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상상합니다.
매번 꾸며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건 그냥 무시합니다.
[ 열여섯 살의 꿈 ]
3장
날씨가 추웠지만 집을 나섭니다.
트레이닝 복 위에 다운 점퍼를 걸치고 방울 모자를 썼습니다.
벙어리장갑도 잊지 않았지요.
톰톰의 줄을 잡아줘야 하거든요.
톰톰이는 마야네 집에서 키우는 핏불이에요.
동네 어귀에 있는 “톰”이라는 커피 전문점 골목에서 발견해서 이름이 톰톰이지요.
그녀는 이름을 기분 내키는 대로 붙인답니다.
핏불은 튼튼하고 기운도 세서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공원을 산책시켜 주지 않으면 내내 끙끙거려서 무척 시끄러워요.
날씨 탓인지 공원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만 몇 명 지나갑니다.
톰톰이 지나가는 개와 마주칠 때마다 시비를 겁니다.
자신보다 세 배 정도 더 커 보이는 시베리안 허스키에게도 고개를 막 들이대요.
저러다 한입에 쏙 삼켜질까 봐 걱정돼서 줄을 잡아당깁니다.
벤치에 앉아 육포를 던져줍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삼십 분이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원은 아주 작습니다.
쬐그만 분수도 하나 있긴 하지만 겨울에는 파이프가 언다고 쓰지 않아요.
틀어봐야 옹달샘 같은 기분만 납니다.
나무들도 작고 앙상합니다.
‘여긴 한결같이 다 작아. 내가 만든다면 더 크고 아름답게 만들 텐데.’
그녀는 크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머릿속으로 새로운 공원의 모습을 이렇게 저렇게 상상합니다.
콜록 콜록 기침이 나오네요.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차가운 기운이 올라옵니다.
톰톰이 고기를 씹다 말고 마야를 올려다봅니다.
시끄러워서 못 먹겠잖아- 하고 항의하는 것만 같습니다.
고기 조각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목 끈을 당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톰톰은 끙끙대며 남은 조각을 입에 물고 끌려옵니다.
작지만 무거운 녀석입니다.
밤에는 인형을 가지고 놉니다.
몇 번을 세어봐도 어제 그 세 녀석이 모자랍니다.
다락을 열어보니 원래의 그 다락입니다.
좁은 공간에 겹겹이 쌓아 놓은 책과 먼지 먹은 상자들이 가득 차 있어요.
다락은 좁아서 몸을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먼지를 뚫어가며 인형들을 찾아보지만 역시나 안 보입니다.
‘울보는 팔을 고쳤을까?’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코코를 꺼내 봅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그대로 있습니다.
숙모 말로는 인형극의 왕자 역할을 하는 아이라고 합니다.
귀족들이나 입을 법한, 장식이 많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입니다.
그 이야기의 나머지 인형들은 원본을 구하지 못했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였을까 궁금합니다.
그녀는 상상합니다.
매번 꾸며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번은 탑에 갇힌 공주를 구하는 왕자 이야기였다가 또 한 번은 개구리로 변한 이야기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건 그냥 무시합니다.
마야는 손에 든 인형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앉아 펜과 다이어리를 들었습니다.
일기를 쓰려는 거 같아요.
방학 중이라 낮 동안 있었던 일은 쓸 게 별로 없습니다.
어젯밤 꿈을 써 봅니다. 생생하게 기억이 잘 납니다.
별빛 부스러기의 촉감도,
슈퍼 아저씨의 눈을 부시게 만드는 하얀 빛도,
광활한 우주의 상큼한 냄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침대에 누운 자세로 글을 씁니다.
이불을 둘러 덮는 걸 보니 추웠나 봐요.
그녀의 핏불과 코코인형 그리고 어제 사라진 녀석들과 별똥별을 생각하다가 잠이 들어 침대 밖으로 손이 툭 떨어집니다.
▶ [세계관] 열여섯 살의 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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