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도 갈가마귀는 날아가지 않고
여전히 앉아 있었네.
나의 침실문 바로 위 창백한 흉상 위에
여전히 앉아 있었네.
두 눈에 꿈꾸는 악마의 온갖 표정을 담고…
- 에드거 앨런 포
[ 까마귀의 고해 ]
1부 1장 고해 (1)
“용서하소서. 저는 분노했습니다.
예의 없는 청년들에게,
스스로의 일을 다 하지 않는 이들을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질투했습니다.
젊은 여자들에게 다가가는 그들의 남자들을 미워했습니다.
또한, 관음 했습니다.
치마 아래의 다리에, 그 안의 엉덩이를 상상했습니다.
저는 죄를 저질렀습니…”
“이보쇼. 그래서 뭘 했다는 거요?”
신부는 기어코 말을 끊는다.
“음, 방금 말씀드렸는데요. 화내고 질투하고 쳐다보고…”
“소리를 질렀소? 그들을 때리거나 만졌소?”
“아뇨,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고, 도대체 당신은 여기 왜 오는 거요?”
“왜 오냐뇨. 죄를 저질렀으니 주님의 사함을 받아야 일주일을 버티지 않겠습니까, 신부님?”
“뭔가 진짜로 일을 저지르면 오쇼. 요즘 같은 세상에 별사람 다 보겠네. 바빠 죽겠는데.”
“저는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신부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고해실을 나가버린다.
“악귀가 되어 버리거든요.”
성당을 나온 그는 지금 당장 폐차해야 할 것만 같은 고물 비틀에 올라탄다.
검은색 슈트 소맷자락에 달려있는 단추가 차 문 끝에 걸려 옷이 늘어진다.
이래서 격식을 차리는 옷은 불편하다.
포켓에 꽂은 손수건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고 소맷자락의 그림자가 팔 그림자와 겹쳐서 구별이 어려워진다.
이러면 능력을 사용하는데 애를 먹는다.
‘쓸데없는 건 몸에서 다 떼어내.’
S가 당부했었다.
그녀 역시 짧은 머리를 비니로 감추고 좋아하는 목걸이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도 절대 착용하지 않았다.
길건 짧건 치마는 질색했고 몸에 꼭 맞는 가죽옷만 입었다.
S라는 이름은 그림자 능력을 대표하는 인물이었기에 회사의 규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다.
'섀도(Shadow)'의 S.
그녀가 죽고 나서 유일하게 남은 그림자 능력자인 그에게 그 이름(S)이 넘어갔지만, 매우 불길한 이름처럼 느껴졌다.
그녀 역시 그 이름을 무척 싫어했다.
‘사탄의 S일지도 몰라.’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S와 그의 관계는 어떻게 봐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스승과 제자 관계라 하기엔 친밀했고, 친구 역시 아니었고, 연인이라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욕정은 피에 대한 갈망만큼 위험해.’
그녀를 만지려 할 때마다 S는 말했다.
‘그림자가 길어진단 말이야.’
둘은 사람의 피부와 온기를 그토록 그리워하면서도 포옹조차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을 설명하려면, 멸종 직전인 최후의 두 개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하루에 한 번씩 서로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면서,
아직 미치지 않은 것을 보고 아직 하루는 더 살 수 있겠구나-
존재만으로 위안을 삼는 그런 관계.
▶ [세계관] 까마귀의 고해 1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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