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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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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슨 신부님 같아.”
“아이들이 웃는 곳에 희망이 있나니.”
“이그- 또 성경 말씀이야?”
“아니. 그건 내가 만든 말이야.”
“와, 이제 별 걸 다하시네요.”




[ 까마귀의 고해 ]


2부 7장 그림자 인형극


마을에 돌아오니 모처럼 환한 해가 떠오른다. 

진회색 구름 사이의 핏빛 동그라미를 바라보며 이곳에도 해가 있기는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해를 둘러싼 구름의 위와 아래 면에 햇빛이 드리워 보라색과 자줏빛을 칠하는데, 잿빛 세상에 비치는 원색이 오히려 더 흉물스럽게 보인다.


그가 전투에서 승리해 받은 빵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가자 마을 사람들은 환호한다. 

촌장이 반을 미리 싸매어 어디론가 가져갔지만, 남은 빵으로도 집 한 채에 하나씩은 돌아간다. 


말린 과일도 들어 있었는데 며칠 만에 먹어보는 단 음식이 이렇게 침을 많이 나오게 하는지 처음 알았다. 

몇 달 만에 과일을 처음 본 여기 사람들은 더했다. 

작은 빵 조각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하다니. 


여기서는 음식이 그가 훔치던 '생명을 구하는 약'과 같은 거였다. 

음식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딘가 배를 통해 갈 수 있는, 빵을 만드는 섬이나 대륙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빵조각을 꼬옥 쥐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재잘거리며 우물거리는 아이들을 세워놓고 붉은 햇살을 받은 그림자 동물들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옷은 대개는 가죽이나 가공이 덜 된 천으로 된 것들이지만 가끔 그 자신의 세상에서 보았을 법한 세븐-업 프린트 티셔츠도 있었고 그가 처음 보는 소재로 된 옷을 입은 아이도 있다. 

심지어 그의 서점- 고서적 코너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동양의 전통 복식을 입고 있는 남자애도 보인다.


이번엔 기린 같은 건 빼고 어느 세상에나 있을 만한 것들을 고른다. 

수북한 털을 일부러 더 키우고 뭉클뭉클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양! 하고 소리친다. 

코끼리의 경우에 표현은 더 쉬웠지만 이번엔 반만 맞춘다.


“포인트를 잘 잡네, 오빠.” 


귓가에 그녀의 음성만 들려온다. 

그는 품 안에 넣어 뒀던 그녀 몫의 과일과 빵을 살짝 건넨다. 

아이들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빵이 사라지자 더 커다란 박수를 보낸다. 


감옥을 지키던 젊은 간수도 슬금슬금 와서 구경하기 시작하고 어른들까지 모여들 기미가 보인다. 

촌장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다.


“이봐. 음식을 다 나눠주면 어떡해?”
“무슨 상관이오. 내 맘이지.”
“그래도 여긴 내 마을이란 말이요. 이렇게 하면 운영이 안 되잖소.”
“몰래 먹지나 마시오.” 


그의 말에 촌장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는 그림자 동물을 만드는 걸 그만두기로 한다.


“여기까지다, 얘들아.”
“더 보여주세요. 더요. 호랑이두요.” 

“사자!” 

“독수리”
“고블린이랑 그리폰두요, 트롤두!” 


한 아이는 그가 모르는 동물을 말한다. 

저 녀석은 어디서 온 걸까-생각하며 손바닥을 교차해서 머리가 큰 새의 날갯짓을 보여준다.


“이게 마지막이야. 내일 다시 해 줄게.”
“그 새는 뭐에요?”
“갈가마귀야.”

“못생겼어요.” 

“까매요.” 

“무서워요.” 


아이들은 여전히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 

케이의 조그만 웃음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그는 촌장을 따라가 말한다. 


“내가 지낼 만한 집은 없소?”
“집을 지어야 있지.”
“전사에 대한 예우가 없구만.”
“감옥은 있는데.”


비라도 피할 수 있는 게 어딘가- 생각하며 이번엔 제 발로 감옥에 걸어 들어간다. 
등을 기대어 앉는데, 간수 녀석이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이봐, 왜 잠그나?”
“어, 미안해요. 습관이 되어 놔서.” 


간수는 황급히 문을 연다. 


“이겼다면서요? 마법을 썼어요?”
“조금.”
“나한테도 가르쳐 주면 안 돼요?”
“안 돼.”
“개새끼.” 


그러더니 얼굴을 꼭 싸안고 후다닥 감옥을 튀어 나가 도망간다. 

가르쳐 줄 수 있는 능력도 아니고 가능하다 해도 또 하나의 악귀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케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버릇없는 아이네. 이해해, 오빠. 저 나이 때는 철이 없어.”
“너랑 비슷한 나이인 거 같은데.”
“에이, 난 정신연령이 뛰어나잖아. 눈은 안 아파?” 


그녀는 그의 멍든 눈가를 쓰다듬는다.


“아프지.”
“다른 데는? 많이 맞았어?” 


그녀는 그의 몸 이곳저곳을 살핀다. 


“이거 한 방뿐이야. 그것도 실수였어.”
“오빠 아픈 건 싫어.”
“덕분에 애들이 좋아하잖아.”
“정말 무슨 신부님 같아.”
“아이들이 웃는 곳에 희망이 있나니.”
“이그- 또 성경 말씀이야?”
“아니. 그건 내가 만든 말이야.”
“와, 이제 별 걸 다하시네요.”


많이 먹지 못하고 있는 데다 몸을 많이 움직였더니 피곤하다. 

조잘거리는 케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곤히 잠에 빠져든다. 


케이는 그를 자신의 무릎에 기울여 눕히고 눈의 멍을 쓰다듬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기도 한다. 

지쳐 잠든 얼굴을 가만히 만지다가 몸을 숙여 그의 입술에 조용히 입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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