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너 코코구나?"
"그게 내 이름이야?"
"어, 아닌가?"
"뭐 어때. 부르기 좋네. 난 그걸로 할게. 누난 이름이 뭐야?"
[ 열여섯 살의 꿈 ]
4장
침대 안으로 몸이 쑤욱 빠집니다.
바닥이 없는 늪처럼 계속해서 떨어집니다.
마야는 누군가를 꽉 끌어안고 있습니다.
“아파. 꼬집지 말아요!”
어제의 그 별똥별입니다.
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목 드라마처럼 꿈을 꿀 수 있네.’
마야는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그것보다 당장은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 지가 걱정입니다.
이렇게 오래 떨어졌는데 쿵 하고 바닥에 부딪혀 목이라도 부러지면 큰일입니다.
꿈이니까 죽지는 않겠지만 많이 아프면 곤란하니까요.
품에 안고 있는 별똥별이 점점 작아집니다.
‘이러다 없어지겠어.’
생각하니 정말로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작은 별똥별은 한 줌의 가루가 되어 흩어집니다.
눈을 떠 보니 주변이 환합니다.
까만 밤하늘이 아니에요!
저 아래 넓은 연두색 대지가 보입니다.
초원에 양 떼가 오밀조밀 모여 뛰놀고 있습니다.
높이 솟은 초록 나무도 아주 많습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공원이라 할 수 있지.’
마야는 기뻐합니다.
땅이 성큼 다가옵니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몸을 동그랗게 맙니다.
땅과 몸이 충돌하는 순간입니다.
아! 아프지 않습니다.
몸이 하늘로 다시 튕겨 올라가네요.
몇 번이고 튕겨 올라갑니다.
그럴 때 마다 높이가 낮아집니다.
바닥에서 매애애랑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침내 땅에 내려섰습니다.
빙글빙글 돌아서인지 땅도 함께 도는 것 같습니다.
앞에 코쟁이가 서 있습니다.
코쟁이가 자꾸 옆으로 넘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코쟁아 너 넘어지려고 해.”
“넘어지는 건 너야.”
코쟁이가 붙잡아 줍니다.
인형의 모습일 때 와는 달리 몸이 나무가 아닙니다.
딱딱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과 천으로 만들어졌던 눈, 코도 지금은 인간의 얼굴처럼 잘 붙어있습니다.
떼어낼 수 있는 건가 하고 코를 잡아 당겨봅니다.
“아야. 아파.”
“와. 사람이 된 거야 코쟁아?”
“너 떨어지는 거 받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한테 이래?!”
코쟁이가 손으로 트램펄린을 가리킵니다.
손보다 코가 더 길어서 코로 가리키는 거 같습니다.
양 한 마리가 트램펄린 한쪽을 붙잡고 있습니다.
가슴에 69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 스티커를 달고 있습니다.
“안녕. 왜 숫자를 붙이고 다니니?”
“우리는 수가 많으니까. 서로 구별해야 하잖아.”
얘기하는 사이 코쟁이는 가버렸습니다.
“난 가봐야겠어. 여기서 살 집을 짓고 있거든.”
여기서 아예 살 작정인가 봅니다.
69번도 어느새 다른 양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알파벳 블록을 타고 놀고 있습니다.
분홍색 A의 경사로를 미끄럼틀처럼 쓰고 있네요.
커다란 M 너머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마야는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가까이 가 보니 분수는 엄청나게 큽니다.
양들이 물 나오는 구멍 사이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네요.
가만히 들어보니 그 노래에 맞춰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신기한 분수대군요.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는 멀리서도 보였던 것처럼 구름을 뚫고 올라갈 정도입니다.
어라, 양들 사이에 꼬마 남자애가 한 명 보여요!
양들을 타기도 하고 붙잡기도 하고 즐거워하네요.
마야도 꼬마와 어울려 옷이 흠뻑 젖을 때까지 술래잡기를 합니다.
갑자기 물이 튀어나오는 통에 달리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한참 몸을 움직였더니 배가 고픕니다.
‘꿈에서도 배가 고프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남자아이가 나무에 기어 올라가서 노랗게 잘 익은 밀 파이를 따 옵니다.
‘저건 빵나무야? 맛있겠다.’
허겁지겁 빵을 씹어 먹습니다.
옆에 앉은 아이를 가만 보니 옷차림이 왠지 익숙합니다.
“빵 고마워. 근데 너 코코구나?”
“그게 내 이름이야?”
남자아이는 대답합니다.
“어, 아닌가?”
“뭐 어때. 부르기 좋네. 난 그걸로 할게. 누난 이름이 뭐야?”
“마야야.”
“나랑 잘 어울린다. 누나랑 노는 거 재밌어. 여긴 놀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거든.”
그녀도 코코가 매우 귀여웠습니다.
남동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빵을 하나 더 먹을까 하는데 멀리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야야 일어나.
난 출근한다.
아침을 챙겨드려야 하는데.
꿈을 오래 꾸느라 늦잠을 자는 모양입니다.
“난 가봐야겠어. 엄마가 부르네.”
코코의 표정이 우울해졌습니다.
“또 올 거지? 이걸 가져가.”
붓꽃 하나를 꺾어 손에 쥐여줍니다.
마야는 코코와 함께 초원의 가장자리로 걸어갑니다.
“근데 넌 몇 살이니?”
“몰라.”
코코의 얼굴이 한층 더 우울해집니다.
“다음에 올 때까지 알아 놓을게.”
그녀는 가장자리로 발을 내밀어 떨어집니다.
빨리 돌아와야 해-
침대에서 눈을 뜨는 데 코코의 마지막 말이 들려옵니다.
손에 들고 있는 붓꽃을 꽃병에 꽂아 놓고 서둘러 욕실로 달려갑니다.
‘무척 놀라운 데뷔작. 이걸 16세 소녀가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 데일리 뉴스
‘그녀의 소설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이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무대는 완벽한 상상의 산물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행동과 대화는 정말 살아있는 듯하다. 별 다섯 개를 주지 않을 수 없다.‘ - 듀다. 파워 블로거
‘이런 표현을 또 쓰긴 싫지만 밤을 새워 읽게 된다.’ - 스티븐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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