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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군단] 흙투성이 파티 - 이름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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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을 향해 뾰족한 무언가가 쑤욱 들어온다. 

칼이 아니라 우산이지만 살기는 똑같이 실려 있다. 

그의 몸은 자동으로 반응한다. 

우산은 무척 빠르게 몸의 여기저기를 베어 온다. 





[ 흙투성이 파티 ]


접시와 함께 지나가는 포도를 확 잡아채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는다. 

그는 검집만 차고 있는데 이곳에 들어올 때 예진의 닦달에 비광한테 칼을 뺏겨서다. 


그것 때문에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먹을 게 너무 많아서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상큼한 청포도의 맛이 침샘을 자극하고 목을 넘어가 배를 채운다. 


소란스런 소리들이 들리다가 이내 눈 오는 소리만이 남은 고요한 적막에 휩싸인다. 

연회장 중앙에 그랜드 피아노가 하얀 눈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 연주자도 없이 소리를 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스쳐가더니 어느샌가 그 혼자 눈길을 걷는다.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꿈일까. 

아니면 둘 다 꿈일까. 

꿈속의 꿈일까. 



그의 목을 향해 뾰족한 무언가가 쑤욱 들어온다. 


칼이 아니라 우산이지만 살기는 똑같이 실려 있다. 

그의 몸은 자동으로 반응한다. 

우산은 무척 빠르게 몸의 여기저기를 베어 온다. 


마구잡이 같아 보이지. 

하지만 갑자기 우산이 늘어날지도 몰라. 


중원에서 한 번도 상대해 보지 못한 기술. 


내 칼이 저렇게 순간 늘어난다면 좋겠어. 


그의 머릿속에 모든 중원의 초식들이 흘러간다. 


생각났다. 

가면의 녀석. 


비광의 타박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여까지 와서 뭐 하는 거여 이것들아!  


그는 왼손으로 검집을 가로로 들어 막아내며 오른손으로는 포도를 계속 입에 넣는다. 

그는 눈 덮인 벌판에서 칼을 뽑아들고 휘두른다. 

그는 연회장에서 칼춤을 춘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뻗은 오솔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하얀 눈의 춤을 추며 그렇게 남은 발자국이 즉시 사라진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문득 연회장 어두운 그늘에 숨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바라본다. 

득달같이 달려가 어둠 속으로 파고들어 칼집을 휘두른다. 

상대는 깜짝 놀라 칼을 떨어뜨리고 달아난다. 


그는 진흙이 묻은 칼을 주워 검집에 넣는다. 

꼭 맞는다. 

그리고 그는 미몽 속을 걷는다. 

파티장의 카펫 바닥에 하얀 눈발 자국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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