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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열여섯 살의 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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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허먼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고 저런! 배가 가라앉고 있어요.

남자의 몸이 물에 잠겨 들어가네요.






[ 열여섯 살의 꿈 ]



1장


저- 기, 저 아래 커다란 섬이 보이나요? 

해님은 산자락에 걸려 달과 자리를 바꾸고 있어요.
구름 사이로 내려다보면 섬 어딘가 빛이 모여 반짝이는 곳이 있답니다. 

아, 이미 안다구요?


그래도 얘길 더 들어봐요. 

저 아래 세 개의 도시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 메트로에요.
좀 더 가까이 내려가 볼까요?

여기요. 1번가 쪽이에요. 

부자들이 사는 동네죠. 

비싸 보이는 차들이 많을 거에요.


커다란 포플러가 있는 집을 찾았나요? 

2층 창가로 내려와 봐요. 

창문을 살짝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보아요.

그 여자애가 사는 곳이에요.

봐요. 여길 보세요. 

그 애가 자고 있어요. 

더 가까이 와 봐요. 

잠든 모습을 보세요. 

엎드려 있는 거 같죠?


교복 치마를 입은 다리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어요. 

한겨울인데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될 텐데 말이죠. 

몸이 약한 아이거든요.


아직 저녁 무렵이니까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모양이에요. 

잠꾸러기인가 봐요. 

연한 갈색 머리가 얼굴에 흘러내리고 있네요.


눈은 감겨있지만 눈꺼풀 안에서 눈동자가 움직이고 있어요.
아마도 꿈을 꾸고 있나 봐요. 

아직은 아니지만 그녀의 꿈은 앞으로 중요해질 거에요.
이곳을,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세요.



"우음…" 마야가 꿈틀거렸습니다. 

찬 바람에 종아리가 시려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어, 창문이 왜 열려있지…" 


침대에서 빠져나오는데 이불에 다리가 말려 넘어질 뻔했습니다.
여기저기 멍들어 있는 다리가 보기 흉했어요. 

잘 넘어지는 데다 책상에 부딪치는 일도 다반사였어요.
창문을 닫고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법 귀여운 거 같아.' 


그녀는 생각했어요.


'조금만 더 예뻐지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녀는 충분히 예뻤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걸 거에요.
얼굴도 갸름하고 키에 비해 얼굴도 작아요.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목선이 보기 좋군요.
반 아이들이 부러워하는데도 그녀는 잘 몰라요.
왜냐하면 마야에게는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데 그 애가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침 그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 오네요.


헬로키티 덮개를 열고 핸드폰을 눌러요. 

화면에 니플이라는 이름이 떠 있어요. 

그녀의 유일한 친구의 별명이에요.
남자아이들로부터 인기가 아주 많은 여자애죠. 

마야가 청초하게 예쁘다면 니플은 쾌활함의 대명사에요.
언젠가 속옷을 깜빡 잊고 등교한 이후 니플이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그 별명을 창피해하지도 않는답니다.


마야가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네요.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여 볼까요. 


'없는 전화번호입니다. 

다시 전화를 연결하시려면 별표, 경찰에 연락하려면 샵 버튼을 눌러주세요.' 


미리 녹음된 여자 목소리가 들려요. 

무슨 일일까요?


마야는 당황하지 않고 말해요.


"니플. 장난 그만. 무슨 일?" 


잠에서 덜 깼는지 혀를 잘 쓰지 않고 대충 말하고 있어요. 

발음이 분명치 않아요.

니플은 이렇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걸 아주 잘했어요.
동급생들이 깔깔 웃으며 '당장 성우 해도 되겠다' 라고 말하지만 니플은 유명한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해요.
니플의 재능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마야가 전화를 끊고 있어요. 

니플이 집 앞으로 오겠대요.
선물을 준다나요. 


오늘은 그녀의 생일입니다. 

마야는 올해 16살이에요.


메트로에서는 그 나이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해 준답니다. 

편의점에서 술도 살 수 있어요.


"얘야." 


아래층에서 엄마가 부르고 있어요. 


"밥 먹으러 내려오렴." 


마야는 콩콩거리며 계단을 내려갔어요.
주인도 없어졌으니 소녀의 방을 한번 둘러볼까요.
진열장에 인형들이 가득해요. 

이렇게 많은 인형은 처음 봐요.


부드러운 털의 곰 인형도 있고 양과 늑대와 같은 동물 인형들도 있어요. 

특이한 것들도 많아요.
나무와 천으로 만든 기묘한 것들이에요. 

숙모가 몇 개씩 만들어 보내주는 애들인데, 

아주 오래 전에 존재했던 나라의 전통 인형이랬어요. 


인디언의 카치나랑 러시안가 어디의 마트로시카 그런 그런 이름이었는데 마야는 잘 기억하지 못했어요.
대신 그녀의 방식으로 이름을 주욱 붙여 줬죠. 

코가 긴 녀석은 코쟁이라고 불렀어요.
울고 있는 얼굴의 인형은 울보라고 불렀는데 그건 사실 눈물이 아니라 눈 아래 화장을 한 거였어요.
그녀는 보고 싶은대로 보거든요. 

눈이 찢어진 여자인형은 찐눈 이라고 불렀어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코코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난 마야니까 넌 코코'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요.
그건 괴상한 표정들의 인형들 사이에서 유독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애 인형이었어요.

일 층에서 설거지하는 소리가 들려요. 

밥을 다 먹은 모양이에요.
생일이라고 평소보다 반찬이 한두 가지 많은 것도 같았지만 사실 별 차이 없었어요. 

케이크도 없었구요.


하지만 마야도 그녀의 엄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어요. 

벌써 이렇게 몇 번의 생일을 보낸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가 이렇게 물어봤답니다.


"생일선물로 필요한 거 있니?" 


없으면 말고 하는 말투에요.


"별로 없어." 


그녀 역시 별 기대 안 하고 있네요. 


"아참, 귀여운 남동생을 하나 주면 어때?"
"그러기엔 너무 늦은 거 같은데." 


엄마는 웃으며 말했어요. 

농담이겠거니 하는 모양입니다.
역시나 마야는 대답도 잘 듣지 않고 일어나요. 

밖에서 마야를 부르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그녀는 엄마의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 앞으로 나섰어요. 

교복만으로는 추울 텐데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닌가 봅니다.
문을 여니 찬 바람이 쌩쌩 불어요. 

손을 교복 주머니에 꽂고 말을 합니다.


"웬일야 니플."
"선물에 당첨되셨습니다. 친구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세요." 


니플은 또 성우 흉내입니다.
그러면서 하늘색의 목걸이를 건네줬습니다. 


"남친이랑 해변에 갔다가 건진 거야. 비싼 건 아닌 거 같아. 목에 걸어봐." 


니플의 손에 쥔 돌이 잠깐 빛났습니다. 

니플은 그걸 보지 못한 거 같았습니다.


'건전지가 들어있는 장난감인가?' 


마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목에 걸었어요.
직접 손에 쥐어도 보고 흔들어도 봤지만 다시 빛나지는 않았습니다. 

잘못 보았나 봐요.


"와 무척 잘 어울리시네요. 

백화점 특별 할인가로 500유로에 드리겠습니다.
지금 행사 중이라서 12층에 가시면 5% 쿠폰도 드리고 있습니다, 고객님."


니플은 백화점 점원 목소리를 내며 아주 신나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텄는데도 흥분해서 볼이 빠알갛습니다.


"고마워 니플." 


그렇게 말하는데 세상이 핑 돕니다. 

마야는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마야는 큰 바다 위를 날고 있습니다. 

저 아래 배가 한 척 보입니다. 

배를 실제로 본 건 처음입니다.


한 남자가 뱃머리에서 키를 돌리며 비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마야를 올려다보며 뭐라고 말을 합니다. 

억양이 특이해서 잘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허먼…' 이라고 부르는군요. 

'날 용서해… 주게…' 라는 말도 들립니다.


난 허먼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고 저런! 배가 가라앉고 있어요.
남자의 몸이 물에 잠겨 들어가네요. 

구하려고 해도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습니다. 

악몽을 꿀 때처럼요. 


'허먼이 아니야. 넌 나의 아이 중에 하나구나.' 


마지막 말은 또렷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저 남자는 아빠가 아닙니다.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사진이 몇 장 있어서 얼굴을 기억해요. 

바다에 잠기는 남자의 손에 하늘색 빛이 반짝 빛납니다.


마야는 헉 소리를 내며 깨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 안입니다. 

니플과 엄마가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 다행이다. 갑자기 쓰러져서 놀랐어." 


니플이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래." 


엄마는 니플보다도 더 마야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집을 보니 뭔가 예전과 달라진 느낌입니다. 

그게 뭐지 생각하는데 자꾸 어지럽습니다.


"침대까지 데려다 줄게." 


니플은 그녀를 부축하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마야는 몸에 힘이 없습니다. 

다시 잠에 빠지려 해요.
이불을 덮어주자마자 눈이 스르르 감깁니다.


니플은 뭔가를 밟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인형의 팔이 꺾여져 버렸네요. 

바닥에 쏟아져 있는 인형들을 보며 혀를 찹니다. 


"어린애처럼 이게 뭘까요."


혼잣말조차 선생님 흉내를 냅니다. 

인형들을 끌어모아 진열장에 정리합니다. 

마야가 추워할까봐 커튼을 치고 방을 나섭니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두 여자가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야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습니다. 

눈동자가 왔다갔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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