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검은 놓지 말아야지.
군인은 총이 생명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훈련을 더 잘 받을걸.
총을 맞은 가슴이 아려온다.
내가 살아온 기억들은 여기까지.
[ 반 미터의 아이 ]
6. 볼스로크의 임대아파트
사태가 불명확하면 공격하라!
– 하인즈
그녀는 총을 한 발 쏜다.
윌슨의 총소리와는 다르다.
이건 슈타이어는 아닌가 봐.
타깃은 죽었을까?
라이플을 척척척 빠르게 분해하던 오드리의 움직임이 갑자기 굳는다.
조심스럽게 창가에 다가가 커튼을 열고 거리를 내다보더니 앉은 자세로 다가와 말한다.
“너 숨 쉬고 있었어?”
“그걸 말이라고 해요.
살려면 숨을 쉬어야죠.”
“사실대로 말해.
너 윌슨 쪽이니?
아니면 히스토릭 서비스의 개야?”
그녀는 어느새 권총을 내 쪽으로 겨누며 날카롭게 묻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난 침착하게 대답한다.
“위치가 노출됐어.
소리가 새 나간 게 아니면…
우린 팔린 거지.”
그녀는 권총을 허벅지에 끼워 넣고 소총을 장전하며 말한다.
“일어나. 적들이 문 앞에 와 있어.”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집이 진동한다.
폭탄이다.
훈련을 받은 적이 있지.
엄청난 소리가 났을 거야.
먼지가 날리며 문이 폭삭 주저앉고, 그녀는 날 집어 던지듯이 베란다로 밀어낸다.
창문이 하나하나 깨져나가는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와장창, 와장창 하고 있을 텐데.
볼륨을 죽여놓은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녀는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문으로 들어온 군인 복장의 적들을 침착하게 세 발당 한 명씩 처리하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무엇을 해야 하지?
전투 교본과 전쟁에 대한 책을 기억해 내려 한다.
총탄이 오고 가고 벽이 터져 나가지만 내 주변은 고요하다.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주변을 살핀다.
좋아. 내 역할을 해야지.
이 여자가 저격할 때 누군가 접근하면 막는 일.
대화도 별로 없고, 차가운 데다 무감정하지만, 묘하게 안쓰러운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누구나 살 자격은 있어요.
그녀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때 바로 위층 베란다로부터 총구가 쓰윽 내려온다.
문 쪽을 향해 있는 그녀는 그걸 모른다.
난 그 총이 그녀를 향해 격발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총구를 붙잡고 방향을 튼다.
뒤이어 뛰어 내려온 다른 군인이 그녀를 발로 밀어 차고, 쓰러진 그녀에게 총을 겨눈다.
난 가장 빨리 도달하는 자세로 총검을 찌른다.
다른 녀석이, 또 다른 녀석이 내려올 때마다 우로 베고, 돌려치고, 개머리판으로 찍고, 척, 덜커덕, 탁.
그들은 총검에 베이고 개머리판에 맞아 쓰러지며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른다.
그 와중에 총검이 닿지 않는 난간 위로 군인 하나가 착지한다.
그녀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난 주저 없이 몸을 날린다.
가슴에 총알이 파고든다.
충격 속에서도 난 적을 붙잡고 더 이상 총을 쏘지 못하게 밀어낸다.
그러다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고 둘 다 베란다 밖으로 떨어진다.
그녀가 달려와 팔을 뻗는다.
내 어깨에 그녀의 손가락이 스친다.
그녀가 소리 지른다.
표정이 무시무시하게 바뀌어 있다.
와, 저런 표정이 있었네.
우습게도 낙하하면서 드는 생각은 그런 거였다.
총검은 놓지 말아야지.
군인은 총이 생명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훈련을 더 잘 받을걸.
총을 맞은 가슴이 아려온다.
내가 살아온 기억들은 여기까지.
닿지 않을 것 같던 콘크리트 바닥이 이제 눈앞에 쓰윽 다가온다.
난 곧 죽을 것이다.
▶ [세계관] 반 미터의 아이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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