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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인간의 증명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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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요. 경찰이 오고 있어요!" 


눈을 떠보니 그녀가 있었다. 

호흡이 거칠어서 따스한 숨결이 얼굴에 느껴졌다. 

소원이 이루어졌어. 

가만히 얼굴을 보며 웃었다. 




[ 인간의 증명 ]



11장

그가 아는 모두가 커다란 원반 위에 서 있다. 

귀가 하나 없는 털보, 그리고 토라.

어, 토라는 죽었는데? 


얼굴이 먹구름이 낀 것 같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도 원반 끝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 저 모습이었어. 

어렸을 때 본 기억이 나는군. 


가슴에 구멍이 뚫린 키즈가 소리쳤다. 

내가 최고의 명사수다!  


원반은 엄청난 속도로 빙빙 돌고 있었다. 

마리가 바짝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니가 내 아빠를 죽였어! 

마리가 그의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


"정신 차려요. 경찰이 오고 있어요!" 


눈을 떠보니 그녀가 있었다. 

호흡이 거칠어서 따스한 숨결이 얼굴에 느껴졌다. 

소원이 이루어졌어. 

가만히 얼굴을 보며 웃었다. 


"지금 멍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그는 호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내밀며 힘없이 말했다. 


"내 가방을… 병원은 안돼. 알게엤지이…" 


그리고 다시 암전.

덜컹하면서 몸이 시트에서 떴다 가라앉았다. 

차가 크게 흔들렸다. 

왼쪽 가슴의 총알 하나가 그를 바위처럼 짓누르고 있었다. 


"미안해요. 운전은 익숙지 않아서." 


그녀가 지프를 몰고 달리고 있었다. 

끼익 끼익. 

와이퍼가 작동 중이었다. 

비가 오는군. 

끼익 끼익. 


"병원은 안돼." 


속삭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온갖 기억들이 실체가 되어 그의 눈앞을 날아다녔다. 

그가 죽여야 했던 상대 조직 총잡이들의 마지막 표정, 단말마. 

보스는 땅콩 대신 사람의 손가락을 씹어대면서 호통치다가 아버지의 모습이 되곤 했다. 


그렇게 악몽의 바닥을 떠다니다가 차가운 칼날이 얼굴을 긁는 감각에 눈을 번쩍 떴다. 

저지하려고 팔을 들다가 고통이 신경을 타고 올라와 신음을 흘렸다.


"가만히 있어요. 면도 중이니까." 


마리가 면도날을 들고 그의 몸 위에 올라와서 얼굴을 가까이 숙이고 있었다. 

채 말리지 않은 그녀의 머리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거의 다 했어요. 움직이지… 아 거참. 움직이지 말라니까."


그녀의 무릎이 그의 다리 사이를 누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다 됐다. 와 이거 봐요. 수염 깎으니까 꽤 미남인데."
"여긴?" 


입술이 바짝 말랐다.


"우리 학생회실이에요. 학교 안요. 

의대생 하나 시켜서 총알을 빼냈어요.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실력은 진짜 의사 못지 않아요."
"얼마나 지난 거야?"


창틈으로 빛이 충분히 들어오고 있었다.


"12시간?" 


생각보다 많이 흐르지는 않았다. 

대학교 내부라면 찾아내기도 쉽지 않겠지. 

몸에 힘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이트보드에 마커로 무슨 구호 같은 게 쓰여있었다. 

만들다 만 대자보가 몇십 년은 된 거 같은 책상들 사이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기울어진 의자 위에 그의 아디다스가 보였다. 

그 와중에 가방을 챙겨왔다. 꼼꼼한 여자다.


그의 시선을 쫓던 그녀가 가방을 들고 왔다. 

몸을 조금 일으켰다. 

다리는 스친 정도인 거 같은데 겨드랑이가 편치 않았다. 


열어서 현금을 확인하고 총을 몇 개 꺼내서 실린더를 열고 철컥, 돌리고 뜨르르륵, 닫고 찰칵 너무나 많이 해서 익숙한 동작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그녀가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일이 잘 안된 거죠?"
"네 집이 들켰어. 우린 둘 다 추적당할 거야."
"저도 같이 싸울게요."
"넌 어딘가 숨어 있어. 이건 애들 일대일 싸움 같은 게 아냐." 


라고 말해놓고 피식 웃었다. 

키즈와 애들 일대일 싸움 때문에 목숨을 연장한 게 아닌가. 


"뭐가 웃겨요 아저씨?"
"그 아저씨라 안 부르면 안 될까?"


"그러고 보니 나이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 같네요. 

수염이랑 말투 때문인가?"


"그러는 너는 공부하는 대학생이 그렇게 짧은 핫팬츠가 뭐냐. 

바지를 입었는데 엉덩이가 다 보이겠다."


"어머. 아저씨가 골라 준 거잖아요. 어제?"
"어쨌든 니 옷이잖아."
"음. 룸메이트 옷이에요." 


그러고는 당차게 하하 웃었다. 


"이런 옷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여자잖아요. 

그만 쳐다봐요. 자꾸 그러면 아저씨라 부를 거에요."


이미 아저씨라 부르고 있잖아. 

네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날 텐데. 


잠시 일어나 앉아 있었더니 어지러워졌다. 

옆으로 쓰러지는 걸 그녀가 와서 안았다. 


"잘 자요 아저씨." 


좀 더 안고 있어 주지. 

그는 아쉬운 채로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문가에서 남학생 하나가 무표정하게 보고 있었다. 

손에 주사기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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