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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1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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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가 뒤늦게 싸움을 말리지만 

이 다혈질 녀석은 자꾸 빗나가는 주먹에 열이 받아 승부욕에 취해 있다.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이미 피오나로 인해 서점 내부는 엉망이었지만 

책이 다 타버리는 건 기분이 나쁘다. 





[ 까마귀의 고해 ]


1부 4장 소멸


셔터가 와지끈 터져 나간다. 

정문이 몽땅 날아가고 바닥에 불길이 치솟는다. 

그을음 사이로 붉은 갈기머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갈가마귀이이!” 


남자가 이를 악물고 소리 지른다. 

그는 대답 없이 몸을 돌려 피오나를 쳐다본다. 

피오나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미레즈는 그녀의 목에 흐르는 피를 발견하고 폭발한다.


“피오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사악한 놈!”


하미레즈의 양손에서 불길이 펑-하고 터져 오른다. 

저 주먹에 맞으면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화염에 녹아버린다. 

저 녀석이 죽인 시체를 본 적 있는데 지문도 이빨도 다 녹아 없어져 신원을 확인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하미레즈의 팔 그림자를 땅에 아주 진하게 드리운다. 

의외로 상성이 좋다. 

그림자가 진하면 진할수록 조작이 쉬워진다. 


팔을 뻗어 공격이 들어올 때마다 어깨를 끌고 밀어 빗나가게 만든다. 

그래도 얼굴에 스치는 열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다.


“난 괜찮아. 싸움은 끝났어.”


피오나가 뒤늦게 싸움을 말리지만 이 다혈질 녀석은 자꾸 빗나가는 주먹에 열이 받아 승부욕에 취해 있다.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이미 피오나로 인해 서점 내부는 엉망이었지만 책이 다 타버리는 건 기분이 나쁘다. 


‘서점을 누군가에게 넘겨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간다. 

상대가 그림자에 꼭 필요한 불빛을 몸에 지니고 있어서 달 없는 밤이어도 그림자는 충분히 생기고 있다.


폭력이다 하고 부르짖어도 듣는 이가 없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벤치를 당겨 상대에게 밀어 던진다. 

불에 펑 터져 나간다.  


살려 달라고 부르짖어도 귀를 기울이는 이가 없다!" 


책장을 그림자로 돌돌 말아 회전시켜 던진다. 

상대는 주먹으로 막았지만 원심력으로 회전해 넘어가 머리에 맞는다. 


상대는 겨우 한 대 맞고는 불같이 화를 낸다. 

머리에서 불길이 확 치솟는다. 

이젠 피오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상대는 주먹을 쓰는 걸 그만둔다. 

대신 불덩어리를 쏘아 던진다. 

불덩어리는 불빛 그 자체라 그림자가 드리우지 못한다. 


몇 개를 피해 보지만 발치에 떨어지는 불덩어리가 그의 몸을 붕 띄워 올린다. 

양다리를 용암에 담그는 것 같다. 

상대는 좋아라고 웃는다. 

이 정도로 만족하면 좋겠는데. 

생각하며 몸을 힘겹게 일으킨다. 


상대는 멈출 생각이 없다. 

더 큰 불덩어리를 머리 위로 뽑아 올리고 있다. 

까맣게 된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 

주저앉아서 점점 더 커지는, 그림자가 걸치지 못하는 불덩어리를 바라본다.


“안돼!” 


순간 여자애의 목소리와 함께 그와 불덩어리 사이에 케이가 몸을 드러낸다.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다. 

그렇게 하면 마치 불덩어리를 막을 수 있다는 듯이. 


“안돼!” 


이번엔 피오나가 외친다. 

하미레즈의 얼굴에 당황이 어린다. 

하지만 불덩어리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염동력자가 두 팔을 크게 들어 올린다. 

일직선을 그리던 불덩어리는 케이의 바로 앞에서 그녀를 스치며 위로 치솟아 뒤편 건물의 15층인가를 때린다. 

불덩어리가 터지는 충격으로 창문이 와장창 깨져 나가고 땅이 우르르 떨리며 진동한다. 


아니다. 

땅이 흔들리는 건 계속되고 있다. 

지진이다. 

그림자 괴물들이 진동으로부터 웅크리고 일어난다. 


개와 같은 모양의, 곰 같은 모양의 그림자들이 싸움을 구경하는 것처럼 그들을 둘러싼다. 

이들은 불을 무서워해서 접근하지는 않는다.  


케이가 풀썩 쓰러진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그을려 삐죽삐죽하다. 

얼굴의 반쪽이 검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는 분노한다.
성경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왼쪽 팔의 그림자로부터 검고 긴 칼을 뽑아낸다. 
칼을 잡아당겨 길어지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그림자 괴물들도 쑤욱 자란다. 

사람 키의 두 배까지 늘어난 놈은 커다란 입을 떡 벌린다.


“갈가마귀, 안돼!” 


피오나가 말하지만 그의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는 상대의 피를 원한다. 

상처를 절개하고 그 피를 그림자에게 먹이길 원한다. 

심장은 자동차의 엔진처럼 요동친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이 웃는다. 

하얀 이빨이 가지런하다. 

흰자위가 까맣게 물들고 얼굴 전체에 광기가 서린다. 


검은 칼을 들고 상대에게 뛴다. 

하미레즈는 몇 개의 불덩어리를 날려 보지만 그림자의 칼이 휘감아 터트리고 튕겨내어 소멸시킨다. 


검은 칼은 더욱 길어지고 날카로워진다. 

하미레즈에게 세로로 떨어진다. 

피오나가 하미레즈를 밀어낸다. 


그는 시선을 돌려 피오나를 바라본다. 

지금은 누구의 피라도 상관없다. 

염동력자의 목에 흐르는 피가 그의 칼을 유혹한다. 


피오나의 몸에서 흐르는 땀과 향과 여자의 냄새가 그의 욕망을 터트린다. 

그녀의 옷을 찢어버리고, 피를 뽑아내고, 파괴하고 살육하길 원한다. 

그의 그림자가 한층 더 길어진다.


칼이 피오나에게 내리꽂힌다. 

염동력이 칼을 밀어내지만 그림자의 칼은 변화무쌍하다. 

허공에서 궤적을 스스로 바꾼다. 

길어지거나 휘기도 한다. 

끝이 넓어지기도 하고 철퇴처럼 뭉치기도 한다. 


피오나는 죽음의 경계에서 춤을 추다 쓰러진다. 

그는 칼을 들어 올린다.


안돼! 안돼! S를기억해! 멈추지. 않으면.


머릿속에 그녀의 메시지가 파고들어 그의 움직임이 잠깐 멈춘다. 

하지만 이제 이성은 뇌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팔이 정점에 올랐다가 떨어진다. 

검은 칼이 피오나의 몸을 가른다. 


아니다.
피가 흐르지 않는다. 

칼의 길이가 줄어들어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갈가마귀는 움직이지 않는다. 


악귀의 등에 누군가가 매달려 있다. 

케이가 귓가에 속삭인다. 

그만두길 원하잖아, 사장님. 

노력하고 있었잖아요. 

누구도 더 이상 싸우길 원하지 않아요.


옆이 환해진다. 

뜨거운 기운이 쇄도한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큰 불덩어리가 그들을 덮친다. 

케이는 속삭이느라, 갈가마귀는 자신과 싸우느라 그걸 바라보지 않는다. 


피오나가 불덩어리를 포기하고 그들을 밀어 던진다. 

하필 그림자의 괴물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피오나가 급히 방향을 바꾸려 해 보지만 이미 몸이 반 이상 먹힌 상태다. 

괴물은 입을 한 번 더 열어 그들을 꿀꺽 삼킨다. 

그림자들이 웅성웅성 거리다가 슬금슬금 사라진다.
 
하늘에서 번개가 한번 작렬하고 일렉트로가 뒤늦게 도착한다.


“갈가마귀는?”


피오나와 하미레즈는 대답하지 않는다. 


“뭐야 에이스 둘이 당한 거야? 어느 쪽으로 도망갔는데?” 


일렉트로는 손끝에서 전기를 빠지직거리며 조바심을 낸다.


“그림자가 먹었어.” 


하미레즈가 대답한다.  


“까마귀에게 어울리는 최후로군.” 


일렉트로는 전기 방출을 멈추고 말한다. 


“그래도 이번엔 피해자가 하나도 없네?”

“한 명 있어. 여자애.” 


피오나가 말한다. 


“어느 그림자에게 먹혔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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