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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 Game _ 게임 이야기/최강의군단(Herowarz)

[최강의군단] 반 미터의 아이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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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날 안고 등을 토닥인다. 

그리고는 내 눈에 입술을 댄다. 

눈물을 마셔서 내 비애를 지우려는 것처럼. 


그래도 난 그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병신새끼.  





[ 반 미터의 아이 ]


4. 오벨 마 챠스, 바빌론의 레스토랑



“알제리야, 알제리가 좋겠어. 

날씨가 좋은 나라지. 

빌어먹을 눈도 안 오고.” 

– al pachino, dog day afternoon 中



윌슨, 우리 무슨 일을 해요?”
“허락받지 않은 물건을 가져오는 뭐 그런 거.”
“누굴 죽이기도 해요?”
“가끔은, 그래야 할 때가 있지.”
“누군가를 죽여 봤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니.”


그녀는 화려한 레스토랑 문 앞에서 덩치 큰 사내와 악을 쓰며 싸우는 중이다. 

조그만 입이 최대한 크게 열리고 입술이 바르르 떨리기도 한다. 


“난 5분 전에 이 안에서 미팅을 시작해야 했단 말이에요!”
“복장 규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씀드렸을…” 


레스토랑 안전요원의 마지막 말은 소매로 입을 훔치면서 말하는 바람에 읽지 못했다. 


“복장 규정이 뭐 어떻다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레이디는 문제없습니다. 

DKNY정도면 고급은 아니지만 입장 못 할 정도는 아니죠.” 


요원의 깔보는 눈에는 ‘그래도 넌 겨우 통과야’ 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남자분이 입은 건 죄송하지만, 저희 레스토랑의 품격에 맞지 않습니다. 

오벨 마 챠스는 수 세기 동안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초고급 레스토랑으로…” 
“여기서 기다려." 


아직 분이 식지 않은 채로 그녀가 말하더니 레스토랑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난 계단 앞에 주저앉았다가 안전요원이 다가오는 걸 보고 벌떡 일어나 골목 옆으로 돌아가 앉는다. 


비는 오다 그쳤지만 바람이 꽤 차갑다. 

한 시간은 버틸 만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양손을 겨드랑이에 꽂아 넣고 덜덜 떨고 있었다. 

바로 앞에 발이 멈추길래 올려다봤더니 한 노부인이 측은한 얼굴로 귀를 가리키며 말을 걸어 온다. 

 
“귀가 안 들리는구나. 

말도 못하니?”


뭐라 대답하려 했지만, 손가락이 추위에 곱아 수화가 잘되지 않는다. 

동전이 땡그랑 그의 앞에 떨어진다. 

오 분에서 십 분 간격으로 동전이 그의 앞에 하나둘 떨어진다. 


옷을 걸쳐주는 사람은 없다. 

동전은 아무리 쌓여도 따뜻하지 않았다. 

총이 있으면 총검술이라도 해서 몸을 덥힐 수 있을 텐데. 


몸이 점점 기울어져 바닥에 닿는다. 

세 시간은 된 거 같아. 

너무 추워… 


밤거리의 보도블록은 얼굴이 들러붙을 정도로 차갑다. 
정신을 잃는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구두가 앞에 선다. 

그녀가 쪼그리고 앉아 이마를 맞대고 말한다. 


“이건 다 뭐니?”
“동전이에요." 


입술이 얼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왜 이런 걸 받아? 니가 거지야? 일어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동전을 주워 모은다. 


“병신새끼.” 


그녀가 발로 동전을 차 날린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동전이 날려 보도블록에 튕기고 굴러 흩어진다. 

챙강, 데구르르 소리가 나고 있겠지. 

손가락 끝이 구두에 맞아 아프다. 

그녀는 앞서서 걸어갔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따라간다.   


호텔에 들어와서야 그녀는 분이 풀렸다. 

찢어져서 피가 나는 손가락에 약을 바르면서 그녀가 말한다. 

 
“미안. 나 화가 좀 많이 나서."


난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보지 않는다. 

그녀는 밴드를 감는다. 


“화났어?”
“아뇨." 


난 바닥을 보며 대꾸했다. 


“속상한 얼굴인데? 

거짓말은 좋지 않아."
“괜찮아요.”
“많이 추운걸 생각 못했어. 

레스토랑 안에서 일이 잘 안 풀렸거든." 


그녀는 지금 다정하다. 

엄마가 그립다. 

나도 모르게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녀는 날 안고 등을 토닥인다. 

그리고는 내 눈에 입술을 댄다. 

눈물을 마셔서 내 비애를 지우려는 것처럼. 


그래도 난 그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병신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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