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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인간의 증명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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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하던 대로 탄알 셋을 저 몸에 밀어 넣고, 

흔적을 지우고, 술을 마시고,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그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파서인지, 체념해서인지. 

약한 미소다.

그 순간 모든 게 변했다.




[ 인간의 증명 ]



7장 

띵-띵

핸드폰 알림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무리 피곤해도 조건 반사처럼 몸이 반응한다.

전당포. 헤라클레스. 빨리!

문자를 확인하고 총을 집어들고 집을 우당탕 나섰다. 

그 와중에도 리볼버 장탄수를 확인하고 실린더도 한번 돌리고 현관문 손잡이 각도도 맞췄다.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한밤중이었다. 

점점 더 추워지고 있다. 

외투라도 하나 걸치고 나올 걸. 

돌아갈 시간은 없다. 

이 시간에는 골목에 차가 많아서 뛰어가는 게 더 빨랐다. 


네 블록을 미친 듯이 뛰어 조직의 돈이 쌓여 있는 전당포에 도착했다. 

총을 꺼내 들고 벽에 붙어서 건물 안으로 머리를 쑥 넣어 봤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총을 뒷주머니에 넣고 쓰러져 있는 조직원들을 살폈다. 

둘 다 완전히 기절했다. 

하나는 어깨와 팔이 탈골되어 있었고 하나는 한쪽 다리가 이상한 각도로 뒤틀려 있었다. 

핸드폰을 잡은 손이 뒤집어 꺾여 있어서 손목뼈가 드러날 지경이었다. 


'그냥 때려서 이렇게 탈골이 되나? 

얼마나 힘이 센 녀석이길래.' 


카운터 안쪽으로 한 명이 더 기절해 있었다. 

칼 좀 쓴다는 녀석이었는데. 

입에서 피가 줄 줄 흐르고 있었다. 


'턱에 한 방 먹으면서 혀를 씹었군. 이런 초보 같으니.'


칼잽이 옆에 칼이 없다. 

근처를 찾아다녔다. 

카운터 주변에는 없고. 

건물 안에도 보이지 않는다. 


문과 벽 사이에서야 칼을 찾아냈다. 

날 삼 분의 일 정도에 피가 배어 있었다. 


'그래도 칼을 꽂긴 했네. 자식.'

 

핏자국과 발자국을 비교했다. 

여기서 몸에 박힌 칼을 뽑아 문틈으로 던진 거군. 


허벅지였겠지. 

칼잡이들은 거길 노린다. 

맞추기 쉽고 치명적이다. 

게다가 헤라클레스는 덩치가 무척 컸을 테니 찌르기 적당한 위치다. 


피가 가장 많이 몰린 튄 곳을 찾았다. 

워커 발자국 하나가 피의 흐름을 막고 있는 게 보였다. 

칼을 뽑을 때 땅을 디디고 서 있던 곳이다. 

옅은 핏자국이 타박타박 찍혀있다. 


이 발자국이 분명히 맞는 거 같은데 크기가 이상했다. 

250이나 될까. 

그렇다면 헤라클레스라는 게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건가. 


"현장 클리어. 단서 발견. 추적 중. 

둘 이상일 가능성 있음." 


핸드폰을 열고 현장 보고를 마쳤다. 

피묻은 발자국은 점점 옅어져서 한 블록 너머로는 찾기 어려웠지만 군데군데 떨어진 핏방울이 그를 계속 안내했다.

 
'지혈을 하지 못했어.'

 
흔적은 중심가를 빠져나와 대학교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일정 간격으로 균일하게 방울이 보인다. 

벽에서 멈춰 있지도 않았고, 심한 부상은 아니다. 


야식을 파는 가게를 지나는데 튀긴 감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허기가 밀려왔다. 

이 상황에서도 배는 고프다. 


손을 내려다보니 살살 떨리고 있었다. 

심장도 쿵쿵거렸다. 

핏방울은 5층이나 6층 정도 되어 보이는 빌라 건물로 들어갔다. 


현관을 넘으면서 총에 소음기를 걸었다. 

문 손잡이를 1층부터 하나씩 살폈다. 

2층 맨 끝 문에서 찾던 걸 발견했다. 

숫자 키 덮개에 피가 있다. 

숫자 버튼 네 개에도. 


뭐가 먼저일까?
숫자가 안 보일 정도로 피가 가득한 게 첫 번째다. 

그 다음은 뭐, 계속 시도해 봐야지.


도어락은 네 번 만에 열렸다. 

딱 평균치다.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이미 삑삑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문을 조금 열고 문 뒤의 기척을 살폈다. 

안쪽에서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고 있다. 


문을 홱 열어젖히고 총을 허리춤에 끌어당긴 채 빠르게 튀어 들어갔다. 

뭔가 보이면 당긴다. 

팔을 뻗지 않으면 총을 떨어뜨릴 일도 없다. 


문은 해결사의 가장 위험한 경계다. 

문과 함께 박살 날 수도 있고. 

뛰어 들어가자마자 온몸에 총알이 박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문득 오드리가 생각났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더라도 기다리는 상대보다 더 빠르게 기관총을 갈겨대는 여자. 


역시나 샤워실에서 나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조용히 문을 닫고 어두운 거실로 진입했다. 

욕실 쪽에서 흐릿한 빛이 물소리와 함께 흘러나온다. 


쉬운 일이 되었다. 

가슴에 두 방, 쓰러지면 머리에 한 방. 

보스에게 보고하고. 

집에 가서 술 한잔하고. 


술. 

손이 심하게 떨린다. 


코너를 돌자마자 실루엣이 덮쳐왔다. 

방아쇠를 당겼지만 어이없이 빗나갔다. 

손이 떨려 팔을 앞으로 뻗어 정확도를 높이려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팔을 턱 잡혔다. 

손목을 구부려 방아쇠를 다시 당겨 봤지만 총알은 벽에 박혔다. 

몸이 붕 뜨더니 방 전체가 한 바퀴 붕 돌았다. 

가까스로 손을 짚어 머리부터 떨어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총. 총은 어디로 떨어졌지? 

충격으로 몸이 무겁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는데 무릎이 날아왔다. 

몸에서 힘을 빼며 받아서 뒤로 홱 젖혀진다. 

가슴이 뻐근했다. 

숨이 잠깐 동안 멈춘 느낌이었다. 

그래도 타격이 그리 세지는 않다. 


흐릿하게 보이는 그림자는 역시 작은 체구였다. 

250 사이즈의 그 녀석이군. 

더 큰 녀석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총이 없어도 승산이 있다. 


적이 달려들었다. 

카운터를 날리려고 복싱 자세를 취하는데 적이 시야에서 쓱 사라진다. 

태클이다. 레슬러다! 

아까 팔 잡아 던진 건 유도 기술인데? 


양다리를 잡혀 뒤로 밀리면서 털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절대 레슬러들과 바닥에서 엉키지 마. 

그러는데 이미 바닥에서 엉키고 있었다. 


뒤로 넘어질 때의 충격에 기절할 것 같았다. 

옷을 잡아채어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적은 벌거벗은 데다 물기로 미끄러웠다. 


상대는 그의 몸에 올라타 셔츠의 옷깃을 교차해서 당겨 경동맥을 조여왔다. 

머리가 아득해진다. 

양팔을 빼내어 마구 휘저어 보았지만 타격을 제대로 먹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박치기가 빡 들어왔다. 


그걸로 정신이 나가기 직전에 다리를 차올려 겨우 뒤집는 데 성공했다. 

무겁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90킬로만 되었어도 목 졸려 죽은 해결사가 되었을 거야. 

죽어서 큰 창피를 당할 뻔했다. 


아니 지금도 상당히 부끄러운 상황이다. 

박치기를 먹은 오른쪽 눈이 희미했다. 

어둠이 저 녀석을 돕고 있다. 

스위치는 어딨지. 


총은 현관 입구 쪽에 있었다. 

상대는 공격을 서두르지 않는다. 

권투 자세를 잡았다. 


크게 휘두르면 안 돼. 

그러면 때려도 팔이 잡혀. 

그럼 끝이야. 

털보가 말했었다. 

짧게 끊어쳐야지. 


태클이 들어온다. 

아까보다 느려서 움직임이 보였다. 


다리를 잡혔을 땐 몸을 낮추고 발을 최대한 뻗고 무게를 실어. 

심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 


털보의 털이 얼굴을 쓸던 감촉이 떠오른다. 

권투로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패했었다. 


상대는 힘이 부쳤는지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 했다. 

그는 상대의 양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힘을 줬다. 

이 상태에서 벽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그런데 가슴이 있었다. 

게다가 너무 커서 팔이 걸려버렸다. 
여자다.


순간 그의 몸이 떠오르더니 크게 앞으로 넘어가 버렸다. 

업어치기다. 

신발장 모서리에 허리가 걸려 끊어질 거 같았다. 


팔로 머리를 가드하며 구르는데 추가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벽을 짚고 일어났다. 

등을 기댄 채 상대를 노려본다. 


한 걸음 다가온다. 
몰래 손을 뒤로 돌리고

두 걸음 째. 스위치를 찾는다. 


탈깍


불이 번쩍 들어왔다. 

여자가 눈을 가리는 틈에 발로 배를 밀어 차서 거리를 벌렸다. 

육탄전 쪽은 승산이 없다. 


총을 집어 겨누고 보니 상대는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침대보와 바닥에 피가 흥건해 있었다. 

자신의 손과 옷에도. 


허리를 칼에 찔린 조그만 여자에게 죽도록 맞다니. 

한숨이 나왔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귀가 눈에 들어왔다. 

약간 눌린 귀. 

 
그 귀다.

"고개를 돌려 봐." 


나직하게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힘겹게 들었다. 
그녀였다. 


상대도 알아보았는지 눈빛이 움직였다. 
그는 총을 겨눈 채 움직이지 못했다.

 
어제 잠들기 전에 내내 머릿속을 채웠던 그 여자가 침대에 누워 총알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 하던 대로 탄알 셋을 저 몸에 밀어 넣고, 흔적을 지우고, 술을 마시고,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그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파서인지, 체념해서인지. 

약한 미소다.

그 순간 모든 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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