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여자가 소총을 들고 파파팍 걸어갔다.
경찰을 흘깃 보더니 뚱한 표정으로 차를 몰고 가버렸다.
'뭐지, 저 여자는?'
[ 인간의 증명 ]
13장
경찰은 이틀째 대학교 주변을 배회했다.
배지를 조사해서 이 학교라는 것까지 알았는데 전공도 이름을 모르니 얼굴이 보일 때까지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번 찍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붙잡고 협박도 하고 물어도 봤지만 자신이 얼굴을 잘 묘사하지 못한다는 것만 깨달았다.
학교 보안요원과 실랑이하다가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그런데 다른 방법이 뭐가 있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것들 잡으면 죽기 전까지 두들겨 줘야 화가 풀리겠어.
남자 놈이고 여자 놈이고.
아니 여자 년인가.
에이 **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림자가 슬슬 길어 질 무렵이 되니 다리가 아팠다.
근처에 오토바이를 눕히고 매점에서 물이라도 얻어 가려고 학생회관 쪽으로 걸었다.
모퉁이를 도는데 건물 안에서 연속으로 커다란 총소리가 들렸다.
'어라, 기관총이다.'
가슴에 손을 넣었다. 총이 없었다.
'**. 총은 뺏겼지.'
입구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우루루 뛰쳐나왔다.
들어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엄청난 양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건물 다 부수겠네 새끼들. 무슨 전쟁 났나.'
총도 없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는 가만히 기다렸다.
이틀이나 기다렸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후 총소리가 끊겼다.
경찰봉을 꺼내 들고 일어서니 문이 벌컥 열렸다.
늘씬한 여자가 소총을 들고 파파팍 걸어갔다.
경찰을 흘깃 보더니 뚱한 표정으로 차를 몰고 가버렸다.
'뭐지, 저 여자는?'
어이없이 보고 있는데 그 깡패 새끼가 나왔다.
술집에서 방해한 놈.
오호라 다 한통속이었구나.
너구리 잡으려다가 늑대를 찾은 꼴이었다.
깡패 녀석은 바쁜 걸음으로 차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경찰도 오토바이를 향해 뛰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무전기를 켰다.
대학 학생회관에서 총격전.
시카고 조직 내 싸움일 가능성.
저놈 시카고 소속이었군.
그는 그들을 잘 알았다.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지프의 꽁무니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