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드리

[최강의군단] 반 미터의 아이 5장 감정이 없어서 표정을 읽는 여자와, 귀가 안 들려서 입술을 읽는 남자. 이걸 말해주면 웃을지도 모른다. 따라가서 난 그녀의 귓가에 그걸 속삭인다. “웃기는 소리 그만하고 니 방탄복이나 잘 챙겨.” [ 반 미터의 아이 ] 5. 볼스로크 스트리트 “세상엔 죽어도 될 만한 사람도 많단다.” – 오드리 레아 벨로바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들린다. 윌슨은 누군가를 쐈다. 타깃은 죽었을까? 난 차가운 슈타이어에 바짝 붙어서 소음기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린 총알 하나 날아오는 일 없이 편하게 위치를 벗어난다. “이야, 너 정말 편한데. 이거 비싸게 먹히겠어.” 그녀의 표정이 밝다. “내 일은 끝났어. 넌 임무 중에 죽은 거로 할게. 거기 돌아가는 거보다 나은 데로 보내줄 거야. 야, 나도 큰 위험을 지는 거다... 더보기
[최강의군단] 흙투성이 파티 - 오드리 “내 건 스타킹도 명품이거든. 보면 알 거야. 아, 저분 스타킹이구나 하고 말야. 꼭 찾아내렴.” 그녀는 할 말만 하고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생수를 홀짝이며 맥을 기다린다. [ 흙투성이 파티 ] 아는 음악인데. 맥이 보던 영화였던 거 같아. 음악은 기억하지만,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에 대한 거라고, 명작이라고 맥은 영화평론가처럼 한참을 설명해 줬지만, 그녀에게는 그냥 맥과 함께 앉아 있는 세 시간일 뿐이었다. 파티장에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은은한 조명이 비친다.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도 하나둘 켜지고 있다. 맛있는 고기 굽는 냄새도 풍긴다. 화려하고 세련되고 배고픈 광경이다. 그래도 그녀는 파티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가 많고 표정도 많고 동시에 두세 사람이 떠들면 표정 읽는 작업을 .. 더보기
[최강의군단] 흙투성이 파티 - 맥 오싹하는 느낌이 뒷덜미를 스친다. 무드라고? 그녀는 저런 단어를 쓰는 여자가 아니다. 손을 살그머니 뻗어 양복 안주머니의 총을 찾는다. 아뿔싸… 총이 없다. [ 흙투성이 파티 ] “정말 예쁘군.” 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여긴 그의 아파트였고 막 파티에 가려고 슈트를 입고 나서는 참에 이 여자가 불쑥 들어와서 문간에서 마주쳐 버렸다. 뭐야, 파티에 가야 한다 할 때는 시큰둥하더니 드레스는 아주 본격적이잖아. 새하얀 미니 드레스에, 바랜 듯 하얀 금발이 잘 어울린다. 목걸이와 오른팔의 시계와 왼팔의 팔찌가 찰랑거리며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거린다. “명품이라 더 예쁜 건가? 머리에는 뭘 한 거야?” “미용실에 다녀왔지.” “뭐? 언제?” 30분 전에 슈스피를 끝내고 헤어졌는데? “요즘은 뭐든 초스피드로구만.” ..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13) “저격은 관뒀어.” “왜?” 그의 눈에 궁금증이 떠올랐다. 사격기술에 관한 한 그의 판단은 꽤 정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것도 할 만은 했는데 그거보다 더 잘 맞는 걸 찾아 주더라고. 돌격팀이야. 발로 문을 있는 힘껏 차고 들어가서 타탕 타탕 하는 거.”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13장 반년이 지났다. 그녀에게 있던 멍들은 옅어지더니 당시의 기억과 함께 사라졌다. 세 도시국가를 돌아다니며 벌였던 연쇄살인범의 행각은 일대 화제가 되었다. 기자 하나가 책을 출간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버렸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 뒷장에 사인 좀 해 봐. 정작 네 얘기는 별로 없지만.” “인터뷰한 적도 없는 녀석이야. 내용도 엉망이고.” “그래서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건가?” 맥이 무심한 표정..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12) “왜 이렇게…” “처음 본 날 있잖아. 당신이 웃는 걸 봤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녀의 눈에 물기가 번졌다. 눈에 물이 고이면 하품, 슬픔, 감동 중 하나. 이게 슬픔일까.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12장 “아이고 오늘은 늦게까지 일이 많은 날이네.” 의사가 안락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책상 쪽으로 몸을 숙인 채 일어나지도 않고 말했다. “급한 일이 있다고?”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요. 게다가-” 의사는 슥슥 뭔가를 쓴다. “정신을 차리면 손에 피가 묻어 있어요. 최근엔-” “약은 잘 먹고 있나?” 의사가 일어나 문가로 가며 말했다. 피 얘기를 해도 평온한 말투다. “잠시만 기다려요. 필요한 게 있어.” 그녀는 책상을 멍하니 보았다. 노트에 구불구불 엉망인 글자들이 보인다. 어라. ..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11) 그녀가 가끔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말할 때 입술의 움직임. 손의 동작. 모든 게 기억이 생생했다. 그리고 그 표정. 처음 만난 날의 단 한 번의 표정. 그게 시작이었다. 그것도 꾸민 거였을까. 마음이 아팠다.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11장 경관들이 시끌벅적하게 사무소를 들어 엎었다. 증거품이라고 냉장고를 통째로 끙끙 짊어지고 갔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한 보따리 싸가지고 돌아갔다. “멀리 가지는 마세요. 마담. 또 보고 싶어질 테니.” 루이스가 말했다. “전화기 항상 켜놓으셔야 합니다.” 클락이 말하고 둘이서 또 킬킬거리며 나갔다. 백에서 약을 꺼내 삼키며 문틈으로 보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구경 나와 있었다. 전에 골목에서 만난 여자아이가 빼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멀쩡했다. 사람들이 어느..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10) 형사들이 도착하자 사건의 전말을 얘기했다. 네. 그가 여기 자주 왔었어요. 글쎄요. 계속 찾아올 이유가 딱히 없었는데. 루이스와 클락을 닮은 두 형사가 교대로 질문을 했다. 확인해 보세요. 작년 재작년 살인이 발생한 시점에 그곳에 있었을 거에요.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10장 오전에 전화를 받고 시체안치소에 다녀왔다. 심하게 훼손된 시체를 보고 남편의 신원을 확인해 줬다. 머리와 손이 없지만 체형이 남편과 정확히 일치했다. 당연하게도 슬픔 따위 감정은 없었다. 더이상 맞지 않아도 되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소에 들어와 보니 우 형사가 사장 의자에 앉아 그녀가 들어오는 걸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은 먹을 걸 준비해 오지도 않았고 싱글거리며 웃는 표정도 아니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죠?” 마지막..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9)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더 진행하다간 큰일 나겠네.” 최면에서 덜 깨어난 채 일어나서 병원을 나섰다. 평소처럼 버스를 타지 않는다. 팔이 아픈지도 느끼지 못한 채 성큼성큼 걷는 그녀의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9장 “마음을 편하게 가라앉히고 숨을 천천히 쉬어요.” 의사는 커다란 책상 뒤편에서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마음은 항상 가라앉아 있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눈이 뻑뻑하고 의사의 형태가 울렁울렁거렸다.그가 기록해 놓은 노트와 처방전의 글자들도 구불구불하게 보였다. 소파에 누운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셋을 세면 한 단계씩 과거로 돌아가 보는 거야아. 깨어나세요. 하면 일어나는 거지이-” 그의 말도 늘어져 들린다. 증세..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8) “조금 전 아무것도 안 하고 5분 정도 앞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생각에 잠긴 건 줄 알았는데 눈동자가 움직이질 않던데요.” 이렇게 순간순간 시간을 잃기도 하는 거구나.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기는 해요. 남편 폭력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8장 맥은 오랜만에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이번 건 총을 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 걸리지도 않아서 아직 새벽인데 벌써 퇴근이다. 여러 명을 죽이고 나면 한 달은 술에 빠져 지내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한 명 당 일주일 분량의 알코올이 필요한 거지. 어둑어둑한 지하 주차장에 지프를 대고 걸어 나오는데 부와아앙 하는 차 소리가 덮쳤다. 뒤도 안 돌아 보고 냅다 앞으로 굴렀다.등이 뜨끔했다. 총이 캉 소.. 더보기
[최강의군단]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7) “옷이랑 신발. 여기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왜 이곳까지 오신 거죠?” “얘기가 좀 긴데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7장 잘린 머리를 어쩔까 생각하고 있는데 형사가 문을 두드렸다. 예상과는 달리 짧은 머리의 동양인이었다. 문을 열어주려 일어난 내 키와 비슷했다. 힐을 신었으니 10센티 정도 더 큰 거군. 뚱뚱하거나 근육질이거나 둘 중 하나인 형사들과는 달리 적당한 체형이다.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였다. 수염이 없어서인가. 동양인의 나이는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잭 부인 되십니까?” 물어보는 형사의 표정과 눈을 살폈다. 처음 봤을 때의 표정에서 이후의 기준이 맞춰진다. 초반이 중요하다. “전 부인이에요. 지난주에 이혼했어요.” “아 그렇군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