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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열여섯 살의 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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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은 거야?"

"보니 언니야! 그 아이돌 가수!"

2학년에 그런 언니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남자가 밀쳐내어 살았대."




[ 열여섯 살의 꿈 ]


5장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야는 다른 동급생들처럼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그동안 해리포터와 얼음, 불의 노래에 빠져있어서 그런지 마법사와 괴물이 등장하는 꿈을 자주 꾸었습니다.
인형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꿈에서 보았던 초록색 공원이 가끔 떠오르기도 합니다.  


‘너무 유치한 꿈이었어.’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니플이 옆 줄에 앉아서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녀가 쓴 소설을 다 읽은 거 같아요.


“와 너무 재밌는데. 소설가를 해도 되겠어.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니?”
“나? 그거 생각한 게 아니라 꿈 얘기야.”
“겸손한 척하기는. 평소에 생각한 게 있으니까 이런 꿈도 꾸는 거지. 좀 더 꿈을 꿔. 그다음 얘기가 궁금해.”
“꿈이 맘대로 되니?”
“이거 다른 애들한테 보여줘도 될까? 다들 좋아할 거야.” 


선생님이 들어오자 마야 쪽으로 기울였던 몸을 빼며 니플이 물어봅니다.


“맘대로 해.” 


그녀는 상관없었습니다. 

어차피 꿈 얘기를 쓴 것뿐인걸요.


선생님은 평소와는 달리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슬픈 소식이 있어요.” 


와글와글 떠들던 아이들이 조용해집니다. 

뭔가 나쁜 예감이 듭니다.


“너희와 늘 함께했던 로즈가 결국 천국으로 떠났어요.” 


다들 말이 없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없습니다.


“오랫동안 몸이 아팠던 건 알고 있죠? 

천국으로 간 로즈를 위해 기도를 하도록 합시다.”


로즈는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몸이 아파서 오전에만 있다가 가기도 하고 못 나오는 날도 있었죠.
멍하니 칠판만 보다가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마야는 로즈를 잘 몰랐지만, 그 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은 공부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이런저런 공상에 빠져 있느라 열심히 공부했던 건 아니었지만요.


지금 로즈가 있는 곳은 어딜까? 

천국이라는 곳은 아름다운 곳일까? 

그곳에서는 더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는 몽상에 빠져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종이 울립니다. 

수업도 빼먹고 사라졌던 니플이 흥분해서 달려옵니다.
 
둘은 학교를 나와 다정히 길을 걷습니다.


“역시. 다들 반응이 좋아. 이걸 책으로 만들어야겠어. 우리 삼촌이 출판사에 계시니까 말야.” 
“말도 안 돼. 누가 그런 꿈 얘기를 좋아하겠어.” 


마야는 반신반의합니다. 


“아냐. 오늘 보여준 애들 다 재밌다고 했단 말야. 

나 편집자의 재능도 있나 봐. 

이게 베스트셀러가 되면 영화로 만들고 난 주인공을 할 거야.”
“결국, 그 얘기니?” 


마야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얘도 철이 없어. 

- 마야가 그런 생각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 보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차가 끼이익하는 엄청난 소리가 들렸습니다.
니플이 서둘러 뛰어갑니다. 

이런 일에 빠지면 온종일 떠들어야 하는데 얘기할 거리가 없거든요. 

마야도 궁금해서 따라가 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마야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쓰러져 있습니다!
비뚤게 멈춰 있는 차로부터 생긴 듯한 검은 타이어 자국이 인도 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또 누가 죽었나 봐. 오늘 왜 이러지?’ 


마야는 덜컥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던 니플이 돌아옵니다.


“누가 죽은 거야?”
보니 언니야! 그 아이돌 가수!” 


2학년에 그런 언니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 언니가 차에 치인 거야?”
아니. 어떤 남자가 밀쳐내어 살았대.


사고 현장에 넘어져 있던 여학생이 머리를 흔들며 일어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차 뒤쪽으로 남자의 다리가 나와 있습니다.


니플의 손을 꼭 잡고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서 쓰러진 남자를 봅니다.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것 말고는 특별히 아파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 남자는?” 


물어봅니다.


“저 사람이 대신 차에 치였대. 숨을 안 쉰다는 것 같아.”
“아.” 


탄식을 내뱉습니다. 

보니 언니를 누군가 데려갑니다. 

경찰 한 명이 남자의 목에 손을 갖다 대더니 고개를 젓는 게 보입니다.
니플과 헤어져서 집에 돌아옵니다.
 
저녁은 간단히 시리얼로 때웁니다. 

오늘은 엄마도 늦게 들어오는 날입니다.
두 번이나 안 좋은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몸이 좋지 않습니다. 


일찍 침대에 누워 인형의 진열대를 바라봅니다.

꽃병의 꽃들이 시들어 있습니다. 

그중 보라색 붓꽃 하나만 여전히 싱싱하게 활짝 피어 있습니다. 

코코가 생각납니다.


‘심심해하고 있겠어.’


기침이 좀 나옵니다. 

그러다 소르르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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