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B가 왔나 봐… 아냐! 지금은 내가 B이기로 했는데!
비석도 받았잖아.
아니 근데 그와 싸운 적이 있었나?
내가 처음부터 B였던 거였잖아?
그래 잘못 본 거겠지.
[ 흙투성이 파티 ]
파티는 즐거운 거라고, 즐거워야 한다고 예진 누나는 말했다.
그는 웃고 싶었지만 극심한 두통 때문에 얼굴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입꼬리를 치켜 올려 보고 광대에도 힘을 줘 보지만 찡그린 이마와 빨갛게 번진 눈알 때문에 무서운 얼굴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누군가 셔츠 앞자락을 당긴다.
“어디 아퍼여?”
아라. 요 조그만 아이가 날 걱정하는구나.
“아냐. 광대를 따라 하는 거야. 피에로 놀이 아니?”
“그러고 보니 피에로 얼굴이랑 비슷한 거 같아여… 그 가면 쓸 거에여?”
아라가 옆에 둔 가면을 가리킨다.
“응.”
“가면 무도회구나! 나도 가면 쓰고 싶은데.”
“이거 써 보렴.”
그는 아라에게 가면을 내민다.
아이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그의 가면을 쓰고 신나게 카펫을 뛰어다니다가 테이블에 박는다.
가면은 날아가고 어둠 속의 누군가 그걸 줍는다.
가면을 쓴 자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두통이 밀려온다.
선대 B가 왔나 봐… 아냐! 지금은 내가 B이기로 했는데!
비석도 받았잖아.
아니 근데 그와 싸운 적이 있었나?
내가 처음부터 B였던 거였잖아?
그래 잘못 본 거겠지.
눈을 깜박이고 눈물을 훔치며 잘못 본 거길 바라며 고개를 들어도 가면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그를 보고 서 있다.
하이드로코돈, 마약은 아니지만 환각이 생길 수 있어.
라팽이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 환각이야…
그는 지금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파서 시간과 장소를 혼동한다.
저 가면을 내가 뺏어 써야겠어 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 언젠가 그의 고향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할 것인가 / 뛰어들 것인가 / 뛰어넘을 것인가 (김현승 시인, "제목"에서)
그는 기억나는 싯구를 중얼거리며 상대를 향해 우산을 찔러 간다.
▶ [세계관] 흙투성이 파티 -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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