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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오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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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줄게. 머리에 꽂으면 예쁠 거야.


여인은 잎이 작은 꽃을 건넸다. 

오누는 그걸 받았지만 머리에 꽂지는 않았다.


“고마워요. 이름이 뭐에요 여신님?”
-난 이름같은 건 없는데.

“그럴 리가요.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어요.”






[ 영원의 숲 ]


오누 (2)


여름은 숲의 초록색을 갖고 떠났다가 폭풍과 함께 돌아왔다. 

오누에게 몇 번의 여름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어머니는 언니가 몇 년 전에 입었던 고운 명주옷을 꺼냈다. 

빨간 선이 군데군데 들어가 오래 전에는 

- 아마도 할머니의 할머니가 입었을 즈음 - 

선명하게 아름다웠겠지만 지금은 군데군데 헤지고 빛이 바래 있었다. 


그래도 그게 오누의 집에서 가장 좋은 옷이었다.


“이제 아주 멀리 떨어져서 살겠구나.” 


들떠있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마음 아파했다. 


“넌 똑똑한 아이니까 낯선 곳에서도 잘 살게야.”


오누는 옷을 주섬주섬 걸쳐입고 시냇물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그녀 혼자서 만들어 낸 공식들이 물과 함께 흘러갔다. 

흔들거리는 그녀의 잔상이 냇가를 붉게 물들였다. 


시집가서 먼저 죽은 언니와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걷다보니 숲의 경계까지 와버렸다.


‘언젠가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는데.’ 


오누는 그때 생각이 아련했다. 


‘누군가를 만났던 것 같아’ 


숲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금기 사항이 있었지만 이제는 마을 사람들이 안다고 해도 혼날 일은 없게 되었다. 

내일이면 저 먼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의 처로 들어가니까. 

그것도 세 번째인가 네 번째 계집으로.


사박사박 풀을 밟으며 숲길을 걷다가 커다란 떡갈나무 둥치 앞에서 적분 공식을 발견했다. 

오래전 자신이 써놓았던 수식은 조악했다. 

저 기호는 10살 때쯤 시그마로 바꿨었지. 

그 후에도 많은 걸 찾아냈지만 그걸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은 없었다. 

도시로 가면 그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랜만이구나 얘야


숲 전체가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예쁜 여자였는데. 

그녀를 본 걸 비밀로 하라고 했었어. 


-약속을 지켰더구나.
“네. 실은 잊어버렸던 거 같아요.”


-고운 옷이네.
“내일 시집가요.”


-그래.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이란 걸 하더구나
“사랑하지는 않아요. 얼굴도 한 번 밖에 못 본 걸요.”


오누는 시무룩했다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새로운 걸 많이 볼 거에요. 도시는 신기한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대요.”
-멀리 떠나는 거니?


“네. 아주 멀리요. 이곳엔 다신 오지 못할 거에요.”
-그래. 어디로 가든 행복을 빌어 주마.


“여신님. 왜 여신님이 신이면서 신에게 비는 건가요?”


여인은 웃었다.


-나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을 테니까. 나의 신에게 비는 거지
“그렇군요. 종속 관계가 하나 더 이어져 있는 거군요.”


오누는 손뼉를 짝 치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한 번 더 모습을 보여주세요.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잠시 후 여인이 안개를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다. 

덩굴을 몸에 감고 이파리들을 떨어뜨리며 걸어나온다. 

오래전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매끄러운 얼굴과 빛이 흐르는 듯한 연한 금색의 머리카락 길이도 똑같다. 

공허해 보이는 눈만이 그녀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참으로 그대로예요. 여신님은.”
-이제 숫자 놀이는 하지 않니?


떡갈나무의 공식을 가리키며 여인이 물었다.


“귀족과 결혼하면 배워야 할 게 많대요. 

예의범절이나 교양이나 노예들을 부리는 거 뭐 그런 것들로 바쁠 거 같아요. 

더 예뻐보이는 화장이라던가 그런 것도 해야 해요.”


-그래. 언젠가 다시 부모님을 보러 오게 되면 숲에 들리렴.
“그럴게요.” 


오누는 뭐 다시 오겠어- 라고 생각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걸 줄게. 머리에 꽂으면 예쁠 거야.


여인은 잎이 작은 꽃을 건넸다. 

오누는 그걸 받았지만 머리에 꽂지는 않았다.


“고마워요. 이름이 뭐에요 여신님?”
-난 이름같은 건 없는데.

“그럴 리가요.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어요.”


오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숲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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