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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인간의 증명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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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슥아.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기다. 

오늘 보니까 날라다니더만. 

그런 재능을 가지고 니 애비랑 똑같이 죽나. 

신은 공평하다니께. 

선물만 주는 게 아니라 폭탄도 앵겨준겨. 

어-어- 움직이면 이년 목 딴다 알제?"




[ 인간의 증명 ]



14장

아직 저녁 6시인데 구름이 잔뜩 껴서 벌써 어둑어둑하다. 

지나가는 차들은 하나 둘 불을 쳐들었다. 

가로등이 뿌옇게 조명을 깔아 준다. 


맥은 지프를 클럽에서 반 블록 떨어진 곳에 세웠다. 

가슴이 뻐근하고 다리가 땡겼다. 

걸음이 불편해서 다리의 붕대를 풀어보니 상처가 심했다. 

근육을 관통했다. 

더 움직이면 뼈가 상할 수도 있겠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이까짓 다리 하나 걱정할 때가 아니다. 

붕대를 강하게 압박하니까 걸음에 신경이 덜 쓰였다. 
머리가 핑 돌았다. 

땅이 흔들흔들 거렸다. 
사람들이 모두 그처럼 주저앉아 있다. 


혼자만 어지러운 게 아니라 땅이 진짜 흔들리고 있었다. 

이 도시에 지진이 났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는데. 


땅이 진정되자 가방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클럽으로 들어가려는데 조직원 다섯 명이 우르르 튀어나와 흩어졌다. 

운이 좋다. 

아직 클럽을 열기 전이다. 

그는 누가 어디에 몇 명이 박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카운터의 두 명을 처리했다. 

쏘는 반동으로 리볼버를 빙글 돌린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연속으로 사격을 해야 할 때는 리듬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소음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글록과 콜트. 

모두 돌리는 느낌이 다르다. 


사무실 문 앞에서 또 한 명. 

피슉. 빙글. 

키즈의 졸개 녀석이다. 

쓰러지는 게 어색해서 보니 어깨에 부목을 대고 있었다. 

마리가 제대로 부러뜨려 놨군.


문 안쪽에서 보스의 고함이 들려왔다. 

제대로 열이 받은 모양이다. 

그는 흥분하면 정신을 못 차린다. 


카운터 뒤로 가서 라이트와 음악을 켰다. 

척 맨지오니의 푸르겔 혼이 울려 퍼졌다. 

비트도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제 소음기는 필요 없다. 


총을 바꿔 들고 사무실 앞에 바짝 붙어 섰다.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걸 총으로 한방 갈기고 쓰러지는 걸 잡아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총알이 쏟아졌다. 

시체 때문에 시야가 다 열리지 않았지만 사무소 내부가 얼핏 보였다. 


마리는 의자에 앉아 축 처져 기절해 있었다. 

입술에 피가 흘렀다. 

보스는 마리의 앞에서 놀란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이곳까지 들이닥친 적이 없었겠지. 


왼쪽에 두 명. 

총알의 각도로 봐서 오른쪽에도 있다. 

최소 세 명이다. 


시체 겨드랑이 사이로 오른쪽 녀석을 처리하면서 잡고 있는 걸 왼쪽 두 명에게 집어 던졌다. 

몸을 날려 소파 뒤로 뛰어들어가며 누운 자세로 총알을 날렸다. 

가방을 끌어당기는데 가방에 총알이 빗발쳤다. 

지퍼가 열리지 않았다. 

총알 구멍을 찢어 총을 뽑았다. 

손톱이 부러지며 피가 흘렀다. 


홀의 음악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넘어갔다. 
누가 이런 음악을 넣어놓은 거야. 


소파의 반대쪽 끝으로 기어서 총을 하나 더 꺼내 양손에 하나씩 쥐었다. 

가방을 반대 방향으로 쭉 밀어 던졌다. 

소파 밖으로 가방이 나가자 마자 총알받이가 되고 있었다. 


즉시 몸을 일으켜 가방에 대고 총질하고 있는 나머지 두 녀석을 양손으로 한 발씩 발사해서 끝냈다. 

와. 오늘이 컨디션이 최고군. 이런 게 되다니.


"야야, 임마. 거기까지만 해라."


보스가 마리를 뒤에서 안고 한 손에 회칼을 들고 있었다. 

총을 들어 노출된 부분을 쏴 보려 봤지만 손이 흔들렸다. 

좀 전의 자신감은 다 어디 간 거지. 

도저히 쏠 수가 없었다.


"총 던져!" 


보스가 마리의 목을 칼로 스윽 그었다.

집어 던지다시피 총을 버렸다. 


보스는 원을 그리며 기절한 마리를 질질 끌고 문 쪽으로 이동했다. 

사무소 문을 바로 뒤에 두고 쓰러진 시체가 잡고 있는 총을 집으려 했다. 


이제 끝인가. 

너무 지쳤다. 

토라가 항상 말했었지. 

쏠 때 말고는 계속 생각해. 

주변을 미리 둘러보고 상황을 계획해 둬.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웨스트 하는 느린 노랫말이 더 느리게 들려왔다. 

아픈 쪽 다리가 턱 꺾여 자리에 주저 앉았다. 


보스는 총을 잘 못 빼내고 있었다. 

죽은 녀석이 너무 강하게 쥐고 있던 거군. 

씨익- 웃으면서 오른손의 칼을 보여줬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알아. 


"그러니까 자슥아.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기다. 

오늘 보니까 날라다니더만. 

그런 재능을 가지고 니 애비랑 똑같이 죽나. 

신은 공평하다니께. 

선물만 주는 게 아니라 폭탄도 앵겨준겨. 

어-어- 움직이면 이년 목 딴다 알제?" 


말을 하면서 시체의 손가락을 하나씩 풀어냈다. 
새끼손가락 하나 걸쳐있군. 

저 손가락 길이만큼 목숨이 남았어. 
 
구둣발이 문 앞에 등장했다. 
보스의 비명이 들렸다. 

한 사내가 경찰봉으로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패고 있었다. 


"아, 드디어 찾았네 *새끼-들. 

어-디서 내-앞에서 도-망갈려 -헉-" 


신나게 때리던 경찰이 비명을 질렀다. 

보스가 마리를 놓고 회칼로 경찰의 발등을 찍어 버렸다. 

비틀거리는 사이에 보스가 벌떡 일어나서 칼을 놀렸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칼 솜씨가 상당했다. 

경찰봉을 통파처럼 써서 버티는 상대를 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또 한 번 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진동할 때마다 문 안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스물스물 들어왔다.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똑바로 쳐다보면 움직임이 보이지만 시야로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움직임에 소리도 없다.


내가 지금 정신이 나간건가… 

헛것이 다 보이는군.


"이, 이봐 그만 그만. 겨, 경찰이다." 


경찰이 비틀비틀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경찰 좋아하시네. 미친놈의 새끼." 


보스는 칼을 들고 경찰에게 다가갔다. 

잠깐 시간이 생길 거 같았다. 

몸을 움직이는 데 절로 비명이 났다. 

기어서 소파 옆의 가방을 집으려는데 보스가 돌아봤다. 


"매애애애액! 움직이지 말라 했잖냐."


경찰이 그 틈에 보스의 가슴을 경찰봉으로 때렸다. 

앉아서 휘둘러서 느려터진 약한 타격일 뿐이었다. 

보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피식거리고는 한쪽 팔로 가슴에 대고 있는 경관봉을 치우려 했다. 


"바로 고거다. ***아."

 
경찰이 씩 웃으며 버튼을 눌렀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긴 꼬챙이가 경찰봉 끝에서 튀어나와 보스의 가슴을 관통했다. 

보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경찰이 일어나서 보스의 몸을 꼬챙이로 쑤셨다.

 
"아, 이 새끼. 이 새끼."


그가 가방으로 기어가는데 경찰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와 턱을 걷어찼다. 

입에서 피 맛이 났다. 

흐린 눈을 떠 보니 경찰이 꼬챙이를 들고 찌르려 하고 있었다. 

다시 땅이 흔들렸다. 

아까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다.


"히야 ―."


여자의 괴성과 함께 경찰이 벌떡 넘어졌다. 

마리가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은 뒤집히는 순간에도 경찰봉을 놓지 않았다. 

뒤쪽에 그림자들이 우글거렸다. 

마리가 달려들었다. 


그는 마침내 가방에서 총을 꺼내 조준했다. 

경찰이 마리에 가려 있다. 

아직은 아니다. 

그녀가 태클할 때를 기다린다. 


마리의 상체가 쑥 내려가고 경찰은 그 빈 자리에 경찰봉을 찔러 넣었다. 

맥의 총이 불을 뿜었다. 

가슴에 맞추지 못하고 승모근 쪽에 총알이 들어간 거 같았다. 

총에 맞아 휘청이는 걸 마리가 태클로 밀어붙였다. 

벽 쪽에는 그림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리, 멈춰!" 


그러자 그녀가 멈췄다. 

관성 때문에 경찰은 벽까지 나동그라졌다.


"아이 **. 이년은 또 뭐 이래." 


투덜거리면서 경찰이 일어나는데 그들이 움직였다. 

꿈틀대는 검은 그림자들. 

경찰의 온 몸에 기어올라 말 그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경찰의 육체가 있던 공간을. 꿀꺽. 

머리 한쪽 부분이 깔끔하게 없어진 경찰이 어이없는 눈으로 말했다. 


"이것들은 뭐야?"


경찰의 신체는 다리가 먹히면서 무너져 내렸다. 

그 위를 그림자들이 우르르 뒤덮었다. 


땅이 또다시 흔들렸다. 

천장에 균열이 생기고 전등이 홀에 내려앉으면서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벽이 파열되고 있다.


"나가요. 건물이 무너지고 있어."


마리는 그를 부축하고 그림자를 피해 클럽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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