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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까마귀의 고해 1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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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씹는 소리가 끊겨서 그 애를 보니 눈이 그림자를 향해 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연보라색 껌 덩어리가 혀에 살짝 보인다.


깜짝 놀라 조작하던 걸 풀자 그녀가 잠시 후 다시 껌을 씹기 시작한다. 

눈빛에 호기심이 어려 있다.





[ 까마귀의 고해 ]


1부 1장 고해 (4)

‘까마귀의 둥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폴로 주식회사의 70층 건물을 올려다본다. 

원래 주기율표에 따르면 크립톤이어야 하는데. 

회사 내부에서 슈퍼맨에 대한 특혜니 어쩌니 하는 다툼을 벌이더니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원칙을 정하고 필요하면 예외를 만들고. 

결국, 지들 마음대로인 거지.

  
오예. 신간이야. 신 나. 

오늘. 오후. 이걸로. 

혼자. 문을. 잠그고. 보면. 


신간 코너에서 책을 뒤적이는 피오나의 생각을 들으면서 한참 재미있어하고 있는데 껌 냄새가 확 풍겨온다.


“사장님, 저 여자 마음에 들어요?” 


깜짝 놀라 표정을 굳히고 쳐다보니 그 알바생이다. 


“케이. 이제 출근한 거냐?”
“뭐 스타일이 좋긴 하지만 서른 다 된 늙다리 같은데.”
“오늘은 30분이나 늦었구나.”
“여자나 훔쳐보면서 실실 쪼개고. 변태 같아요”
“게으름이 사람으로 깊이 잠들게 하나니 태만한 사람은 주릴 것이니라.”


30대 초반의 남자와 10대 후반 여자의 대화는 이렇게 평행선을 그린다.


“또 성경 얘기, 무슨 윤리쌤도 아니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장님을 싫어하는 거야”
“너도 껌만 안 씹으면 좀 귀여운 여자 같을 텐데.”
“그거 성희롱인 거 같은데요?”


케이는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계속 쏘아붙인다. 

합성 포도 향의 냄새를 풍기면서. 


그는 케이의 말을 흘려들으며 서점 정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만든 그녀의 머리카락 그림자에 집중한다. 

머리를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가 튀어나온 부분을 꾹꾹 누르며 화를 삭인다. 


껌 씹는 소리가 끊겨서 그 애를 보니 눈이 그림자를 향해 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연보라색 껌 덩어리가 혀에 살짝 보인다.


깜짝 놀라 조작하던 걸 풀자 그녀가 잠시 후 다시 껌을 씹기 시작한다. 

눈빛에 호기심이 어려 있다. 


‘본 건가. 뭐 좀 지나면 착각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는 잊는 걸 돕기 위해 아무 말이나 건다. 


“늦었으면 바로 일 시작해야지. 수다는 그만 떨고.”


웬일인지 아무 대꾸 없이 수긍하고 그녀의 위치로 돌아간다. 

걸어가다 고개를 돌려 그를 한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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