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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군단]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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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숲이 좋아요. 어머니.” 


한 번이지만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아본다.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넌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아이야.” 


“알아요. 꼭 그렇게 될 거에요.”






[ 영원의 숲 ]


신록의 여신 (1) | 나는 왕이로소이다


한 여자가 급히 숲으로 뛰어들어온다. 

이곳에 대한 겁이나 주저함이 없어 오히려 내가 당황한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 

여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 여기저기에 피를 흘리고 있다. 


어떻게 되돌려 보내지- 했는데, 

품이 큰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불룩한 배를 본다. 


어쩔 수 없이 나뭇가지를 움직여 숲의 길을 열어준다. 

여자는 배를 쓰다듬으며 높다란 느티나무에 기대 숨을 고른다. 

금세 숲 경계에서 쇳소리와 함께 고함이 들린다. 

만삭의 여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나는 나뭇잎과 줄기들을 흔들어 숲의 목소리를 낸다.


- 걱정 말거라. 칼과 창은 이 숲 안에 들어올 수 없다.


여자는 또 한 번 깜짝 놀라서 숲의 천장을 둘러본다. 

눈에는 공포와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나는 경계를 메운 사내들에게로 눈을 돌려 본다. 

투구를 쓰고 날카로운 칼을 뽑아든 채 숲으로 기어이 밀고 들어오려 하고 있다. 


화가 난다. 

창으로 신성한 생명을 해치려 하다니. 

나는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덩굴과 뾰족한 줄기를 끌어모아 그들에게 위협을 가한다. 

동시에 숲의 목소리로 경고한다.  

그들도 이 숲의 신을 알고 있다.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더니 그들이 왔던 길로 돌아간다.
 
여자는 이 숲이 외부로부터 그들-자신과 뱃속의 아이-을 보호해주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숲에서 나가지 않고 머무른다. 


아직 세상을 보지 못한 아이가 뱃속에서 심하게 꿈틀거린다. 

여자는 사자 문양이 새겨진 망토 위에 누워 고통스럽게 바닥을 긁는다. 


숲에 생명이 탄생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간이든 물망초든 작은 사슴의 새끼든,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건 기쁜 일이다. 

난 우후후 숲을 흔들어 웃으며 샘물을 튀겨 아이의 피를 씻는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비틀비틀거리면서 두툼한 나뭇잎들을 끌어모아 아기가 편히 잘 수 있는 침대를 만들더니 이튿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두막을 짓는다. 

나무 열매와 과일로 자신의 배를 채우고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커다란 열매껍질을 잘라 옹달샘에서 맑은 물을 길어 나르고 묵직하고 곧은 나무줄기를 걷어 내어 얼기설기 집의 형태를 꾸민다. 

여자 혼자서 그것도 다친 몸으로 만들기에는 벅찬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몇 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계절이 여러 번 바뀌더라도.


아기가 뛰어다닐 때쯤 그럴듯한 통나무 오두막이 완성된다. 

열매를 말리고 저장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집 안에서 불을 때고 연기를 뽑아 내는 장치도 만든다. 

불과 연기는 숲에  어울리지 않지만 애초에 인간을 이 숲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그들을 지켜보기로 한다.


인간의 아기는 매우 귀엽다. 

토끼들처럼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어느새 동물들과는 다르게 두 발로 곧추서 일어난다. 

조막만 한 양 손가락을 놀려 무언가를 만지고 쥐고 구부러뜨리고 끊고 

입에 넣어보고 큰 소리를 내어 오랫동안 울기도 하고. 


아이는 숲을 쏘다니며 동물들과 친해지고 그들을 데리고 다니며 신나게 웃는다. 

나는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도록 숲길을 다듬는다. 

낭떠러지와 돌이 굴러떨어지는 장소는 빽빽한 나무들을 움직여 보이지 않게 한다. 

가끔 내가 다 막지 못한 길로 들어갈 때면 나는 숲의 목소리로 작게 경고를 한다. 


아이야. 그리 가면 위험하단다.


그래도 아이는 종종 다쳐서 울음을 터뜨리지만 엄마가 감싸 안고 호 불어주고 얼러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게 웃으며 나무 위를 기어오른다.


아이는 점점 숲의 천장과 가까워지고 생명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숲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어깨는 넓어지고 다리는 튼튼해진다. 

아이의 어머니는 그와 반대로 점점 가느다래지고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 오두막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이제는 반대로 아이가 땔감을 구하고 사냥을 하며 열매를 모아 아픈 어머니를 돌본다. 

열에 들떠서 헛것을 보는지, 누군가를 꼭 쥐거나 때리려고 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넌 사자의 왕이 될 사람이야.” 


아이에게 여러 번 반복했던 말을 한다. 


“네가 더 크면 죽여야 할 사람들이 누구라고 했지?”


아이는 수백 번이고 말한 이름들을 얘기한다. 

내가 모르는 먼 곳의 이름들.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내려받은 복수의 명사들.


“전 이 숲이 좋아요. 어머니.” 


한 번이지만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아본다.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넌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아이야.” 


흥분했는지 얼굴이 벌게지고 피가 나오는 기침을 연신 내뱉는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아이가 다시 눕히며 말한다.


“알아요. 꼭 그렇게 될 거에요.”


아이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어머니는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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