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me : Game/Herowarz

[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오누 (4)

728x90
반응형




진작 이곳으로 돌아올 걸 그랬어... 난 당신을 원망했어요.”


여인은 늙은 오누에게 다가가 밭이랑처럼 거친 뺨에 손을 댔다. 

노파의 눈물이 샘처럼 솟아나 여인의 손을 따라 흘렀다. 






[ 영원의 숲 ]


오누 (4) (완결)


수십 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인간이 숲의 경계에서 길을 잃거나 실수로 넘어간 적은 있었지만 

감히 숲 안으로 들어갈 만큼 용감한 자는 없었다. 


숲은 그대로 였다. 

씨앗은 대지에 뿌리를 내린 채 천천히 줄기를 뻗어 올렸고 하늘을 향해 크게 가지를 벌려 빛을 머금을 준비를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숲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져 덩굴이 바닥을 덮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의 숲은 고요하게 한산했고 청녹색 잎도 줄어들었다. 


인간의 발걸음이 오랜만에 숲의 경계에 닿았다. 


아이도, 젊은이의 발자국 소리도 아닌 느리고 힘겹게 질질 끄는 소리였다.

노파는 지치고 여윈 몸을 이끌고 지팡이로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헤치며 

겨우 숲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비틀거리며 넘어지려 했다.


“오누” 


여인은 즉시 몸을 드러내 비틀거리는 노파의 몸을 잡아 주었다.


“이제 늙어 죽을 때가 되었구료. 여신이여.”

“아이는 낳았니?” 


여인은 노파에게 오래전 어린 시절의 오누에게 건냈던 말투로 물었다.


“아이를 가지긴 했지만 죽은 아이였지요. 그 후론 다시는 생기지 않았다오.”
“안된 일이구나.”
“그렇지요. 저는 평생을 천대받으며 살았답니다. 

마흔 이후 허리까지 다쳐서 이렇게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요.”
“그래도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지 않았니?”
“몇 년 지나니까 그다지 다를 것도 없었다오. 여기나 도시나. 이 숲이 그러하듯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노파는 숨을 크게 들이켜 아이 때 마셨던 그 시원한 숲의 공기를 

까맣게 죽어가는 자신의 허파로 깊숙이 빨아들여 봤다.


“이 숲은 아직도 그대로군요. 당신도 마찬가지고. 예전 생각이 나는구료.” 


노파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이제 숫자 공부는 하지 않니?” 


여인은 오누가 처음 새겨두었을 때와 똑같이- 그대로 남아 있는 떡갈나무 공식을 보았다.


벌레가 파 먹거나 바람이 껍질을 흐트러지지 않게 돌봐왔다. 

오누는 천천히 그 나무 아래로 걸어가서 나무 껍질보다 더 거친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숫자 하나, 공식 하나 하나를 새겨진 홈을 따라 손가락으로 그리다가 이윽고 머리를 나무에 기대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진작 이곳으로 돌아올 걸 그랬어... 난 당신을 원망했어요.”


여인은 늙은 오누에게 다가가 밭이랑처럼 거친 뺨에 손을 댔다. 

노파의 눈물이 샘처럼 솟아나 여인의 손을 따라 흘렀다. 


그동안 오누가 찾아냈고 가질 수 있었던, 

다른 세상 다른 상황이었다면 더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세상의 진리들과 아쉬움이 

눈물을 따라 흘러 숲의 바닥을 적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