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원의숲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7) “시대가 바뀌고 있거든요. 당신은 이 숲만 바라보고 있으니 알 리가 없죠. 바르바토스가 죽었어요." - 뭐라고? 나도 모르게 숲의 목소리를 낸다. 나뭇잎이 푸드득 떨어져 흩어지고 새들이 날아오른다. “뭐라고? 그가 죽을 리가 없잖아.”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7) |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저 멀리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자연스럽지 않다. 봄의 산들바람도 여름의 폭풍을 알리는 습기 가득한 바람도 겨울의 북풍과도 다르다. 그런 것들보다는 작고 매우 빠르다. 그가 달려온다. 신들의 전령.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 소식이 필요할 때 나타나는 자. 우리들에게 좋은 소식이란 없으니. 항상, 슬프고 힘든 이야기를 가지고 달려오는 에르메스. 힘겹게 피어나는 나무의 눈을 매섭게 말려 죽이는 초봄의 날카..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6) 에르메스. 또 다른 신. 혹은 신들의 전령. 그를 불러 부탁한다. 그는 바람처럼 뛰어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남자가 숲으로 돌아온다. 신의 전령이 일을 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남자의 안색은 까맣다.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6) | 깍지 낀 손 2 계절이 수차례 지나간 봄의 숲에 또 다른 여자가 들어온다. 눈이 먼 여자가 숲에 들어올 때쯤의 나이. 나는 고민했지만 지치고 상처 입은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길을 열어준다. 부부는 그녀를 발견하고 통나무 집에 옮겨 먹이고 치료한다. 봄이 끝나고 사계절 중 해가 가장 길어질 무렵, 남자는 더 젊은 여자의 손을 잡고 한밤중에 숲을 떠난다. 난 막지 않는다. 혼자 남은 장님 여인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구슬프게 눈물을 흘린다. “여신님. 그이는 어디 ..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5) “…당신은 무척 아름답구료. 마치 여신처럼.” “그러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나도 도망쳐 왔소. 잘못을 좀 저질렀지. 여기 집이 있구료. 이곳에서 추위를 좀 피하겠소?” “그러시군요. 저는… 음…” “눈이 안 보이는군. 내가 안내하지.”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5) | 깍지 낀 손 - 여인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 눈물을 흘린다. 눈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숲도 함께 슬픔에 잠겼다. 한 사내가 도망치듯 숲으로 급히 뛰어들어온다. 나는 숲을 흔들어 겁을 줘 봤지만 소용이 없다. 그에게는 움직이는 나무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 듯하다. 허리춤에 있는 단도를 보고 그를 위한 길은 트지 않는다. 한동안 헤매다가 나가도록. 또 다른 여인이 반대편 경계로부터 들어온다. 그녀는 들어오는 내내 여기저기 부딪혀 ..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4) 나는 숲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눈을 떠 처음 숲의 천장을 보았고, 전나무 언덕에서 두 팔을 떼고 걸었다. 비록 세상 전부를 얻었지만, 나의 안식은 오직 그곳에서만 가능하리라.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4) | 나는 왕이로소이다 마른 숲에 눈이 걷히고 대지에는 새싹이 돋아난다. 눈과 비를 맞을 때 마다 통나무집은 조금씩 낡아간다. 남자가 떠나고 세 번째 가을을 맞을 즈음, 한 무리의 사내들이 숲의 경계에서 낙엽을 바스락거리며 비틀어 밟고는 소리지른다. “숲의 여신이시여-”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뭇잎들을 일순간 흔들어 온 사방에서 말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우수수거리고 사박거리고 웅웅거리고. 그들이 나에게 경외심을 갖도록 한다. “왕의 유언입니다.” 한 사내가 겁에 질려 창을 내..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3) - 또다시 떠나려 하는구나.이곳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더냐. 남자는 우뚝 서서 고민을 하더니 말한다. “다시 돌아올 겁니다. 아들들이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 나면요.” - 행운을 빈다. “하하. 여신님이 누군가에게 빌다니요.”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3) |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이가 제법 많은 듯 보였지만 어깨가 떡 벌어지고 아직은 허리도 꼿꼿한 장년의 남자가 숲의 경계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켠다. “숲이여! 내가 돌아왔노라! 이 나무들, 풀의 색깔도. 모두 생생하구나. 어쩌면 이리도 변하지 않는지!” 나는 그가 걸어오는 걸 본다. 환영하는 듯이 나뭇가지를 열어 문을 만든다. 그는 숲을 똑바로 걸어 들어와 그가 살았던 오두막을 둘러본다. “아. 떠났을 때 그대로 남아있었네.” 남자는 탄식을 한다..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2) 청년은 눈을 위로 뜨고 잠시 생각하다가 어머니의 무덤을 바라본다. 얼굴엔 굳은 의지가 가득하다. “언젠가 제가 할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게요. 제가 세상에서 불릴 이름은 필론이래요.” - 필론. “여신님의 이름은 뭐에요?” - 미리어드.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2) | 나는 왕이로소이다 청년은 무덤에 꽃을 뿌린다. 눈물은 벌써 말랐고 등에는 조잡한 천으로 만든 봇 짐을 두르고 있다. “신록의 여신님이시여.” 청년은 고개를 들어 나를 부른다. - 아이야. 떠날 생각이로구나. “네. 할 일이 많거든요. 왕이 되어야 해요."- 그냥 여기서 지내면 어떻겠니? 청년은 눈을 위로 뜨고 잠시 생각하다가 어머니의 무덤을 바라본다. 얼굴엔 굳은 의지가 가득하다. “언젠가 제가 할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게요...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1) “전 이 숲이 좋아요. 어머니.” 한 번이지만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아본다.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넌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아이야.” “알아요. 꼭 그렇게 될 거에요.”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1) | 나는 왕이로소이다 한 여자가 급히 숲으로 뛰어들어온다. 이곳에 대한 겁이나 주저함이 없어 오히려 내가 당황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 여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 여기저기에 피를 흘리고 있다. 어떻게 되돌려 보내지- 했는데, 품이 큰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불룩한 배를 본다. 어쩔 수 없이 나뭇가지를 움직여 숲의 길을 열어준다. 여자는 배를 쓰다듬으며 높다란 느티나무에 기대 숨을 고른다. 금세 숲 경계에서 쇳소리와 함께 고함이 들린다. 만삭의 여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두..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오누 (4) “진작 이곳으로 돌아올 걸 그랬어... 난 당신을 원망했어요.” 여인은 늙은 오누에게 다가가 밭이랑처럼 거친 뺨에 손을 댔다. 노파의 눈물이 샘처럼 솟아나 여인의 손을 따라 흘렀다. [ 영원의 숲 ] 오누 (4) (완결) 수십 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인간이 숲의 경계에서 길을 잃거나 실수로 넘어간 적은 있었지만 감히 숲 안으로 들어갈 만큼 용감한 자는 없었다. 숲은 그대로 였다. 씨앗은 대지에 뿌리를 내린 채 천천히 줄기를 뻗어 올렸고 하늘을 향해 크게 가지를 벌려 빛을 머금을 준비를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숲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져 덩굴이 바닥을 덮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의 숲은 고요하게 한산했고 청녹색 잎도 줄어들었다. 인간의 발걸음이 오랜만에 숲의 경계에 닿았다. 아이도, 젊은이의 ..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오누 (3) “참. 그리구요. 여신님의 이름을 지어 봤어요.”- 뭔데? “‘미리어드’에요.” - 왜 그렇게 지었니? “제가 무한한 수에 붙인 단어에요. 당신은 변하지 않는 존재니까요. [ 영원의 숲 ] 오누 (3) 일 년이 흘렀다. 오누는 그해의 여름만큼 키가 훌쩍 자랐고 그 겨울 눈보라처럼 어두운 낯빛을 한 채 숲으로 향했다. 숫자를 헤아릴 때 아이의 눈에서 반짝이던 빛은 회색으로 침잠해 있었다. -생각보다 금방 왔구나? 해가 한번 바뀌었는데.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여신님.” - 아이가 생기지 않니? “네. 아이가 없으면 저는 거기서 잘 살 수 없어요. 가능한 남자아이여야 하구요.” - 아이를 낳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생명의 여신이라던데요. 빌면 아기를 갖게 해 준다면서요. 제 뱃속에 생.. 더보기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오누 (2) -이걸 줄게. 머리에 꽂으면 예쁠 거야. 여인은 잎이 작은 꽃을 건넸다. 오누는 그걸 받았지만 머리에 꽂지는 않았다. “고마워요. 이름이 뭐에요 여신님?” -난 이름같은 건 없는데.“그럴 리가요.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어요.” [ 영원의 숲 ] 오누 (2) 여름은 숲의 초록색을 갖고 떠났다가 폭풍과 함께 돌아왔다. 오누에게 몇 번의 여름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어머니는 언니가 몇 년 전에 입었던 고운 명주옷을 꺼냈다. 빨간 선이 군데군데 들어가 오래 전에는 - 아마도 할머니의 할머니가 입었을 즈음 - 선명하게 아름다웠겠지만 지금은 군데군데 헤지고 빛이 바래 있었다. 그래도 그게 오누의 집에서 가장 좋은 옷이었다. “이제 아주 멀리 떨어져서 살겠구나.” 들떠있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마음 아파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