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라면 집이 이 근처거나 회사가 이 근처이거나.
왜 안 보이는지 조바심이 났다.
자신을 엿먹인 놈은 철저히 되갚아준다.
다시는 덤빌 생각도 못 할 정도로.
그게 이 사회의 정의다.
[ 인간의 증명 ]
8장
경찰은 하루 종일 온 시내를 들쑤셨지만 소득이 없었다.
어제 그 새끼를 찾아서 죽여놔야 잠이 오겠는데 말야.
발포 건은 총기사고로 처리해서 정직은 면했지만 총을 압수당했다.
그래도 이게 있으니까.
경찰봉을 구둣발에 툭 툭 치며 생각했다.
찾기만 하면 요걸로 곤죽을 만들어 줄 작정이었다.
그 다음엔 무릎을 꿇리고 빌게 해야지.
다른 녀석들이 그랬던 것처럼.
해가 떨어질 때까지 술집들을 죄다 기웃거려 봐도 코빼기도 안 보였다.
어제 그 바에 가서 바텐더를 족쳤지만 자주 오는 손님이라는 거 말고는 더 나오는 게 없었다.
단골이라면 집이 이 근처거나 회사가 이 근처이거나.
왜 안 보이는지 조바심이 났다.
자신을 엿먹인 놈은 철저히 되갚아준다.
다시는 덤빌 생각도 못 할 정도로.
그게 이 사회의 정의다.
그놈을 찾아 죽이고 나면 그 연놈들 차례였다.
말하는 싸가지를 보면 대학생들인 게 틀림없었다.
사내 새끼는 죽여버리고 여자애는 데리고 놀다 처리해야지.
가슴이 죽였는데 **.
그 새끼 때문에 아 **.
다리가 아파서 노천에 파라솔이 있는 테이블에 무작정 걸터앉았다.
"야 적당히 먹을 것 좀 내놔 봐."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던졌다.
조금 지나서 동양계 웨이트리스가 튀긴 감자와 주스를 탕 하니 내려놓았다.
"야."
"왜요?"
쭉 찢어진 눈초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 이 노랭이 ***이. 뭐 불만있냐?"
안 그래도 폭발하기 직전인데 오늘 시체 하나 보겠군.
주인이 화들짝 뛰어나왔다.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얘가 일한 지 얼마 안 돼서요.
몰라뵈었나 봅니다."
주인은 여종업원을 들이밀다시피 안으로 감췄다.
경찰이야 경찰 하는 소리가 가게 안에서 흘러나왔다.
"아 **. 오늘 일진이 왜 이런지 모르겠네."
혼잣말을 하며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노골적으로 쳐다봤다.
추파도 좀 던지고 노닥거리는데 사내 셋이 옆자리에 앉았다.
운동을 했는지 제법 건장해 보였다.
운동선수거나 체육 특기생이겠지.
잘됐어.
경찰봉을 안 보이게 허리 뒤춤에 끼워 넣었다.
"와. 니들 게이냐아? 사내놈들끼리 머하냐."
셋 중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을 노려보며 말을 던졌다.
"이거 뭐야?"
의자가 쿠당 하고 넘어지더니 검은 쪽 놈이 다가왔다.
"왜 시비야 아저씨?"
"아 그냥. 심심해서."
일어나며 실실 웃었다.
"뭐해 병신들아. 따라와."
빌딩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무슨 건물을 앞면만 닦아 대는지,
조금만 옆에서 보면 먼지가 가득했다.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물 위에 둥 둥 떠있다.
작은 외등이 들어와 있기는 했지만 으슥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세 녀석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따라 들어왔다.
"잘 왔다 얘들아."
그는 경찰봉을 뽑아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제발 그만…"
"뭘 그만해 임마. 졸라 센 척하더니.
아이고 다들 약골이구만.
요즘 학생들이란 것들이 다 이 모양이지.
핸드폰 다 내놔 봐."
쓰러져 있는 녀석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뒤져 봤다.
"아이 씨. 무슨 까리한 여자 사진 하나 없냐아.
이 새끼들 진짜 게이 아냐?"
실망하고 있는데 한 녀석 가슴에 노란 배지가 보였다.
그 연놈들도 달고 있었지.
노력한 보람이 있구만.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거야.
순서는 달라졌지만 여자 쪽부터 찾아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