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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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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눈을 떠 처음 숲의 천장을 보았고,
전나무 언덕에서 두 팔을 떼고 걸었다.
비록 세상 전부를 얻었지만,
나의 안식은
오직 그곳에서만 가능하리라.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4) | 나는 왕이로소이다


마른 숲에 눈이 걷히고 대지에는 새싹이 돋아난다. 

눈과 비를 맞을 때 마다 통나무집은 조금씩 낡아간다. 

남자가 떠나고 세 번째 가을을 맞을 즈음, 

한 무리의 사내들이 숲의 경계에서 낙엽을 바스락거리며 비틀어 밟고는 소리지른다. 


“숲의 여신이시여-”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뭇잎들을 일순간 흔들어 온 사방에서 말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우수수거리고 사박거리고 웅웅거리고. 

그들이 나에게 경외심을 갖도록 한다. 


“왕의 유언입니다.” 


한 사내가 겁에 질려 창을 내려놓더니 양피지에 씌여진 글을 서둘러 읽는다.



나는 숲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눈을 떠 처음 숲의 천장을 보았고,
전나무 언덕에서 두 팔을 떼고 걸었다.
비록 세상 전부를 얻었지만,
나의 안식은
오직 그곳에서만 가능하리라.



“이리하야. 왕의 무덤을 이 숲에 허락해 주시옵소서. 여신이시여”


나는 잠시 생각하고 숲의 길을 열어준다. 

날카로운 병기를 든 자들이 들어오려 하는 건 밀어내고 관이 들어오는 것만 허락한다. 

왕의 사체를 숲이 삼킨 후 경계의 모든 나무를 흔들어 그들을 쫒아보낸다.
 
나는 그를 옮겨 통나무 집 근처의 비옥한 토지에 눕힌다. 

두 손은 공손하게 가슴에 머물러 있고 한때 그의 얼굴을 차지했던 욕심과 의무감은 사라져 있다. 

평온한 표정으로. 


이마의 주름과, 더부룩한 수염과 많은 상처들이 덮여 있지만 내게는 어린아이와 똑같다. 

여름이 몇 십 번 찾아오기 전, 

이 숲을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던 그 사내아이가 누워있다. 


나는 그의 눈꺼풀을 만져 완전히 감기고 바람을 움직여 낙엽으로 그의 몸을 하나씩 감춘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의 흙이 되고, 그걸 나무가 마시고, 

파란 나뭇잎들과 아름다운 꽃이 되어 햇빛에 반짝일 것이다. 


그가 한때 인간으로서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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