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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인간의 증명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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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지막에 방아쇠를 당긴 게 그것 때문이었군. 

돌격소총의 총알을 다 세면서 싸우다니.


"돌려줘 내 총. 비싼 거야."

 
그는 총을 던졌다.


"다시 올 거야?"
"아니. 넌 수익성이 없어. 

게다가 내가 죽을 위험도 크고. 

포기할래."




[ 인간의 증명 ]



12장

팔이 따끔해서 본능적으로 밀어냈다. 

그때 그 녀석이다. 

이름이 필이었던가. 

경찰에게 맞은 쪽 눈이 멍들어 있었다. 

주사기가 팔에서 툭 떨어졌다.


"마리는 어딨지?"


멍한 머리로 말했다.


"넌 이제 끝이야. 마리는 내가 데려갈 거야."
"뭐…"

"마리는 너 같은 쓰레기가 넘볼 여자가 아냐. 

내 거라고. 

다시는 아무도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겠어."


급하게 몸을 일으켰지만 구토가 밀려왔다.


"이게…"
"마취제 같은 걸 좀 찔러 넣었지. 경찰에도 신고했어." 


쫓아가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필이 뒷걸음질로 방을 나가면서 말했다. 


"마리는 꿈도 꾸지 말라고. 밑바닥 인생 주제에."


주사기를 뽑아 코를 댔다. 

냄새가 프로포폴이다. 

화장실에 기어가서 잔뜩 토했다. 

나올 게 없을 때까지 토했다. 


삼십 분 정도 그렇게 변기를 붙잡고 찬물에 얼굴을 넣고 있으니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마취제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은 거 같았다. 


가방을 집어들고 방을 나섰다. 

약기운에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몇 층이지? 계단은 어디지? 

시간은 벌써 저녁 무렵이었다. 

조직에서도 사람을 풀었을 텐데. 

 
계단을 찾아 난간을 부둥켜안고 엉금엉금 내려갔다. 

마주친 학생들이 웃거나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무리 내려가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일층 학생 식당에 도착했다. 

밥때가 아닌지 서너 명이 따로따로 밥을 먹고 있었다. 


마리가 지프를 어디에 세워뒀을까 추리하며 손잡이를 돌려 나가려는데 문 바로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가까워진다. 

이 장소에서 날 소리가 아닌데. 

철그럭 철그럭 하는 금속 부딪치는 소리. 

권총은 아니고. 소총이다. 

그것도 꽤 묵직한. 


가방을 급하게 열다 지퍼가 걸렸다. 

있는 힘을 다해 식당 조리실 방향으로 뛰어들어갔다. 


뒤쪽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소총이 불을 뿜었다. 

책상이 부서지고 조리실을 둘러싸고 있는 돌이 파파팍 튀었다. 

문을 차는 것과 거의 동시에 총소리가 들렸어. 


이렇게 빠른 판단이라니. 

오드리다. 


지퍼가 걸렸던 게 다행이다. 

그녀의 차가운 소총 앞에 리볼버 들고 서 있어 봤자 벌집이 되었을 거야. 

학생들과 식당 아주머니들이 겁을 먹고 꺄악-댄다.

지퍼를 당기고 밀고- 풀면서 소리쳤다. 


"오드리!"
"땅콩이 널 죽이래. 그래서 왔어." 


언제나처럼 건조한 목소리. 

그녀는 보스를 땅콩이라 불렀다.


"사람들은 내보내면 어떨까?" 


그는 학생들 때문에 마음대로 총을 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퍼도 열리지 않고. 아. 열렸다.


"알았어. 대신 빨리 내보내. 경찰이 도착할거야."
"여러분!" 


그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왼쪽 가슴이 땡겼다. 


"이곳은 총격전이 벌어질 예정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건물을 나가세요." 


이어서 오드리에게 말했다. 


"거기 그렇게 서있으면 사람들이 못 나갈 텐데."

"귀찮게 하기는."


오드리가 대답했다. 

목소리로 위치를 파악해 놓는다. 

마지막으로 식당 아주머니가 문을 나가는 게 보였다. 


"시작할게, 맥."


감정 없는 목소리와 함께 머리 위 양철 선반에 캉캉 총알이 박혔다. 

그녀는 한 방 한 방 겨눠서 쏘기보다 스윽 스윽 흔들어 대충 쏘는 스타일이다.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정문은 돌파당했지만 조리실 입구는 필사적으로 막아야 했다. 

콰과쾅 하며 식당 여기저기가 터져 나갔다. 


고개를 숙이고 손만 살짝 내밀어 총소리가 나는 방향에 대응사격을 하면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테이블을 문짝에 밀어 세우고, 

다 쓴 리볼버를 던지고 새로 꺼낸다. 

장탄을 다시 할 시간 같은 건 없다. 


다시 타타탕, 타타탕. 

잠깐의 틈에 의자 두 개를 한꺼번에 겹쳐 쌓는다.


"맥. 술에 절어 산다더니. 총알에 힘이 없구나." 


총 소리 사이에 그녀의 무감정한 말이 들린다. 

감정의 가감이 없으니 그녀의 평가는 항상 믿을만했다.


총이 선반을 훑고 지나가자 식칼과 조리도구들이 우당탕탕 하며 주변으로 떨어졌다. 

선반 금속 면이 깔끔하게 반사되어 그녀의 모습을 흐릿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팔만 쑥 내밀고 총을 뒤쪽으로 꺾어 그녀를 쏘았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그녀는 급히 소총을 들고 돌격자세로 우측 긴 테이블에 자리를 옮겼다. 


다시 금속 면을 따라 가로 움직여서 아까와 같이 사격. 

그녀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맞췄다 싶었는데 금세 모습이 사라지더니 위쪽 선반 면에 총알을 쏟아붓고 있었다. 


아깝군. 눈치챘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한다. 

아군일 때는 좋았는데.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은 어쩔 수 없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되는 세계니까. 


반짝반짝하던 금속 면은 울퉁불퉁하게 꺼져 있었다. 

이 작전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리볼버를 네 개째 집어 들었다. 

잠시 조용하다 싶었는데 조리실 문에서 쿵 하며 테이블과 의자가 진동했다. 

발로 걷어차고 들어올 생각이었겠지. 

특수경찰 돌격팀 방식이다. 


그 힘에 살짝 문틈이 열리더니 책상의 무게로 다시 닫혔다. 

이거 열리면 끝이라고 생각해서 리볼버 두 자루를 들고 문틈과 창문에 열두 발을 전부 쏟아 부었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깨져 나갔다.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 총을 꺼내 들면서 벽에 붙었다. 


남은 총은 이제 한 자루. 

기다린다. 

문을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았을 테니 다시 조리대 쪽일까. 


소리가 없다. 

방금 총에 맞은 건가? 


조리실 선반 너머 테이블들을 살피는데 조리실 창문 깨진 틈으로 그녀가 날아 들어왔다. 

우아하다. 

뒤로 물러났다가 뛰어들어온 거야. 

그 자세에서도 소총을 겨눈다. 

피할 데가 없다. 

본능대로 뒤로 물러나면 황천길이다. 


반대로 그녀를 향해 낮게 뛰어들어 갔다. 

몸이 엉키고 주먹이 오고 간다. 

리볼버는 언제 떨어졌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녀가 소총을 두 손으로 쥐고 버티려 했지만 완력은 그가 더 강했다. 

그녀 위에 올라탄 상태에서 옆구리를 강타하고 한쪽 팔을 잡아 뺐다. 

그 순간에도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는 이미 뒤쪽으로 넘어간 상태여서 애꿎은 형광등만 터트렸다. 


총을 빼앗아 들고 뒤로 물러나 그녀를 겨눴다.


"거길 넘어올 줄이야. 생각도 못했어."
"넌 죽이기 쉽지 않네. 힘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난 갈래."


단조롭고 억양이 약하다. 

세상에 없을 미모를 가지고도 정이 안 가는 여자였다.


"이봐 장난해? 내가 쏠 수도 있잖아."
"넌 안 그럴 거야."


그녀가 부시시 일어나서 치마를 탁탁 털었다. 


"게다가 총알도 없어 그거." 


이런. 마지막에 방아쇠를 당긴 게 그것 때문이었군. 

돌격소총의 총알을 다 세면서 싸우다니.


"돌려줘 내 총. 비싼 거야."

 
그는 총을 던졌다.


"다시 올 거야?"
"아니. 넌 수익성이 없어. 

게다가 내가 죽을 위험도 크고. 

포기할래."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네가 죽였어야 할 여자애는 사무소에 붙들려 있더라. 

왜 안 죽였어?" 


그녀가 물었다. 

얼굴에 표정이 생겼던 거 같은데. 

호기심인가. 

저녁 햇빛이 비쳐서 잘못 본 걸 거야. 


그녀는 감정 없는 용병으로 유명했다.
몸을 일으켜서 총들을 가방에 수거했다. 

그 녀석. 

마리를 데려간다더니 제 발로 죽을 자리로 들어가 버렸군.

오드리가 나가고 잠시 후 학생회 건물을 나왔다. 

사이렌이 거의 도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건물 뒤편 주차장에서 지프를 찾아 뒷문 쪽으로 빠져나왔다. 


결국 조직과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 손으로는 운전을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총알을 하나하나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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