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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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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떠나려 하는구나.

이곳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더냐.


남자는 우뚝 서서 고민을 하더니 말한다.


“다시 돌아올 겁니다. 아들들이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 나면요.”


- 행운을 빈다.


“하하. 여신님이 누군가에게 빌다니요.”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3) |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이가 제법 많은 듯 보였지만 어깨가 떡 벌어지고 아직은 허리도 꼿꼿한 장년의 남자가 숲의 경계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켠다.


숲이여! 내가 돌아왔노라! 

이 나무들, 풀의 색깔도. 모두 생생하구나. 

어쩌면 이리도 변하지 않는지!”


나는 그가 걸어오는 걸 본다. 

환영하는 듯이 나뭇가지를 열어 문을 만든다. 

그는 숲을 똑바로 걸어 들어와 그가 살았던 오두막을 둘러본다.


“아. 떠났을 때 그대로 남아있었네.” 


남자는 탄식을 한다. 


“그때는 세상 모르는 아이였었지. 

이제 나는 늙었고… 아, 어머니의 무덤은 보이질 않는구나.”


- 필론.


나는 숲의 목소리로 말을 건다.


“아. 여신님! 기억하시는군요. 제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 할 일은 다 했느냐.


“물론이죠. 많은 사람을 죽인 후 왕이 되어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렸답니다.”
- 그래. 핏물이 이 숲까지 흘러들어오더구나.


“네. 그런 게 한 때 저의 전부였거든요. 

힘과 군사와 더 넓은 영토 같은 거 말이죠.” 


남자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빠진다. 


“지금은 그게 다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어릴 때 살던 곳에 돌아와 보니 말이죠”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바라본다.


“저는 여기서 다시 살 겁니다. 

어렸을 때처럼 사냥도 하고 이곳을 뛰어다니며 그렇게. 

누군가 날 죽이려 하거나 내가 누군가를 먼저 죽여야 하는 걸까- 

같은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 그러려무나.


숲에서 한번 살았던 인간이니 두 번 살지 못할 것도 없다.
남자는 오래된 통나무집을 손질해서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곧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고기와 열매를 말려 저장고에 쌓아두고 땔감을 모으러 다닌다. 


남자는 전 보다 더 크고 강해진 듯 보였지만 청년 시절처럼 생기가 돌지는 않는다. 

가끔 일하다 멈추고 생각에 잠겨있거나 품에서 작은 종잇조각을 꺼내 한참 쳐다보기도 한다.


- 그게 뭐냐.


한 번은 내가 말을 걸어 묻는다.


“첫 손주의 초상화입니다. 이제 여섯 살이 되었겠군요.”
- 아이를 낳았느냐


“그럼요. 다섯인데 둘은 전쟁터에서 죽고 셋이 남았죠. 

다들 세상을 다스리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손주들을 데리고 와주면 좋을 텐데.”


이제 하얗게 된 수염을 따라 물방울이 조금 흘러내린다. 

수염 사이에서 물이 얼어 털을 엉키게 하자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장갑으로 툭툭 털어낸다. 

그의 곁에 잠시 머물던 슬픈 표정은 이번에는 한동안 계속된다. 
 
- 필론.


나는 남자를 깨운다. 

방문자가 있다. 

칼을 차고 온 이들은 그를 죽이러 왔을 수도 있다. 


남자는 서둘러 옷을 입고 사냥할 때 쓰는 활을 챙겨 들고 숲의 경계로 나간다. 

한 무리의 군인들이 경계에서 왕의 이름을 불러 외치고 있다. 

목소리를 알아봤는지 남자는 얼굴이 밝아지며 활을 던지고 숲 밖으로 뛰어 나간다. 

그들 중 한둘과 얼싸안고 기뻐서 웃는다. 


하지만 그를 찾아온 사내들은 곧 얼굴이 어두워지고 주저하며 삼켜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남자 역시 굳은 얼굴로 그들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남자는 숲으로 다시 들어온다. 

군인들은 돌아가지 않고 있다.


- 또다시 떠나려 하는구나.


오두막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챙기는 남자에게 나는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한다. 

나는 점점 이들 인간과 비슷해진다.


“제가 없는 사이에 세상이 엉망이 된 모양입니다. 

애들이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생각하는게 모자란 것 같아요.”


- 이곳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더냐.


남자는 우뚝 서서 고민을 하더니 말한다.


“다시 돌아올 겁니다. 아들들이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 나면요.”


- 행운을 빈다.


“하하. 여신님이 누군가에게 빌다니요.” 


메아리처럼 너털웃음을 숲에 남기고 남자는 다시 씩씩한 발걸음으로, 

세상을 호령하던 목소리로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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