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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이브라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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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도했어요, 아빠. 아난이 죽지 않게요." 


아버지는 말없이 어깨를 토닥였다.
의사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신이 내린 기적이라고 말했다.




[ 나를 이브라힘이라 불러 주시오. ]


제 1장



나를 이브라힘이라 불러 주시오!
그대가 진실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소.
내가 지운 기록들을 힘겹게 끼워 맞추고 있을 거요.
어디까지 해냈을지 모르겠소.
거기까지만 해도 잘한 거라 생각하오.
이제 그럴 필요 없소. 내 말을 들으시오.

내가 이 세상을 만들었소.
내가 그전 세상을 파괴했소.



사람들은 숫자를 거꾸로 셌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전 세계의 눈이 시계의 초침을 향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드디어 새 천년이 열렸다.

지중해가 보이는 라디키야의 한 저택에서 부부가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한 지 5년째 되었고 여자의 배는 불룩했다.
그리고 새해의 첫날, 신은 그들에게 아이를 보냈다.
아이는 이브라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악을 쓰며 울지도 않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렸다.
이브라힘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해변 근처의 커다란 저택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3층 계단을 오르내리자 두툼한 카펫이 계단 주위를 감쌌다.
마당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젊은 시리아 여자가 항상 옆에 붙어 다녔다.
가끔 다치고 상처 입기도 하면서 이브라힘은 건강한 아이로 자랐다.

이브라힘이 5살이 되던 해 여동생이 태어났다. 이름은 아난.
아난은 한 살과 두 살 때 큰 수술을 받았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의 건강한 이브라힘과는 달리 창백한 얼굴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계단을 감싸던 페르시아산 카펫 조각들은 창고로 들어갔다.
시리아 여자는 그녀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활발한 아이를 찾아 떠났다.
여동생은 침대에 누워 시간 대부분을 보냈다.


"동생한테 잘해 주렴. 

하고 싶어도 못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단다."


언젠가 그가 동생을 놀리는 걸 본 아버지가 얘기했다.
그는 여동생을 볼 때 어머니가 짓는 표정을 통해 그게 무슨 말인지 짐작했다.
그는 아난이 건강을 되찾기를, 같이 마당에서 놀 수 있기를 기도했다.
이브라힘의 간절한 기도가 잦아지자 한번은 꿈에도 나왔다.

동생과 함께 집 주위를 에워싼 상수리나무를 타고 올라 담을 같이 뛰어다니며 깔깔댔다.
창백한 아난의 얼굴은 갈색으로 그을려 있었다. 숨도 쌕쌕거리며 쉬지 않았다.
가슴을 펴고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이야하!" 하고 바다에 소리 질렀다.

신이 그의 간절한 기도를 들었는지 아난은 죽지 않았다.
점차 혈색이 돌아오더니 어느 날 아침에는 침대에서 먼저 일어나


"먹을 것 좀 주세요." 


라고 말해 어머니는 오열을 터뜨리셨다.

"제가 기도했어요, 아빠. 아난이 죽지 않게요." 


아버지는 말없이 어깨를 토닥였다.
의사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신이 내린 기적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갔다.
시리아에서 교회에 나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럴수록 그들은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이브라힘과 아난은 학교에 들어갔다.
또래 아이들은 공을 가지고 놀거나 TV를 보았다.
아난은 사교적인 아이가 되어 학교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노는데 정신이 없었다.
어릴 때 못 놀았으니까- 라며 어머니는 아난이 뭘 해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브라힘은 책을 읽었다.
UFO나 남미의 새 그림 같은 세계의 신비로운 신화와 전설들을 탐닉했다.

아주 오래전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을 특히 좋아했다.
티라노사우루스, 랩터,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잠시 이영역을 지나쳐가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백악기, 쥐라기 연대별로
어떤 공룡들이 활동했는지 줄줄 외웠다.
아버지를 졸라 다마스커스까지 가서 공룡 모형들을 수집했다.
그것들은 색깔과 크기, 머리의 주름과 이빨까지도 너무 생생했다.

그리고 그는 꿈을 꾸었다.
영국의 네스 호의 괴물 이야기와 공룡이 뒤섞여 버렸다.
네스 호에서 테라노돈이 물을 헤치고 나와 코벤트리 도심을 날아다녔다.
빨간 노을이 걸린 고도의 스카이라인과 커다란 날갯짓을 하는 익룡의 포즈가 잘 어울렸다.
이런 꿈은 너무도 생생해서 잘 잊혀지지 않았다.
해가 바뀌자 공룡 인형들은 장난감 상자의 바닥을 차지하다가 다락으로 이동했다.
거실의 매트 위에는 축구공이 놓여있다가 야구글러브로 바뀌었다.
색색의 팽이들이 장난감 방을 뒤덮었다가 올록볼록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지배했다.
9살이 되는 해, 그에게 카림이라는 단짝 친구가 생겼다.
카림의 가족은 방학 때마다 일, 이주씩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곳에서 본 재밌는 것들을 스케치북에 그려 보이며 자랑하고 떠들어댔다.

그는 그 그림에 장난치기를 좋아했다.
피사의 사탑을 더 기울이기도 하고,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걸 다른 걸로 바꾸기도 했다.
그들은 그걸 보며 웃었다. 그는 어쩌다 한 번쯤 꿈을 꾸었지만 예전처럼 오래 기억나는 꿈은 없었다.

인류의 마지막 몇 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그때 이브라힘은 요람에 누워 반짝이는 모빌을 보고 있었다.
세계 경제는 어디라 할 것 없이 함께 요동쳤다.

다행히 그의 아버지가 일하는 회사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어머니는 '차가 달리려면 기름이 필요하니까' 라며 웃곤 했다.
리오넬 메시는 작은 키로 세계를 호령했고 이브라힘은 바르샤에 열광했다.

남유럽과 극동에서 가끔 무력 충돌이 발발하기도 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고 난리였지만 시리아는 원래 뜨거워서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이에서 틴에이저가 되어 갔다.
아난은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머리도 길게 늘어뜨려 제법 여자애다워 졌다.
이제 동생의 방에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음악 좀 끄라고 그가 문을 탕 열고 들어가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를 냈다.

이브라힘은 16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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