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me : Game/Herowarz

[최강의군단] 파편기의 끝 3장

728x90
반응형



“나만 오염된 게 아니야. 

이 광대도 마찬가지야. 

이게 균형의 신이야? 

파괴의 신이 더 어울리겠군. 

아까 내가 니들에게 감사하다고 했지. 

이게 나의 마지막 일이다. 

광대는 내가 지옥으로 데려갈게. 

어때, 좋은 소식이지?”  





[ 파편기의 끝 ]


3장 - 몽영



몽영이 본 세계

 


몽영은 마야의 발자취를 따라 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마야의 꿈속 시간은 가속화되고 하루, 이틀에서 일 년 이 년이 흐르다가 점차 엄청난 속도로 시간이 미친듯이 감긴다. 


수만 년, 수십만 년, 마더랜드와 비슷한 문명이 나타났다가 기계와 로봇이 세계를 점령하고, 핵이 터지고, 폐허가 되고 다시 문명이 발전하고, 또다시 모든 건물과 도시가 사라지고… 그렇게 몽영은 꿈의 길을 걸어가며 국가의 탄생과 종말을 수십 차례 경험한다. 


장대한 시간의 흐름에 정신이 나갈 것 같던 차, 더이상 마야의 꿈의 행성 - 오블리비언에는 아무런 문명이 생기지 않는다. 영원한 종말. 
 

이 아이는 이 세상을 다 경험하며 진행했던 건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생각일까. 이 모든 걸 저 여자애 혼자 어떻게 감당했을까…” 



몽영은 연민의 눈물을 흘리며 오래된 기계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어느 숲[각주:1]의 덤불 안쪽에 쪼그려 앉아있는 마야를 찾아낸다. 


몽영은 마주 앉아 손을 내민다. 

기계화가 진행된 흔적이 있는 마야의 얼굴. 

군데군데 피부가 벗겨진 곳에 망사와 같은 철 구조가 보이고 몽영의 눈과 마주치자… 마야의 차가운 금속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몽영은 따뜻한 눈물을 닦아주며 말한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이젠 어쩌지? 

이 정도로 멀리 왔으니 우리도, 너의 꿈도 원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겠구나. 

난 언젠가 파티가 있던 날 말야, 혼자서 결심했지. 

그들의 요구대로 하지 않기로. 

가족만큼이나 그들도 소중하더라고.”  
 

몽영은 커다란 금속 면에 스프레이로 메시지[각주:2]를 남긴다. 


“혹시 누군가 날 찾는다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줘야지. 

자 우리 앞으로 더 가 보자.” 


그리고 두 소녀는 손을 잡고 더 먼 미래의 영원한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파편기의 끝


“좋아. 앞으로 더 돌려 봐. 시간의 끝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궁금해” - 몽영


모든 선수와 신들 그리고 검고 푸른 말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마야와 몽영의 육체는 사라진다. 

광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선수들은 아연실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이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갔다는 얘기지.” 


광대는 몸을 돌려 제단을 내려갔다. 
 
누군가는 안도했다. 

누군가는 아쉬워했다. 

작별인사도 못 했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궁금해했다. 


그렇게 16살 소녀가 만들어 낸 파편기의 역사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날 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재난의 시작일 뿐이었다.   


검고 푸른 말은 약속을 지킨다. 

제단에 우뚝 서서 힘차게 울고 난 후, 모두를 잠재운다. 

말은 모두의 꿈에서 그들의 소원을 듣는다. 


당신이 이브라힘입니까? 

-나는 이브라힘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그가 죽기 전에 급하게 만든 임기응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지. 

에헤헷.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사탕 가게를 사 줘요. 

-신중하게 생각해 보거라 아가야. 

누가 당신을 죽인 겁니까? 

-광대다. 

내가 잠든 깊은 심해까지 찾아와 내 목을 조르더군. 

이 질문을 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떡하면 내가 저지른 일들을 잊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는 없네. 

그냥 안고 살아가는 거야. 

내 립스틱을 돌려줘. 

-그건 너무 위험하다. 


앉거나 눕거나 벽에 기대어, 누군가는 우뚝 서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모두가 같은 꿈을 꾼다. 


제임스의 칼날이 말의 머리를 잘라 두 동강을 내 검고 푸른 피가 그들을 덮치는 기괴한 꿈. 
 

퍼뜩 꿈에서 깬 그들은 말 앞에서 제임스의 칼을 한 자루 들고 서 있는 광대를 본다. 

광대는 평소의 익살스러운 코 장식을 떼고 섬뜩하고 무서운 표정을 한 크라운의 가면으로 표정을 가리고 있었다. 

말은 두 동강 난 머리로 말을 한다. 


결국 넌 날 끝까지 죽이는구나. 

소원을 들어줄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 

검고 푸른 말

 

이제 저들은 너무 무겁거든요. 

나의 창조주여. 

- 갈리아노


순간 광대의 뒤쪽, 제단의 허공에 문이 열리고 물이 쏟아져 나온다. 

누군가 광대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오리진이 웃는 얼굴로 광대를 뒤에서 안은 채 문으로 끌고 들어간다. 

물은 역류하기 시작한다. 


“나만 오염된 게 아니야. 

이 광대도 마찬가지야. 

이게 균형의 신이야? 

파괴의 신이 더 어울리겠군. 

아까 내가 니들에게 감사하다고 했지. 

이게 나의 마지막 일이다. 

광대는 내가 지옥으로 데려갈게. 

어때, 좋은 소식이지?”  

오리진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선수 중 누군가에게 눈인사를 한다. 


“잘 지내. 사랑했다.” 

- 오리진, 마지막 말


광대는 제임스의 칼을 역수로 잡고 에르메스의 옆구리를 찌르지만 오리진은 움찔하기만 할 뿐 잡은 걸 놓지 않는다. 

광대는 선수들에게 명령한다. 

“이걸 죽여. 에단, 오드리, 쏴! 에미, 문을 닫아! 헤디! 미리어드!” 


광대의 목소리는 점점 급해지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이 가장 재수 없는 날이군…” 


광대는 한숨을 쉬며 포기한다. 
 

물줄기가 문 안쪽으로 그 둘을 삼킨다. 

문이 쾅- 하고 닫히기 전에 광대의 물 먹은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오리진은 하나가 아냐. 나머지를 찾아라.” 
 

제단 위에는 물의 흔적과 몇몇 발광하는 생명체가 펄떡인다. 

X가 뛰어 올라가 그걸 살펴본다. 
 

“바닷물입니다. 물이 얼음장 같네요. 북극이나 남극 어딘가일 거에요.” 


X가 물을 입에 넣어 보더니 추리를 시작한다. 
 

“이브라힘이 잠든 곳일 거야. 

우린 그곳을 항상 봤지.” 


미리어드가 힘없이 말한다. 
 

“이건 심해어에요.” 


아라가 말했다. 


“운도 없지.” 


아라가 말한 대상이 광대인지 심해어인지 X는 궁금했다. 



 

  1. 이후 망각의 전장이라 불리게 된다. [본문으로]
  2. 두 소녀는 모든 걸 망각한 채 손을 잡고 걸었네. 그들은 행복했다네. [본문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