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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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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떻게 된 곳이 이래.”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그것도 성경 말씀인가요?”
“단테의 신곡이야.”
“가지가지 하시네요.





[ 까마귀의 고해 ]


2부 2장 표류


해변은 아직 멀었어요? 배고파 죽겠어요.”
“그만 좀 징징대. 말하면 더 배고파져.”
“자꾸 같은 장소를 돌고 있는 것 같은데? 개 코로 냄새 좀 맡아봐요.”
“그게. 이상한 냄새가 나서…”


오후 내내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 때문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동물 사체의 썩은 악취 같기도 하고 암모니아 특유의 톡 쏘는 느낌도 있다. 


어쨌든 여기서 헤매다간 바위 사이에서 시체가 될 게 뻔하니 처음 잡은 방향을 고집해서 걷는다. 

그래도 지면은 점점 안정되고 있어 흐르는 바위에 끼어 죽을 염려는 없어졌다. 

옆에서 여자애가 하루 종일 배고프다고 앵앵대는 걸 빼면 괜찮다.


“사람이에요.” 


케이가 먼저 발견하고 속삭인다. 

검은 인간의 형체가 멀리까지 주욱 늘어서 있다. 


그는 케이의 손을 잡아 걸음을 멈춘 후 그들을 살핀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자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아냐.” 


그는 말하면서 다시 케이의 손을 당겨 걷는다.


“사람같이 생겼는데요?”


가까이 가서 보니 사람보다 좀 더 큰 형체들이다. 

그의 키를 넘는 것도 몇 개 보인다. 


각자 다른 동작으로 굳어 있다. 

한 다리로 서서 두 팔을 들고 있는 형상, 

바닥을 기는 형상, 

서로 뒤엉켜있는 군중들도 보인다. 

검은색의 재질에 얼굴 형태도 있는데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소리 없는 비명.

케이가 만지려고 손을 뻗는다. 

그는 팔을 잡아 제지한다. 

느낌이 좋지 않다. 


시야에 움직임이 있다. 

아주 작은 거였는데. 

전체를 둘러본다. 

조금 다르다. 

조금 전과는 다르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알아챈다. 

그들 중 하나의 얼굴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까만 공간만 남은 두 눈과 턱 뼈가 나갈 정도로 열린 입이 정확히 보인다. 

아까는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녀석이다.


“저기, 오빠. 얘네들 살아있는 거 같아요.” 


이 애도 눈치가 빠르다.


“빠져나가자.”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고개를 휘휘 젓는다. 

볼 때는 정지해 있던 것들이 다시 바라보면 어느샌가 성큼 다가와서 노려본다. 

지금은 대부분의 얼굴이 이쪽을 향해 있다. 


그들의 찢어진 턱에서 비명이 새어 나온다. 

키이. 키. 덜커덕. 삐걱하는 소리가 들린다. 

녹슨 기계장치에서 나는 것 같은 키득 끼득 하는 말을 한다. 


등에 그들의 팔이 닿는다. 

뒤를 돌아보면 팔이 멈추지만 또다시 등 쪽에 다른 팔이 와 닿는다. 

점점 많은 손과 얼굴에 둘러싸인다. 


검은 피부의 촉감이 벨벳처럼 문들문들하다. 

외곽선이 흐리고 겹쳐지면 번진다. 

이들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뭔가와 닮았다.


움직일 공간이 점점 좁아진다. 

키이이. 키. 꺄악. 

그들과 케이의 비명이 섞인다. 


그는 그림자들을 밀어 던진다. 

그들의 팔 위에, 다리 위에 드리운 그림자를 찾을 필요도 없다. 

이들은 그림자 그 자체이다. 


보는 그대로 붙잡아 쭉 밀어 던진다. 

그림자의 선을 찾기 위해 집중할 필요도 없다. 

눈이 닿는 몇 마리를 밀어 던지자 공간이 생긴다. 


그는 케이의 손을 잡고 달린다. 

키이 하는 소리가 쫓아오면 고개를 돌린다. 

우뚝 멈춰 서는 그들을 볼링의 핀에 던지듯이 뒤쪽의 동족들에게 날린다. 

뒤쫓는 녀석들이 더 없는 걸 확인한 후 헉헉대며 멈춰 선다.


“아이고, 무서웠어요.”
“긴장 풀지 마. 아직 안 끝났어.” 


그는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냄새가 더 독해졌어.”
“아, 버섯이에요. 저기-”
“안 보이는데.”
“노안이 와서 그래요.”


좀 더 걸어가자 케이 말대로 뿌연 안개 너머에 버섯의 형체가 드러난다. 

너무 크다. 

어떤 건 사람만 하다. 

칙칙한 갈색 포자가 옅은 베이지색의 뿌리를 덮고 있다.


“먹을 생각은 하지 마.”
“저도 냄새 맡을 줄은 안다구요.”


냄새. 

다른 냄새가 있는데. 

썩은 고기 냄새. 

버섯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하늘 쪽이다. 


그는 긴장해서 몸을 움츠린다. 

콰직. 

까만 기둥이 그들의 바로 옆의 버섯에 푹 박힌다. 

여러 결절의 마디로 되어 있고 단단한 털이 숭숭 나 있다. 


곤충의 다리다. 

이게 다리면 전체 크기는, 이빨 길이는 어느 정도일까- 

상상하기도 두렵다.  


케이를 안고 곧추서서 공간을 좁힌다. 

우측 앞으로 다리가 하나 더 박힌다. 

그림자를 느끼고 움직이는 개수를 센다. 


8개다. 

거미다. 

그것도 아주 큰 거미. 

움직임이 느리다. 

그들을 찾아서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그들은 버섯 사이에 웅크리고 숨는다. 

그림자가 드리울 때만 몸을 피하면서 나머지 6개의 다리를 지나쳐 보낸다. 

다리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더니 쓰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멀어져 간다. 


버섯 숲 너머로 다리가 엄청나게 많은 지네 모양의 괴물이 고개를 쳐드는 게 보인다. 

다리가 8개, 솟아난 거대한 검은 젤라틴 덩어리가 튀어 오르더니 지네의 몸뚱어리로 떨어져 내린다. 

냄새나는 지옥의 창조물들이 뒤엉켜 구른다. 


거미의 다리가 파고든 지네의 마디에서 초록색 액체가 뿜어 나온다. 

지네의 입이 쓸고 간 거미의 껍질은 녹아내린다. 

한번 튕겨 올라갈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버섯의 포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독과 썩은 냄새와 칙칙한 습지의 냄새가 뒤엉킨다. 

그들은 코를 막고 버섯의 숲을 빠져나온다.
케이가 헉헉거린다.


“아이고. 어떻게 된 곳이 이래.”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그것도 성경 말씀인가요?”
“단테의 신곡이야.”
“가지가지 하시네요. 아유 놀래서 뛰어다녔더니 이제 움직이지도 못하겠… 어라?” 


말을 하다 뭔가를 보았는지 촐랑 어디론가 뛰어간다. 

그녀가 눈이 더 좋아서 위험하다. 

그는 서둘러 따라간다.


“여기 침대가 있어요. 좀 자야겠어.”


그녀의 말대로 바위 언덕 아래에 동굴이 있고 그 안에 하얀 침대가 있다. 

좀 살펴보고 어쩌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털썩 몸을 던진다. 

시트를 끌어올리더니 금세 눈을 감고 곯아떨어진다. 


입술이 하얗게 뜬 걸 보니 물이라도 필요해 보인다. 

이런 곳에 침대가 덩그러니 있는 게 어색하다. 

또 뭔가 괴물의 함정일지도 몰라. 

긴장하고 주위를 살피고 냄새를 맡고 그림자를 찾는다.  


아무것도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는다. 

잠든 케이의 옆에 걸터앉는다. 

어디서 먹을 걸 구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그만 잠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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