏빛 동그라미를 바라보며 이곳에도 해가 있기는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해를 둘러싼 구름의 위와 아래 면에 햇빛이 드리워 보라색과 자줏빛을 칠하는데, 잿빛 세상에 비치는 원색이 오히려 더 흉물스럽게 보인다. 그가 전투에서 승리해 받은 빵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가자 마을 사람들은 환호한다. 촌장이 반을 미리 싸매어 어디론가 가져갔지만, 남은 빵으로도 집 한 채에 하나씩은 돌아간다. 말린 과일도 들어 있었는데 며칠 만에 먹어보는 단..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6) 상대는 지쳤고 싸울 의지를 잃었다. 이제 포기할 상황을 만들어 주면 된다. 상대의 뒤에 타고 올라 목을 조른다. 귀에 대고 속삭인다. “탭을 쳐라.” [ 까마귀의 고해 ] 2부 6장 - 탱크 상대는 키가 2 미터에서 조금 모자란 듯하다. 덥수룩한 수염이 울퉁불퉁한 얼굴을 덮고 있어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을 더 강조시킨다. 키만 큰 게 아니라 온몸에 살이 가득해서 탱크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탱크가 상대의 눈을 바라본다. 그가 있는 쪽을 노려보는 듯하지만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깨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까닥거리는 게 겁을 주려는 모양새다. 그가 하는 것처럼 상대를 가늠하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버저가 울리고 시작해라- 하는 외침이 계단 위에서 들려온다. 탱크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에게 돌..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5) “근데 이름은 뭐로 하겠소?” “…갈가마귀.” 그는 잠시 생각하고 그의 코드명을 말한다. “날짐승이군. 빠르긴 하쇼? 이왕이면 좀 더 강해 보이는 걸로 하지그래. 독수리라던가.” “됐어. 원래대로가 좋아.” [ 까마귀의 고해 ] 2부 5장 투기장 촌장은 그를 데리고 해변의 마을에서 출발해 3㎞ 정도를 걸어 또 다른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다. 그냥 걸었으면 반만 걸어도 올 거리였는데 빙 돌아온 게 신경질이 난다. “왜 해변을 따라 쭉 오지 않은 거요? 싸울 힘도 없어 죽겠네.” “여긴 바다에서 뭐가 나와. 사흘 동안 헤맸다면 이상한 것들 많이 봤을 텐데?” “검은 사람들을 봤소.” “히치-키치야. 움직일 때 그런 소리가 나지. 안 볼 때만 움직여. 멀리서 봐서 다행이구만. 잡히면 그들처럼 된다네.” “거대한..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4) “이건 뭔지 아냐?” “뱀!” “뱀은 어디에나 있구나.” 꼬마가 웃음을 짓자 그는 안심한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땅에 던지라 하시니 그것이 뱀이 되었다.” [ 까마귀의 고해 ] 2부 4장 감옥 그는 감옥을 둘러본다. 흙을 파서 만든 조악한 공간이었지만 철컥- 하고 닫힌 문은 튼튼해 보인다. 거친 끈에 쓸린 손목을 비비적거리며 흐린 빛이 들어오는 조그만 창으로 밖을 내다본다. 창살은 없지만 몸을 빼내기에는 너무 좁다. 한 손을 밀어 넣어 빗방울을 모아 마신다. 갈증이 해결되니 허기가 진다. 오는 길에 이 부락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허기진 얼굴이었다. 아이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지만 젊은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케이?” 그는 혼잣말처럼 낮게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마을에 다다를 즈음 냄새가 떠..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3) “남자가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책임? 무슨 일?” 케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그로서는 사춘기의 여자애들을 알 수가 없다. “사람이 뭐 그 모양이야!” [ 까마귀의 고해 ] 2부 3장 검고 푸른 말 “이에엑!” 케이의 비명이 동굴에 메아리친다. 그는 튕겨 오르듯 침대에서 일어나 싸울 자세를 취한다. 피곤함에 절어 시력이 금방 돌아오지 않는다. 시야가 흐리다. 시트로 몸을 감싼 케이만 보인다. “뭐지?” “여자애가…” “여자애?” “응.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었어.” “여자애가?” “응.” “여자애는 너잖아.” “아냐. 좀 더 어린 애였는데.” 그는 동굴을 살폈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 봤지만 막혀있다. “잘못 봤겠지. 꿈이라도 꾼 거 아냐?” “그런가. 꿈이..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2) “아이고. 어떻게 된 곳이 이래.”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그것도 성경 말씀인가요?” “단테의 신곡이야.” “가지가지 하시네요.” [ 까마귀의 고해 ] 2부 2장 표류 “해변은 아직 멀었어요? 배고파 죽겠어요.” “그만 좀 징징대. 말하면 더 배고파져.” “자꾸 같은 장소를 돌고 있는 것 같은데? 개 코로 냄새 좀 맡아봐요.” “그게. 이상한 냄새가 나서…” 오후 내내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 때문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동물 사체의 썩은 악취 같기도 하고 암모니아 특유의 톡 쏘는 느낌도 있다. 어쨌든 여기서 헤매다간 바위 사이에서 시체가 될 게 뻔하니 처음 잡은 방향을 고집해서 걷는다. 그래도 지면은 점점 안정되고 있어 흐르는 바위에 끼어 죽을 염려는 없어졌다. .. 더보기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1) 어둠 속 깊숙이 뚫어보면서 오랫동안 나는 거기 서 있었지. 이상히 여기며, 두려워하며, 의심하며, 전엔 감히 꿈꾸지 못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을 꿈꾸면서. - 에드거 앨런 포 [까마귀의 고해] 2부 1장 지옥에서의 첫째 날 케이는 반쯤 괴물이 된 까마귀를 안고 검은 공간을 흐른다.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암흑이다. 그녀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를 꼭 붙잡는다. 그도 그녀를 붙잡지만 사뭇 다르다. 벌려진 입에서 침이 흐르고 거친 손길이 욕망을 향해 움직인다. 케이의 어깨끈을 찢어 내리고 허리를 강하게 당긴다. 그녀는 아픔에 신음한다. 다른 손이 허벅지를 따라 움직이다 그녀의 가장 부드러운 살에 손가락이 파고든다. 케이는 당황해서 그를 밀어내려 하지만 까마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