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이 세상은, 왜 이렇습니까.”
더욱 세월이 흐른 어느날, 이자나기가 스승에게 물었다.
“나도 모른다.”
의외로 단호한 대답. 이자나기는 의아해했다.
[ 이자나미 이야기 ]
제 4장 | 세상은, 왜 이렇습니까?
쌍둥이 남매는 환술사 지장 밑에서 여러해 동안 수련하고 있었다.
이자나미는 환술을, 이자나기는 번개술을 위주로 배웠다.
“스승님. 제게는 왜 환술을 가르쳐주시지 않으십니까.”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능력이 있다.
환술을 쓰려면 침착하고 섬세해야 해.
너는 네 안에 파장이 너무 요동치고 있어 환술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그건 번개술과 같이 방출하는 형태의 능력에는 최고의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알겠습니니다 스승님. 그저 모든 것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네 동생 말이다.”
“네?”
“무엇이든 흡수하고 익힐 수 있는 아이야.
내 평생 저런 아이는 처음본다.
열심히 수련한다면 나조차 간단히 능가할 것이야. 하지만…”
이자나기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세상과 자신을 차단하고 있어서 그 힘을 제대로 발현하지는 못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흡수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이자나미가 마구 환술을 부리며 적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스승님이 저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자기몸 하나는 지킬수 있을 것 같아,
그는 크게 마음이 놓였다.
“스승님. 이 세상은, 왜 이렇습니까.”
더욱 세월이 흐른 어느날, 이자나기가 스승에게 물었다.
“나도 모른다.”
의외로 단호한 대답. 이자나기는 의아해했다.
“이 세상에 저승만 있는 줄 아느냐.
환술은 여행하기 아주 좋은 능력이란다.
나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돌아다니면서 이 세계를 빠져나가는 길을 발견하였다.
저 밖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많은 세상들이 있단다…”
“그 세상들은 우리와 다른가요?”
“그들 역시 불행했다.
하지만 가끔은 행복하기도 했어.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가 사는 이곳 저승만 단지 불행하기만 할까.
왜 우리는 서로 증오하며 탐욕만을 품고,
슬퍼하며 분노하기만 할까.
이 세상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토록 오랜 세월 스승이 짊어지고 있는 짐이었다.
이자나기는 그 이야기가 짓누르는 무게에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스승님도 어쩔 수 없었던 이 뒤틀린 세상.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저승은 희망이 없는 것입니까…”
지장은 이내 얼굴을 풀고 온화하게 말했다.
“희망. 그래.
희망이란 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패란다.
바로 너희가 내 희망이야.
너희가 이루지 못한다해도 또 괜찮다.
그 후학에게, 또 그 후학에게 이러한 뜻이 이어진다면,
그 언젠가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느냐.”
“스승님.”
가만히 듣고 있던 이자나기는 할 이야기가 있어보였다.
“스승님의 깊은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천하여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습니다.
스스로 꼭 무언가 이루고 싶습니다.”
이자나기의 눈은 맑고 또렷했다.
지장은 한동안 침묵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긴 침묵은 그의 한숨으로 끝이 났다.
“네가 이미 뜻을 세운 모양이로구나.”
“면목 없습니다. 스승님.
저희 남매의 목숨을 살려주시고 보살펴주신 은혜,
평생 곁에서 시중을 들며 모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되오나,
제자, 이 전쟁을 끝내고 더 많은 이들을 구제하고 싶은 생각에…“
이자나기는 감히 스승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떨궜다.
“네 동생은 어찌할 것이냐.”
“동생의 뜻에 따를 생각입니다.”
“혼자 다 결정해놓고. 뭘 누구한테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이자나미였다.
이자나기는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이자나미를 따라 뛰어나왔다.
“이자나미. 염라대왕에게 가자.
그분이야 말로 백성을 위하는 유일한 왕이라고 했어.
실력이 있으면 출신 성분이나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분명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싸우는 거, 관심 없음. 여기서도, 안 심심해.”
그래 이자나미라면 그럴 테지.
설득해도 소용없을테고.
“그럼… 내가 없는 동안 스승님을 잘 보살펴 드릴 수 있겠어…?
난 기회가 될 때마다 돌아올게.”
“뭐 거동 못하는 할아버지도 아니고.”
이자나미가 나를 잡지는 않는구나.
내가 같이 가자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저 녀석도 나에게 남으라고 해봐야 소용없음을 아는 거야.
떠나는 날,
이자나기는 자신의 머리 위에 수놓아진 보석 나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자나기는 그것이 이자나미가 보낸 자신을 향한 응원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발길을 재촉했다.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1) | 전쟁 속의 쌍둥이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2) | 거기는 건드려서는 안 돼
▶ [세계관] 이자나미 이야기 (4) | 세상은, 왜 이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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