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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1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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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 정도의 피를 보고도 진정을 못 하는군. 

십 년 넘게 노력한 것이 모두 허사였던 건가.’


절망적이다. 

갈가마귀는 언젠가 악귀가 될 것이다. 





[ 까마귀의 고해 ]


1부 3장 발각 (2)


그는 몸을 180도 회전시킨다. 

피오나의 팔 그림자를 꺾어 통화 중이던 휴대폰을 휙 날려버린다. 


책장 방향으로 날아가던 휴대폰이 다시 피오나의 손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눈이 녹색으로 빛난다. 


그 틈을 타 케이를 안고 셔터 쪽을 향해 달린다. 

몸을 낮춰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셔터가 쿵 하고 땅에 박힌다. 

건장한 남자 직원이 힘껏 끌어내리는 것보다 더 세게. 


뒷문 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뛰는데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묵직한 책의 모서리가 그를 때린다. 


어딜. 도망?. 뒷문. 있나.
“어딜 도망가는 거야?”


소용. 없지. 어딜. 감히.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을 거야.”


그녀의 생각과 말이 동시에 들려온다. 

마치 동굴에서 메아리가 치는 느낌이다. 

아하. 그래서 메아리의 피오나군. 

칭호가 그렇게 붙은 게 이해가 된다. 


그가 가려는 방향으로 책장이 끌려오고 넘어지고 쌓여서 바리케이드가 된다. 

어느새 그는 책장으로 둘러싸여 좁은 공간에 갇혀 버린다. 

앞쪽의 책장이 뒤로 쓰윽 물러나더니 피오나가 앞에 나타나 선다. 

머리가 초록색으로 빛난다. 


“너 고의 미등록 능력자를 고용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 함구하면 피해는 없도록 하지.”

서점이. 엉망이네. 고소하지. 않으면. 다행. 

뻥카. 먹히려나.


피오나의 생각을 듣고 웃음이 나온다. 

그는 케이를 내려놓고 귓가에 속삭인다.


능력을 켜고 달아나.”


그녀의 형체가 사라지고 구두가 허공에서 하나씩 툭 툭 떨어진다. 

하지만 술에 취해서 방향이나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오나는 소리에 집중하려 한다. 

그는 그림자를 끌어 책장들을 치우고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든다. 

염동력자는 다른 책장들을 끌어 길을 막고 책들을 쏟아부어 케이의 위치를 찾으려 한다. 

그는 그 책장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 박는다. 

서로 다른 두 힘에 의해 쿵쾅거리는 책장들이 장관이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피오나의 얼굴에 드린 머리카락의 그림자를 잡아채 그녀의 시선을 땅에 고정한다. 

그림자의 능력은 보지 않으면 조작할 수 없다. 

염동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했는데 역시 더이상 책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케이가 빠져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피오나의 머리를 잡아 내리고 발을 묶어둔다. 

그러는 중 어쩔 수 없이 그의 능력이 드러난다. 


그림자! 갈가마귀. 얼굴. 다른데? 

몰라. 아닐지도. 

얼른. 달려와. 묶였어.


조용해지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있다.


‘수신자가 더 있군.’ 


난감해하며 어쩔까 생각하고 있는데 피오나가 손을 칼날처럼 휘저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낸다. 

시선이 자유로워지자 짧아진 녹색 머리를 휘날리며 책장들을 다시 들어 올린다. 


시간이 없다.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한다. 

까마귀는 자유롭게 날아야 산다. 


그림자의 능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묶고, 당기고, 찌르기. 

그는 묶는 걸 아주 잘했고, 당기는 건 보통이었고, 찌르는 건 잘하지 못한다. 

아니 잘 하지 않았다. 


그림자가 피를 먹으면 안 돼.’ 


S가 그렇게 말했다. 

그는 조명에 의해 그림자가 늘어나 피오나를 덮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한다. 

그의 주변으로 떨어지는 책장은 그림자를 당겨 방향만 조금씩 틀어 피한다. 


넘어지고 부서진 책장을 밟고 뛰어올라 팔을 크게 벌린다. 

양팔의 그림자가 피오나를 움켜쥔다. 

머리를 꺾어 위를 보게 만든다. 


천장 형광등의 그림자를 끌어내려 뾰족하게 만든 후 그녀의 목으로 찍어 내린다. 

곧 끝나, 염동력자. 

고통스럽지는 않게 죽여주지. 


살려줘. 죽고싶지. 않아. 제발.


그녀의 단말마가 그의 머리를 강타한다. 

형광등 그림자로 만든 창이 염동력자의 목을 꿰뚫기 직전에 멈춘다. 

피오나의 목에서 피가 살짝 흐른다. 

그의 심장이 요동친다.


‘겨우 이 정도의 피를 보고도 진정을 못 하는군. 

십 년 넘게 노력한 것이 모두 허사였던 건가.’


절망적이다. 

갈가마귀는 언젠가 악귀가 될 것이다. 


그는 피오나를 놓는다.


악귀 들린 사람이 그들에게 달려들어서, 그들을 짓눌러 이기니.” 


그는 중얼거린다.


“뭐라고?” 


피오나는 목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피가 꽤 많이 나와서 목이 붉게 물든다. 


“사도행전이야. 이봐. 날 데려가. 혼자서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되나 봐.” 


그는 숨을 크게 쉬며 호흡을 조절한다.


“잘 참았어… 갈가마귀, 한동안 널 찾아다녔는데. 바로 앞에 있었네.”


그는 의자를 집어 들고 털썩 앉는다. 

술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잘 도망갔구나, 케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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