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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군단] 흙투성이 파티 - 데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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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칼 놀림은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부드럽고 정교하게 손목이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이라면 더 잘할지도 몰라.


부엉이는 한 손으로 포도를 먹으며 다른 손으로 수비만 하고 있어도 

그 부드러움과 신속함과 강맹함을 다 표현하고 있다. 

리처드가 와도 쉽지 않겠어. 





[ 흙투성이 파티 ]


나그네는 미몽을 보고, 

맥은 자신이 생존을 위해 주변의 사물들을 보고, 

몽영은 수많은 색채를 보고, 

오드리는 가성비를 보며, 

X는 디테일을 관찰한다. 
  

데릭은 다르다. 

그는 전장을 내려다본다. 
  

선수들의 배치와 간격과 진형과 적들이 나타나면 위험한 방향과 언제 누구를 불러야 할지를 생각한다. 

선수들을 기호처럼 머릿속의 전장에 그리고 진형을 생각한다. 
  

그는 착잡한 심정으로 손목을 쓰다듬는다. 

칼잡이 둘이서 멋진 합을 겨루고 있다. 

하나는 칼집뿐이고 다른 하나는 우산이지만 날카로움은 잘 살아있다. 


그는 지금에서야 스카웃이 말했던 걸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녀석이 제법이란 말야. 


곰들은 존중할 만했다. 

끈질기기만 한 악어에 비해서 곰들은 오랜 역사의 전통이 있고, 전사에 대한 예의도 남아 있으며 무엇보다 의지가 강하다. 


그는 한때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다. 

검에 투자한 삼십 년의 세월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매의 스르나와, 사자의 리처드와 경쟁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리처드는 죽었잖아. 

그라이가 쓴 독에 당했지. 


전사로서 불쾌한 죽음이다. 

예의가 전혀 없다. 

전사는 자신을 찌른 적의 눈을 바라보며 이름을 묻고 가슴에 새기며 죽어가야 명예로운 것이다

그는 결코 독에 당해 침대에서 죽을 생각이 없었다. 
  

저들의 칼 놀림은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부드럽고 정교하게 손목이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이라면 더 잘할지도 몰라.


부엉이는 한 손으로 포도를 먹으며 다른 손으로 수비만 하고 있어도 그 부드러움과 신속함과 강맹함을 다 표현하고 있다. 

리처드가 와도 쉽지 않겠어. 


그는 나름대로의 유파를 창시할 정도로 성장한 검사들의 싸움을 상상해 본다. 

제임스는 어느 쪽이냐 하면 스르나와 닮아있지. 

막무가내처럼 보이지만 여러 번에 걸쳐 상대의 약점을 찾아 찌른다. 
  

“당신은 너무 정확하게 하려고만 해. 한칼에 승부를 내는 게 정답은 아니에요. 하나가 빗나가면 다른 하나로 메우면 됩니다.” 


스르나는 그렇게 충고했었다. 
  

“손이 세 개라면 삼검을 쓰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지만 스르나는 진심이라는 태도였다. 


“꼬리까지 쓰고 싶죠. 그라이 쌍둥이들이 도끼를 쓰라 안 해요?” 
“그라이는 쌍둥이가 아니야.” 


과거와 현재가 섞여 무심코 목소리를 냈다. 


“도끼를 권한 건 맞지만…”
“도끼를 잃어버린 건가요?” 


뒷자리에서  X가 고개를 쑥 빼며 묻는다. 


“아니다. 이건 그냥… 옛날 생각이야.” 


X는 그의 몸을 샅샅이 훑어보기 시작한다. 

“역시, 군번 줄이 하나 없군요.” 
“그렇군. 없어진 지도 몰랐네.” 


그는 하나 남은 그의 전사로서의 유물을 만져 본다. 

“언제 뺐어요?”
“숙소에서, 옷 갈아입을 때.”
  

X가 목소리를 낮추며 묻는다. 


“대장. 혹시 마더랜드에, 누군가의 옷이나 신발이나 물건을 이용하는 마법사 같은 게 있었나요?”
“음…” 


그는 기억을 훑는다. 


“그런 얘긴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나 들어 봤어요!” 


숨을 헐떡거리며 우산을 들고 싸우던 녀석이 싸움을 멈추고 이쪽을 보며 소리친다. 
그 말에 갑자기 연회장이 급속도로 조용해진다. 
  

“야 탐정아! 범인을 찾은 거니?” 


마리가 다가온다. 

그 테이블에서 맥과 오드리가 이쪽을 보며 쓰윽 걸어오기 시작한다. 

하미레즈도 벌떡 일어난다. 

뭐지, 다들 관련이 있는 건가. 
  

“네 좀도둑 같은 건 아닌 거 같아요.” 


탐정이 마리에게 대답한다.   


“맥, 이리 와서 아까 그 얘기 해 봐요.” 
“음… 말하자면 복잡한데 말이야.” 


맥은 주저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되잖아.” 


오드리가 말한다. 

맥은 잡아먹을 듯이 오드리 쪽을 보더니 입을 뗀다. 
  

“오드리가… 스타킹 신은 걸 봤는데…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
“뭐에요? 스타킹만 신었다구요? 둘이 뭐 했던 거예요?” 


마리가 치고 나온다. 
  

“난 오늘 스타킹을 신지 않았어.” 


오드리가 대답한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마리가 말한다. 
  

“그게 중요합니다.” 


탐정이 생각에 잠긴 채 말한다. 
  

“무슨 소리들 하는 거냐. 스타킹이라니?” 


생명의 여신까지 참가한다. 
  

“스타킹~ 스타킹~” 


아라가 동요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와 현악단의 음악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가고 파티는 한참 무르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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