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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군단] 파편기의 끝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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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는 없습니다.” 


데릭은 즉시 대답했지만 머리는 복잡했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무게를 재고 있다. 


두 여자아이의 목숨과 아라라트를 제외한 모든 세계의 목숨. 

나를 보는 이 동료들과 내게 명령하는 광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신들. 





[ 파편기의 끝 ]


2장 - 오리진



오리진의 입장


“첫 발견자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있게 마련이지. 퀴리 부인처럼 말야” - 오리진


사라스바티는 선수들을 데리고 만신전 최상층 이자나미의 사랑방의 문을 연다. 

그 안에는 이미 사람의 모습이라 하기도 어려운…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사내가 붉게 물든 하얀 시트의 침대 위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독하다. 독해… 식칼이 그렇게… 피가 멈추질 않네 

아, 드디어 이 위대한 신들이 너희에게 내 목숨을 건네준 거냐? 

아. 역시 다 없애버려야 하는 건데, 이놈의 세상 

생각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어. 

빌어먹을 증오, 파이브나 데우스나. 

망할 놈의 헤드헌터들. 망할 놈의 신들.” 


평소의 조용하고 여유 있던 얼굴은 사라지고 회한과 분노에 가득 차 잔뜩 일그러진 오리진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선수들은 선뜻 첫 마디를 못 던지던 찰나 그가 선수들이 들어오는 걸 알아챈다. 
 

“여어! 반갑네, 이제 존댓말은 그만둘게.” 


그 와중에도 여유를 보이자 하미레즈는 버럭 화가 났다. 
 

“니가 베니와 맥스를 죽였지?” 


하미레즈는 이미 알고 있지만 확인차 질문한다.  
 

“그게 뭐 중요하겠냐. 난 너희 모두를 다 죽일 생각이었다. 거의 천 년 동안이나 미치는 줄 알았거든. 언제가 마지막 맨정신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어.” 


오리진은 멍한 얼굴로 과거를 더듬는다.  
 

“그럼 너 혼자 없어지든가 하지 왜 이런 짓을 벌였니?” 


오드리는 이런 추궁을 할 때조차 감정이 없다. 
 

“마야가 내 귀에 계속 속삭이잖아. 지금도 들려.” 


그는 어디서부터 들려오는지 찾는 것처럼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다 없애달라고 하잖아. 거울 속에서 나한테 항상 말했지. 처음엔 꺼내달라고 했는데, 난 방법을 몰랐어. 언젠가부터 저 소리를 하더라고.” 
“그건… 어린 소녀가 꿈속에서 답답해서 한 말이 아닌가!” 


데릭이 나무란다.  
 

“한두 번 얘길 해야지. 내가 이상한 건지도 몰라.” 


오리진은 갈가마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희는 저 까마귀가 경고해서 제 3세계의 공기에 대해 대책을 세웠지만, 우린 잘 모르고 너무 많이 돌아다녔어. 오염을 들이마시다시피 했거든. 안타까워하지는 마. 첫 발견자의 숙명이지. 퀴리 부인 같은 거 말야. 아마 백혈병으로 죽었다지” 


오리진은 피를 너무 흘려 짙은 눈그늘이 진 퀭한 눈으로 어딘가를 본다. 


“그래도 너희에게 감사할 게 있어. 지난 천 년보다, 최근 2년간이 정말… 살아있는 거 같더군. 난 너희의 서로 다른 개성과 독특한 능력과 그걸 발전시켜 가는, 매우 빠른 변화에 감탄했다. 야, 생각해보면 좋은 시절이었네… 좋은 시절이었어.”

그러고는 킬킬 웃다가,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얼굴이 되었다가 한때 전령의 신이었던 유려한 얼굴에는 이제 공허만이 자리 잡았다. 

그는 선수들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살 수 없겠군. 


하미레즈는 생각했다. 


활활 태워 베니의 복수를 해 주고 싶었는데. 그럴 것까지는 없겠어. 안 그래, 동생? 


머릿속으로 질문을 했지만 퓨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만화경의 안쪽


“우릴 올드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기 톰슨을 봐. 오백 년 전의 여자다. 나도 이 친구도 뭐 다 구시대의 유물들이니까.” - 크루스


이자나미는 만화경의 운용을 멈추고 선수들을 맞이한다. 

높은 제단의 꼭대기에 마야가 잠들어 있다. 


데릭의 신호로 몽영과 오드리가 계단을 오른다. 

시간이 돌연 멈춘 듯하더니 검고 푸른 말이 제단 앞에 홀연히 나타나 오드리를 막아선다. 
 

이 아이를 건드리지 마라. 


오드리의 머릿속에 울린다. 
 

“그 여자애 깨우려는 거야. 얘가 찾아올 거고.” 


오드리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 애만 올라오거라. 


다시 한 번 목소리가 울린다. 

오드리는 데릭을 한번 보고 그 자리에 멈추기로 결정했다. 

몽영만이 선수들을 돌아보며 불안한 걸음으로 검고 푸른 말을 따라 마야에게로 향한다. 
 

몽영은 제단에 나란히 누워 마야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몽영은 수면안대를 뒤집어쓰고 말한다. 
 

“금방 잠이 올래나?”

그것이 선수들이 들은 몽영의 마지막 말이었다. 


몽영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가 소란스러워진다. 

크루스가 코쉬첵과 미스마, 톰슨, 제니들을 데리고 신전에 나타난다. 

회색빛의 여자 - 아일라는 수갑에 묶여 질질 끌려온다. 

“이것들은 뭐야? 이건 협상에 없었잖아?” 


바리가 항의한다. 

크루스는 예전과 하나 변한 것 없이 신들에게도 전혀 굽힘이 없었다. 
 

“우릴 올드맨이라고 불러 줘. 구시대의 유물들이지. 아일라는 내가 잡았다. 도서관장! 너와 이데아의 계획은 이제 끝이야!” 


크루스는 도서관장을 찾았지만 진작 몸을 숨겨서 보이지 않았다. 
 

“미스마! 괜찮은 거에요? 망상은?” 


톰은 여기사를 반기며 웃는 듯 우는듯한 얼굴로 묻는다. 

“정신차단의 투구를 씌웠다. 좀 멍하게 되긴 했지만 우리가 알던 그 미스마에 더 가깝지.” 


코쉬첵이 대신 대답한다.  


“손에 든 건 뭐에요?” 


톰은 다시 미스마에게 묻는다. 

“이데아 사무실을 급습할 때 챙겨 나온 거야.[각주:1]

우리 톰슨 양의 공간이동 실력으로는 몽영의 가족을 꺼내 오는 것까지가 한계였다. 

이제 몽영이 허튼짓 안 해도 돼. 

어서 애를 깨워라. 

그 애는 아라라트만 남기고 다 삭제하는 꿈을 꾸게 할 거다.”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급하게 제단으로 우르르 몰려 올라갔다. 

검고 푸른 말도 이번에는 제지하지 않고 잠든 마야만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그 말은 이렇게 될 것을 알았을까? 
 몽영은 깨지 않았다. 

 

“안 깨요. 아무리 해도!” 


톰은 당황해서 몽영을 강하게 흔들어 보기도 했다. 
 

“귓가에 속삭여 봐. 들을지도 몰라.” 


사라스바티도 자기 일인 양 나섰다. 
 

“너 가족은 괜찮아. 이제 마야만 데려오면 돼. 들리냐?” 


제리도 뛰어 올라가 귓가에 속삭이기는커녕 소리를 질러댔다. 
 

“글렀어. 안 깨. 망했어.” 


이자나미가 오렌지색 눈을 빛내며 말한다. 
 

“어쩌죠?” 


티거가 묻는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동시에 떠드느라 시끌벅적한 와중에 낮은 목소리의 한 마디가 모두를 침묵하게 만든다. 
 

“죽이자.” 


갈리아노가 말하고 제단을 오르려 한다. 
 

“안돼. 누가 저 광대를 좀 막아!” 


하미레즈가 깜짝 놀란다. 
 

“데릭, 잘 생각해 봐. 리스크가 너무 크다.” 


광대는 데릭을 보고 말한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데릭은 즉시 대답했지만 머리는 복잡했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무게를 재고 있다. 


두 여자아이의 목숨과 아라라트를 제외한 모든 세계의 목숨. 

나를 보는 이 동료들과 내게 명령하는 광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신들. 


막 그가 결단을 내리려는 순간…




  1. 이 때는 올드맨도, 톰도 몰랐다. 이 문서가 이후 얼마나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었는 지를. 그 것은 이데아가 포섭한 선수들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기술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올드맨들은 이데아 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보를 공개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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