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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이브라힘 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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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애 동안 여유를 가져 보려고 해요. 


난 잘 살았습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나를 이브라힘이라 불러 주시오. ]



제 8장


그녀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이 얼굴이 마지막 기억이 될 터였다. 

그는 한 시간 전에 그녀를 안았다. 

허먼은 놀랐지만 순순히 몸을 주었다.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분노는 녹았지만 예전 같은 따스함은 절대 돌아오지 않았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녀의 부탁은 들어주었지만 끝내 그녀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를 말해주지 못했다. 

그 사실이 떠나는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허먼의 집을 나와 해변을 향해 걸었다. 

덴버는 그를 위해 배를 한 척 만들어 줬다. 

조선 기술은 이곳에서 전혀 쓸모있는 게 아니었다. 

단 한 대의 배를 만들기 위해 뱃사람의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야 했다. 

덴버는 매년 해수면 높이의 변화를 기록해 두었다. 

지구 어딘가에 수면 위로 올라온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에베레스트 같은 곳.

이브라힘은 오늘 그 기록을 지웠다. 

요 며칠간 도서관에서 다시 살다시피 하면서 기록을 찾아 없앴다. 

그는 이제 역사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엘리야의 눈을 떠올렸다. 

그가 아주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엘리야의 눈도 빛나고 있었다. 

그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어느새 발에 모래가 들어왔다. 

배가 보였다. 

해변에 앉아 모든 것을 집어삼킨 바다를 바라봤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진득했다. 

검은 물 위로 동그란 빛이 보였다. 

달인가 싶었는데 구름이 가득했다. 

그 빛이 조금씩 다가와 멈췄다. 

커다란 해왕류 하나가 노려보고 있었다. 

매끄러운 회색의 피부가 물기를 머금고 호흡에 따라 부풀었다 줄었다 했다.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너의 창조자인 걸 아느냐. 

묻고 싶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신부가 비척거리며 다가왔다. 

손에는 잎으로 만 담배가 두 개 들려있었다. 

털썩 안으며 힘들게 입을 떼었다.


"한 대 필 텐가?"
"저는 담배는…"
"한 대 피게. 마지막으로 보는 걸 텐데. 작별 선물일세."
"어떻게 아셨습니까?"
"여기서는 비밀을 지키기 어렵지 않은가. 

덴버가 해변으로 자꾸 가길래 협박했지. 

이제 난 무서운 게 없으니." 


궐련을 빨아들이더니 캑캑거리며 기침과 가래를 뱉어내고 말을 이었다. 


"저 배를 타면 갈 데는 있나?"
"혼자 지낼만한 조그만 섬이 있습니다."
"그래. 좀 내려놓게. 

뭐가 자넬 그렇게 눌러댔는지는 모르겠지만."
"허먼을 잘 돌봐주세요."
"나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겠지만. 

그동안은 노력해 보겠네." 


신부는 마지막 한 모금의 연기를 뿌리고 삐걱거리며 일어섰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신부는 떠났다. 

이브라힘은 가슴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며 오래전 존재했던 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걸 깨고 싶어도 잘 참아냈죠. 

이곳에서 제가 할 일은 없어졌습니다. 

남은 생애 동안 여유를 가져 보려고 해요. 

바쁜 인생이었거든요. 

그 정도는 괜찮겠죠…

난 잘 살았습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난 섬에 도착하지 못했소. 

두 번째 닥친 폭풍이 방향타를 부러뜨렸지! 

그러다 빙산에 배를 잃었다오. 

난 가라앉고 있소. 

예전이라면 북극해라 불렀을 이 바다의 시린 물이 나를 감싸고 있소. 

한순간도 놓지 않았던 이제 목걸이를 놓겠소. 

이건 내 평생을 옭아맨 구속이었다오! 

부디 이게 그대에게 갈 수 있었으면 하오. 

이 안에는 내 꿈과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들어 있소.


난 아마 죽지 않을 거요! 

수만 톤의 물이 나를 짓누르겠지만 그 안에서 난 숨을 쉴 거요. 

누군가 날 찾아서 꺼낼 때까지 난 잠들려 하오. 

그땐 세상이 전과 같았으면 한다오.

아주 오래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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