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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인간의 증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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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한 명이 다리를 감으며 속삭인다. 


"맥. 맥. 자주 좀 오라니까. 술 한 잔 줄까?" 


안면은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술 한 잔하는 말에 손이 덜덜 떨렸다. 

여길 벗어나야겠어. 




[ 인간의 증명 ]



4장

조직 사무실은 번화가 한 가운데서 네온을 당당하게 틀어대고 있는 고급 클럽 안에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데다 좁은 복도가 미로처럼 꼬여 있어서 구조를 모르고는 적이 쳐들어오기 어려운 곳이었다. 


보스는 호주머니에 땅콩을 가득 넣고 쩝쩝거리며 말하는 노친네였는데 아직도 조직에서 더 승진하려는 야망을 버리지 못했다. 

맥이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랴 너희가 우리 조직의 미래여.' 


쩝. 꿀꺽. 땅콩 몇 개 꺼내 쥐고. 


'덕분에 나도 롤스로이스 함 굴려 보는 거 아닝가?' 


입에 털어 넣고. 


털털하고 제법 인자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회칼을 잔인하게 쓰는 데다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 

사무소의 위치나 경비 시스템이나 항상 따라다니는 보디가드들이나. 


'죽기는 싫은 거지. 화장실에도 같이 가잖냐.'

 
키즈가 언젠가 그걸 두고 낄낄거렸다. 
키즈 역시 맥과 비슷한 나이에 같이 일을 시작했다. 

초반엔 클럽 여자들과 같이 어울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무슨 팀장이랍시고 졸개들을 데리고 우루루 몰려다니곤 했다. 

권력에 맛을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다 언포기븐인가 서부영화가 유행하던 재작년에 조직 최고의 총잡이가 누구냐 라는 화제가 돌면서 키즈와 충돌한 적이 있었는데 설전 끝에 총격전으로 갈 뻔한 후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라고라. 들어봤나." 


보스가 입에 땅콩을 떨어 넣었다. 

말 한번 하고 탁 털어 넣고. 

리듬감이 넘치는 보스였다. 

맥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리해라잉."

"정체는 뭡니까?"
"뭐. 라틴 애들이 고용한 떠돌이겠지. 이번엔 깔끔하게 처리해." 


그러면서 그의 목에 있는 멍을 노려보았다. 


"총기는 어떤 걸 쓴대요?"
"총은 안 쓴다. 주먹으로 때려눕힌다고 카더라. 

우리가 나 참 머 좀 할라- 치면 나타나서 방해하는 거 보면 

북쪽 애들인 거도 같고. 

쩝. 이런 식으로 선전포고도 없이 한단 말이여. 

법이 무너졌어 법이. 꿀꺽. 

처리하고 뒤져서 어디 소속인지도 알아바라이." 


마지막 단어는 오득오득 땅콩을 씹으면 말했다.

 
"그렇게 하죠."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문을 닫기 전에 보스의 목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그놈 새끼. 

얼굴 디밀면 바로 연락 때릴끼야.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라."

사무실을 나와 홀로 들어섰다. 

곧 손님들이 들이닥칠 시간이었다. 

잔잔한 블루스가 깔리고 플로어에는 손바닥만 한 옷으로 몸을 가린 댄서들이 흐느적거렸다. 


2.5초마다 돌아오는 천장의 붉은 레이저 빛이 눈을 찔렀다. 

그 간격에 맞춰 자신도 모르게 총을 꾹 쥔다. 


술이 땡긴다. 

공짜라서 여기서 술을 마시기도 했었지만 젊은 애들을 끼고 히히덕거리는 녀석들 꼴 보기 싫어서 포기한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눈에 안 들어오고 쟁반 위로 위스키병이 둥둥 떠다니는 것만 보인다. 

혀가 바짝 마르고 몸이 덜덜 떨린다. 

정신 차리자. 

절대 마시지 않는다. 

이러다 저승에서 토라를 만나겠어.


누군가 엉덩이를 탁 친다. 

진한 향수가 오른쪽 어깨를 타고 올라온다. 

댄서 한 명이 다리를 감으며 속삭인다. 


"맥. 맥. 자주 좀 오라니까. 술 한 잔 줄까?" 


안면은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술 한 잔하는 말에 손이 덜덜 떨렸다. 

여길 벗어나야겠어. 

진땀을 흘리며 홀을 나서는데 마침 덩치들이 우루루 들어왔다. 

키즈였다.  


"아이고! 맥도널드!"

"그걸로 부르지 말라니까. 몇 년째냐."


아랑곳 하지 않고 키즈는 떨리는 손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야 야. 진짜 손 그래서 누굴 맞추기나 하겠나? 

꼭지나 당기면 다행이겠네. 

안 그르냐 애들아?"


졸개들을 돌아보며 키즈가 말했다. 

왁자지껄 웃음이 홀에 퍼진다.

 
"아~ 새끼. 이제 맞고 다니냐. 

목 바라. 목 바라. 

애들 보기 창피해서 일 못하겠다." 


그러면서 어깨에 팔을 걸쳤다. 

술 냄새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난 간다." 


맥은 팔을 거칠게 빼며 걸음을 옮겼다. 


"야. 일하다 무서우면 날 불르라. 

최고의 총잡이가 달려갈끄야아." 


웃음을 터트리며 졸개들을 쳐다본다. 

또다시 왁자지껄. 


클럽을 나서자 짙은 수분을 머금은 찬 공기가 허파를 채웠다.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한숨에 연기를 실었다. 

술이 더 당기는 밤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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