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들이 도착하자 사건의 전말을 얘기했다.
네. 그가 여기 자주 왔었어요.
글쎄요.
계속 찾아올 이유가 딱히 없었는데.
루이스와 클락을 닮은 두 형사가 교대로 질문을 했다.
확인해 보세요.
작년 재작년 살인이 발생한 시점에 그곳에 있었을 거에요.
[ 그녀가 세상을 보는 법 ]
10장
오전에 전화를 받고 시체안치소에 다녀왔다.
심하게 훼손된 시체를 보고 남편의 신원을 확인해 줬다.
머리와 손이 없지만 체형이 남편과 정확히 일치했다.
당연하게도 슬픔 따위 감정은 없었다.
더이상 맞지 않아도 되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소에 들어와 보니 우 형사가 사장 의자에 앉아 그녀가 들어오는 걸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은 먹을 걸 준비해 오지도 않았고 싱글거리며 웃는 표정도 아니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죠?”
마지막 올리는 음성이 짧고 올라가는 게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시체안치소에요. 남편이 죽었거든요.”
“좀 전에 이쪽 형사들에게 들었습니다. 이 약들은 뭔가요?”
책상 위에 알약이 몇 개 흩어져 있다.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인데요.”
“거짓말 말아요. 처방전은 어디 있는데요?”
“모르겠어요. 어디 둔 거 같은데.”
“기억해봐요. 찾아낼 테니.”
그는 일어나서 서랍을 열고 다니면서 말을 이었다.
“입국 기록을 봤는데, 연쇄 살인이 있던 곳에 남편과 항상 같이 계셨더군요.”
“맞아요.”
“왜 저번에 말 안 하셨습니까?”
“물어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씨익 웃었다.
눈이 웃지 않는 꾸미는 웃음.
저 남자도 똑같다.
문득 그가 떠들었던 얘기 중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형사님이 이 도시에 온 후 살인이 시작됐죠. 첫 살인이 발생한 도시에는 물론 계셨을 거고. 작년 블랙시티에도 그 시점에 있었다고 했죠.”
“수사 때문에 갔었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날짜가 빨라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계셨잖아요.”
뒷목이 싸늘해졌다.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은 남들보다 강하다.
소파 옆에 두었던 백을 끌어당겼다.
형사는 책상이며 테이블이며 이곳 저곳 들추고 다니다가 웃기는 소리 그만 하세요- 하면서 냉장고 앞으로 갔다.
그는 냉장실 문을 열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머리.”
“네?”
“머…머리가 있어.”
“이상하네. 냉동실에 넣었을 텐데.”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형사의 얼굴이 경악에서 무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가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총을 꺼냈다.
동시에 그녀도 백에서 손을 빼서 총을 들어 올렸다.
“총까지 들고 다니는군.”
형사가 눈을 새뜨고 노려보았다.
“위험한 세상이니까.”
“총 내려놔.”
“그러면 쏘려고? 당신이 머리를 넣었지? 여기 들락 달락 하는 건 당신뿐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건 슬픈 표정이다.
뭐가 슬플까.
이 상황에서.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아까 남편의 신원을 확인해 주었던 형사의 번호를 통화 목록에서 한 번에 눌렀다.
시선은 계속 그에게 두었다.
“뭐 하는 거야?”
그의 말을 무시하고 통화를 했다.
일부러 급박한 목소리를 내며 살려달라고 주소를 불러줬다.
그의 표정이 다시 한번 변했다.
의혹.
통화가 끝나자 그는 총구를 겨눈 채 문가로 조금씩 이동했다.
왼손을 뒤로 빼서 손잡이를 돌리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인기척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역시 남편의 머리가 새로 추가되어 있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창문 틈으로 경찰차가 멈추는 걸 보고 서둘러 총을 공조실 박스에 숨겼다.
사장 머리는 비닐에서 빼서 냉장실로 옮겼다.
남편 머리와 나란히 잘 어울렸다.
외롭지 않겠네. 잭.
형사들이 도착하자 사건의 전말을 얘기했다.
네. 그가 여기 자주 왔었어요.
글쎄요.
계속 찾아올 이유가 딱히 없었는데.
루이스와 클락을 닮은 두 형사가 교대로 질문을 했다.
확인해 보세요.
작년 재작년 살인이 발생한 시점에 그곳에 있었을 거에요.
“남편까지 잃으셨는데 많이 놀라셨겠어요 마담.”
루이스가 말했다.
“그 동양인 형사 녀석 처음부터 수상했었지.”
클락이 말했다.
“그래. 형사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운데.”
루이스가 받았다.
“빨리 찾아서 잡아넣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담.”
“그래 이렇게 예쁜 분이 마음 고생하면 안 되지. 안 그래?”
“여. 또 껄떡대는구만.”
둘이 낄낄거리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