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했구나. 염라.”
“무엄하다. 어찌 짐을 과거 친구였던 시절처럼 대한단 말인가!”
“나는 그만 두겠소. 여기에 나의 대의는 없어.”
가만히 듣고 있던 이방인이 슬쩍 염라를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여봐라, 저 자를 당장 투옥하라.”
“번개장군. 우리는 그동안 무엇때문에. 아하하하.”
[ 이자나미 이야기 ]
8장 | 손님
“지금은 중요한 손님이 와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물러가라!”
하지만 강림은 물러서지 않았다.
“염라대왕마마, 소인은 하데스의 나라에서 그것을 본 적이 있나이다. 그것은…“
“텔레비젼… 말이군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옷차림과 머리색깔…
그리고 눈에 걸친 이상한 물건.
분명 저승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건… 텔레비젼보다 훨씬 더 복잡한 장치랍니다.
게다가 방탄 유리를 여기까지 가져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에 놀란 강림이 이해해보려고 머뭇거리는 사이,
그 사내가 말을 이었다.
“뭐 사실 연출이 좀 과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연기자들이 드라마틱한 것을 좋아하더군요.
사실 그런 상황에서 피가 그렇게까지 솟구치지는 않거든요.”
“이 자가…”
강림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사실만은 알아들었다.
당장 칼을 뽑아들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누르며 다시 침착하게 염라대왕에게 말했다.
“대왕마마.
부디 이런 간악한 자의 말을 흘려들으시고,
대의를 품으시옵소서!”
강림은 말을 하면서 그동안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큰 폭발에도 저승사자들은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모두 깔끔하게 빠져나왔었다.
아니 무엇보다, 자신은 보고 받지 못한 채 대왕에게 직접 이자나미의 행적을 알린 부하들이 의아했었는데…
“너는 너무 순진하다. 강림.”
염라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우리가 대의만을 좇았지만,
만약 이자나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찌되었겠는가?”
“이자나기가 아니었어도 저희는 목숨을 다하여…”
“그래! 바로 그거다. 너희는 목숨을 바쳤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저 하데스의 기계장치들을 우리가 감당해 낼수 있었느냐?
아무 성과도 없이 목숨만 바치는 것이,
그것이 진정 대의란 말인가?
나는 이 땅을 통일하려는 뜻을 잊지 않았다.
아니,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어.
진정한 대의란 결과를 내야 하는 법!
대의를 위해서 다소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마마… 하지만 번개장군은…”
“나도 마음이 아프다. 어찌 아니 그러하겠느냐.
허나, 백방으로 수소문 해봐도 그의 동생을 찾을 수 없지 않았느냐?
만약 그가 평생 그렇게 쓸모없는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 뻔하지 않느냐?”
“그래서… 그래서 그가 하데스에게 증오를 품도록 한 것입니까…”
“그래. 그거다. 너도 잘 생각해보거라.
번개장군의 염원은 결국 내가 이루려고 하는 바와 같은 것.
크게 보면, 나는 그의 염원 또한 이룰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야.”
애초에 염라대왕이 이자나기의 동생을 찾으려는 뜻이 있기나 했을까… 강림은 생각했다.
“변했구나. 염라.”
“무엄하다. 어찌 짐을 과거 친구였던 시절처럼 대한단 말인가!”
“나는 그만 두겠소. 여기에 나의 대의는 없어.”
가만히 듣고 있던 이방인이 슬쩍 염라를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여봐라, 저 자를 당장 투옥하라.”
마치 대기하고 있다는 듯이, 그림자들이 나타나 강림을 둘러쌌다.
강림은 고개를 제쳐 크게 웃었다.
“번개장군. 우리는 그동안 무엇때문에. 아하하하.”
그러면서도 그는 슬며시 자신의 무기로 손을 가져갔다.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1) | 전쟁 속의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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