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나오긴 했는데, 저승은 어느 쪽일까.'
“그 바보가 더 미쳐버리기 전에 얼른 찾아야 하는데.”
제 3세계 어딘가의 텅빈 공간.
나비 한 마리만이 별빛같은 꽃가루를 뿌리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 이자나미 이야기 ]
9장 | 나는 여기에 있는데
“심심해.”
이자나미는 만신전 최상층에 갇혀있었다.
사실 정확히는 방에 갇힌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방에서 나가 아무리 돌아다녀 보아도,
이 세계에서 나가는 길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가면 방을 내놓으라는 성가신 녀석들이 가득했다.
나갔다 돌아오면 자기 방이라 우기며 드러눕는 녀석들도 있었고.
여기도 저승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맨날 싸움. 또 싸움.
물론 그 이유는 저승과는 좀 달랐지만.
층간소음이랬나? 별 시덥지 않은 걸로.
“난 너희 싸움. 관심없어. 나가는 방법이나 알려줘.”
하지만 아무도 이자나미의 말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날의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그 남자의 한마디.
"헬로. 아가씨. 길 좀 물을 수 있을까?”
그 옆의 여자. 머뭇거렸음.
외모. 둘다 기억 안 남.
“근데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지…”
대신 이자나미는 가끔 만화경으로 저승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서로 싸움박질이나 하는 따분한 장면들이었지만,
오빠를 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비쩍 마른 팔. 지저분한 옷. 퀭한 눈.
만나는 사람들마다 질문.
"저기요… 저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아이 못보셨나요…”
더럽다고 피하는 사람들.
'저게 그 번개장군이래.'
'에이.. 그럴리가.'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
'으이그. 저 바보같은 답답이.'
하지만, 이자나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만신전 전체가 시끄러웠다.
“오늘따라 소음이 더 심하네. 무슨 일이지.”
“드디어 문이 열렸다! 원 세계로 나가자!”
“처음 보는 녀석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저것들은 뭐지?”
“몰라. 니가 처리해. 나는 나갈거라구.”
문이 열렸다구?
이자나미는 나비로 변신하여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을 거슬러 만신전 밖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난생 처음보는 격자형 공간이 있었다.
'휴… 나오긴 했는데, 저승은 어느 쪽일까.'
“그 바보가 더 미쳐버리기 전에 얼른 찾아야 하는데.”
제 3세계 어딘가의 텅빈 공간.
나비 한 마리만이 별빛같은 꽃가루를 뿌리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1) | 전쟁 속의 쌍둥이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2) | 거기는 건드려서는 안 돼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4) | 세상은, 왜 이렇습니까?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9) | 나는 여기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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