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주제도 슬슬 끝낼 때가 돼 간다. '속성'을 가지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는 느낌은 이미 강하게 들고 있었지만... 기왕 시작한 거 끝은 봐야겠다 싶어서 생각나는 속성들을 마구마구 다뤘었다. 덕분에 이런저런 호기심도 채웠고 뻘소리도 신나게 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한다.
오늘 포스트를 끝으로 '마법의 속성'을 메인 테마로 한 이야기도 접어둘 예정이다. 그 다음으로 할 주제는 딱히 생각은 안 해보긴 했는데... 임시저장 탭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끄적여놓은 것들이 꽤 되서 천천히 굴려볼 예정이다. (사실 여기 말고 구글 킵에도 적어놓은 것이 좀 있긴 하다.)
오늘은 네이버 웹툰에서 재밌게 보고 있는 작품 <쿠베라>에서 봤던 속성들이다. 원래 5개를 예정했었는데, '혼돈' 속성을 지난 포스트로 땡겨서 가져갔으니 남은 건 4개다. 기본적인 원소 속성들은 앞에서 이미 다뤘으니, 특이하게 여겨지는 속성들 위주로 다루며 마법 속성 이야기의 대단원을 내려볼까 한다.
파멸 속성 마법
제일 처음에 불 속성에 써먹었던 색깔을 다시 썼다. 사실 '파괴적'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비슷해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 얼추 괜찮은 것 같기도. 파멸이라고 하면 'Destruction' 정도로 쓰면 되려나? 어차피 영어 표기는 딱히 중요하지 않으니 대충 그런 걸로 해야겠다. 어나힐레이션(Annihilation)이라는 단어도 있다고 하는데, 아주 오래 전 게임 이름에서 들어본 이후로는 영 들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으니 그냥 익숙한 걸로.
파멸은 이름부터가 굉장히 폭력성(?)이 느껴지는 속성이다. 하지만 <쿠베라>의 설정을 보면 그런 무지막지한 이미지 외에 제법 과학적인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 바로 '우주 창조의 반동'이라는 개념이다.
이 다음에 다룰 '창조' 속성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건 그냥 '만들어져라, 뿅!' 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물론 결과 자체는 만들어져라 뿅!이 맞지만, 실제 그 과정에서는 대량의 에너지가 모이고 변환되는 과정을 거친다. 무형의 에너지가 모여서 유형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쿠베라>의 설정에서 나온 우주 창조의 반동이라는 건, 아마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에너지의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같은 것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 또한 에너지의 일종이기 때문에 반동이 생긴다는 개념이다. 물리 법칙으로 보자면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 할 수 있겠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불 속성 에너지를 모아서 무언가를 태운다고 하면, 화학적으로는 '연소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어쨌거나 '불'이 붙은 것이므로, 열과 빛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태우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부산물처럼 발생하는 것이 열과 빛이라는 개념이다.
솔직히 그래도 어려워서 AI에게 다른 예제를 요청해봤다. 그랬더니 나오는 설명이 '건축물의 건설'이다. 어떤 건물을 세운다는 건, 그 건물의 무게에 해당하는 압력이 지반에 가해진다는 의미다. 건물이 창조의 결과물이라면 지반에 가해지는 압력이 반동에 해당한다.
즉, '파멸 에너지'의 기본 원리는 이런 종류의 반작용이라는 의미가 되시겠다. 진짜 더럽게 어렵다... 이쯤 되면 내가 판타지를 쓰는 건지, 공상과학을 쓰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적당히 끊고 넘어가든가 해야지... 아무튼 그래도 파멸 속성 마법이 몹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창조 속성 마법
파멸에 관한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놨으니, 창조(Creation) 속성은 비교적 설명하기가 수월할 것 같다. <쿠베라>를 보고 가져온 개념이긴 하지만, 사실 창조 속성이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해보인다.
창조 마법은 글자 그대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다만 기본 원리를 '에너지 변환'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거의 모든 속성에 통달해야만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창조라는 것의 본질은 '만들어내는 것' 그 자체에 있다. 만들고자 하는 대상이 불일 수도, 물일 수도, 바람이나 번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따지면 너무 먼치킨이 되니까, <쿠베라>에서도 창조라는 속성의 고유한 범위를 어느 정도 제한해놓은 게 아닐까 싶긴 하다.
그래도 앞에서 '창조 과정의 반동'이라는 개념을 소개했으니, 실제로 '다른 속성을 창조'할 수 있도록 설정한다고 해도 창조 속성을 무분별하게 쓸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속성을 마구잡이로 만들면, 그에 따른 반동을 감당해야 할 테니까.
문제가 또 하나 남긴 한다. "원소(및 다른 속성)를 직접 다루는 경우"와 "창조 속성을 통해 다른 원소나 속성을 간접적으로 만드는 것"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간접적으로 다루는 경우의 '반동'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
뭐, 해당 속성을 이해하고 직접 변환하는 것과, 이해 없이 상상력으로 다루는 정도로 설정하면 되려나... 아직은 이걸 가지고 실제 설정 작업을 하는 건 아니니까, 구체적인 건 나중으로 미뤄두는 게 정신건강상 좋을 것 같다.
죽음 속성 마법 & 부활 속성 마법
이제 마무리를 앞두고, 죽음(Death)과 부활(Rebirth) 두 가지 속성을 남겨두고 있다. 어차피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므로 둘을 하나의 소제목으로 묶어서 써볼까 한다. (파멸과 창조도 그렇게 했으면 됐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으니 그냥 넘어간다. 다시 수정하려면 몹시 귀찮다.)
마법으로서의 '죽음 속성'이라고 하면 몹시 부정적인 이미지다. 암흑 마법과 비슷한 이미지랄까? 과거 재밌게 했던 게임 중 어딘가에서 봤던 '데스(Death)'라는 마법이 문득 생각났는데, 몹시 단순하게 '일정 확률로 대상이 된 적을 즉사'시키는 무지막지한 마법이었다.
또 비슷한 느낌의 사례를 들자면, '범위 내에서 일정 비율 이하의 체력이 남은 적들을 제거'하는 '킬링 필드(Killing Field)'라는 마법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죽음 속성 마법은 글자 그대로 어떤 조건에 따라 상대를 죽이는 마법으로 그려진다.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았는데, <쿠베라>에서 그 이미지를 조금 희석시켰다. 이 작품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신성 마법은 속성당 두 가지씩(무언 마법은 제외)이고, 죽음 속성에 해당하는 마법은 '수명을 12시간만 남기고 없애는 마법(호티 야마)', 그리고 상대와 몸을 뒤바꾸는 마법(브하바티 야마)' 두 가지다.
호티 야마는 실제로 작품 내에서도 사형 집행 목적으로 사용하는 마법이니, 기존의 죽음이라는 이미지와 어울린다. 하지만 브하바티 야마는 마법 설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죽음'이라는 본연의 이미지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다. (이해가 될 때까지 틈틈이 들여다보긴 하겠지만... 솔직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중)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죽음 속성 마법은 어떤 에너지 변환 과정을 활용한다고 봐야할까? 죽음이란 곧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므로, 생명 에너지의 고유한 속성이 사라진 상태를 정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3편에서 다뤘던 영혼 속성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영혼은 육체의 생명력이 사라진 뒤 자유로워지게 마련이니까.
이 정도까지만 생각을 풀어놓아도, 그 반대인 부활 속성도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겠다.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이 부활이니까. 죽음을 맞이한 생명 에너지가 어떤 규칙이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그것을 붙잡거나 길을 막아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놓는다는 개념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역시도 <쿠베라>에서 가져온 속성이므로, 쿠베라에서의 설정을 참고하자면 '시간 속성'과도 본질적인 연관이 있는 듯하다. 부활이라는 개념을 '해당 존재가 살아있었던 시간대로 되돌린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느낌.
실제로 쿠베라에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회복 마법 '호티 아슈윈스'는 마법이 시전되는 범위를 '최상의 상태로 되돌린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다른 마법과 이론적 토대 자체가 다르고, '시간 논리학'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설정도 나온다.
그보다 상위에 해당하는 본래의 부활 속성 마법 '호티 비슈누'는 아예 범위 내 대상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정말로 부활이라기보다는 시간 속성이라고 해야 어울리는 마법이다. 흠... 따지고 보면 죽음이라는 개념은 그 존재에게 허락된 시간(수명)이 다 했다는 의미니까, 어찌됐든 시간과는 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맞긴 하겠다.
정리하자면, 죽음 속성과 부활 속성은 결국 '시간'의 하위 개념 같다는 느낌이다. 죽음은 시간을 정상적으로 흘러가게 하거나 더 빨리 흐르게 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조작하는 개념, 부활은 시간을 역으로 되감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조작하는 개념이라고 하면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이 아닐까.
이제 진짜 그만 써야겠다. 쓰면 쓸수록 자꾸 답이 안 나오는 문제만 잔뜩 떠안는 기분이 드는 데다가, 설명하기 곤란한 건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아진다. 진지하게 설정집을 쓸 생각으로 시작한 작업이 아니기에 망정이지, 또 쓰다가 갈아엎을 뻔했다. 잠시 쉬다가 다음 주제로 뭘 쓸지 정해지면 또 자리에 앉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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