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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2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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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지쳤고 싸울 의지를 잃었다. 

이제 포기할 상황을 만들어 주면 된다. 

상대의 뒤에 타고 올라 목을 조른다. 

귀에 대고 속삭인다.


“탭을 쳐라.” 





[ 까마귀의 고해 ]


2부 6장 - 탱크


상대는 키가 2 미터에서 조금 모자란 듯하다. 

덥수룩한 수염이 울퉁불퉁한 얼굴을 덮고 있어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을 더 강조시킨다. 

키만 큰 게 아니라 온몸에 살이 가득해서 탱크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탱크가 상대의 눈을 바라본다. 

그가 있는 쪽을 노려보는 듯하지만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깨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까닥거리는 게 겁을 주려는 모양새다. 

그가 하는 것처럼 상대를 가늠하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버저가 울리고 시작해라- 하는 외침이 계단 위에서 들려온다. 

탱크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에게 돌진한다. 

관중의 함성은 최고조에 이른다. 

초장에 끝내려는 심산이다. 


그는 얼굴에 날아오는 주먹을 피한다. 

맞으면 성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궤적이 크고 준비 동작이 많아서 그림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까이에서 붙잡히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며 주먹을 끌어낸다. 

가끔 피하기 어려운 주먹이 날아올 때만 그림자를 살짝 당겨 궤도를 바꾼다.


덩치가 크고 근육과 지방이 많으면 체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계획을 세우거나 싸움 방식을 적에 맞추지 않고 이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번 싸움은 피를 보지 않고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2분 가까이 이렇게 거리를 유지하는- 말하자면 도망 다니는 작전을 쓰자 함성이 야유로 변한다. 

탱크가 까마귀를 일 초 만에 짓누르는 것을 기대한 모양이다.


싸늘한 바람이 한번 불어온다. 

횃불이 일렁이고 탱크의 그림자가 크게 흔들린다. 

그림자를 콕 잡아당기지 못한다.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힌다. 

정타가 아닌데도 불이 번쩍하며 몸이 뒤로 크게 넘어간다. 


함성이 폭발한다. 

입에서 피의 맛이 느껴진다. 

그는 타격 당한 아픔보다 살의가 터질 것만 같은 마음의 불꽃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여 저희를 용서하소서.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을 모릅니다.


탱크가 그의 위에 올라타 주먹세례를 날린다. 

얼굴을 향해 온 체중을 싣고 내리꽂는다. 

그는 머리를 꺾어 공격을 피한다. 

우지직-하며 주먹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단순할 수가. 

싸우는 도중인데 얼굴을 찡그리며 팔을 흔들고 있다. 

그는 누운 채로 턱에 정타를 몇 번 날린다. 

고통에 신음하느라 탱크의 누르는 힘이 약해지는 틈을 타 몸을 튕겨 올린다.


상대는 지쳤고 싸울 의지를 잃었다. 

이제 포기할 상황을 만들어 주면 된다. 

상대의 뒤에 타고 올라 목을 조른다. 

귀에 대고 속삭인다.


“탭을 쳐라.” 


탱크는 말귀를 알아듣는다. 

깃발을 들고 있는 사내도 그게 무슨 표시인지 이해한다. 

싸움을 잘 알고 있는 녀석이다. 

버저가 울리자 깃발을 흔들며 외친다.


“갈가마귀가 이겼다.”


손뼉을 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개는 우우-하며 입을 내밀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짧고 이상하게 끝나버린 싸움을 아쉬워한다. 

그는 탱크의 목을 조르던 팔을 풀고 경기장을 나선다. 

입장할 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나갈 때는 길을 잘 비켜준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는다.


“잘했어. 역시 이겼군.”
“세컨을 본다더니 어디 갔던 거요?”
“아, 또 지면 창피할 까봐 숨어 있었지. 내가 데려와서 이긴 적이 없거든.”
“맞아 죽을까 봐 그런 건 아니고?” 


그는 왼쪽 눈에 든 멍을 만지며 말했다.  


“뭐 험한 세상인데. 그 정도 가지고 벌벌 떨어서야 쓰겠나. 자, 이리 오게.” 


촌장은 그를 끌고 계단 위로 올라간다. 

여자애 인형이 노인의 얼굴을 한 인형에게 삿대질하고 있다. 


‘저 인형은 갖고 싶지 않다.’ 


그는 생각한다. 


‘주름살이 얼굴 가득한 게 너무 진짜 같아. 인형은 인형다워야지.’
“네놈들! 성주님이 나눠주신 빵을 약탈한다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스카님. 저희는 좋은 사람들입니다요.”
“좋은 인형이겠지.” 


그가 끼어든다. 

모두 그를 잠시 쳐다본다. 

촌장이 팔꿈치로 그를 꾹 누른다.


“괴물을 부린다는 소문도 있던데. 참말이냐?”
“아유.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요.”
“자네. 이 말이 사실인가?” 


아스카는 촌장에게 묻는다. 

노인 인형이 촌장을 무섭게 노려본다. 

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답이 없자 아스카가 마무리한다.


“아무튼, 내가 직접 보게 되면 가만두지 않겠노라.”
“그러믄입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노인은 뒤돌아 내려오며 촌장에게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이겼으니 상품을 받아 가거라.”


촌장은 인형의 지시에 따라 꾸러미를 받아 두 팔로 소중하게 안는다. 

아스카가 그를 보며 말한다. 


“생각보다 쓸만하더구나. 갈가마귀.”
“그러믄입죠. 제가 보는 안목이 있습니다요.” 


촌장이 끼어든다. 

인형은 촌장에게 묻는다. 


“내일도 나올 건가?”
“당연한 말씀입니다. 꼭 와야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촌장이 먼저 대답한다. 

그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새로운 경기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아스카는 시선을 돌린다. 


촌장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빵을 하나 꺼내 먹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먼저 줘야 하지 않나?”
“조금 먹으면 어때. 자네도 하나 들게”
“필요 없고. 내 몫이나 줘.”
“가서 반 줄게. 걱정 말게나.” 


슬그머니 다시 5:5가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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