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 글을 쓰다가, '모든 속성의 에너지 형태 변환 과정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흔히 나타나곤 하는 '생각이 날아가는 증상'이다. (이와 관련해 아주 오래 전 브런치에 글을 쓴 적도 있다)
잽싸게 아이디어 메모만 해두고, 다행히(?) 날아가려는 생각을 붙들어서 쓰던 글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 나서 곧이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메모로 일단 잡아두긴 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그마저도 휘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그런 적이 많다.)
사실, 정말 아무런 쓰잘데기 없는 발상일지도 모른다. 판타지 소설 쓰면서 '마법이 발동되는 원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차피 비현실적인 능력인데, 이것이 실제로 어떤 원리를 갖는다고 설정하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나조차도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못하겠다. 나라는 인간이 원래 공상주의적이고 비현실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수밖에. 그러니까 이건,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 하긴 뭐, 언제는 안 그랬나.
불 속성 마법
마법에 있어서 불(Fire)의 본질은 '파괴'에 있다고 본다. 화염계 마법은 강력한 열과 빛을 동반하며, 실제로 파괴적인 용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화염 마법으로 누굴 치료한다는 설정은 본 적이 없다. 그 대상이 불덩어리(?)가 아닌 이상...) 좀 더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변화 또는 변형' 정도로 순화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화염계 마법의 에너지 변환 과정은 상당히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마나를 '중립 에너지'라고 규정했을 때, 화염계 마법은 그것을 열 에너지와 빛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실 '열 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지만... 그런 과학적인(?)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인간 자체가 열을 발산하는 존재이니, 자신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열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고, 그것을 증폭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화염계 마법은 난이도가 매우 쉬운 분야가 돼 버리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열을 발산하는 것과 그것을 증폭하는 것은 별개의 개념이니, 마냥 만만한 분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물 속성 마법
물(Water)은 때때로 생명의 근원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물 속성을 설명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는 '수분' 또는 '습기'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회복계 마법'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 속성 마법은 불 속성 마법보다도 더 단순할 수도 있다. 에너지 변환 과정 자체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수분 에너지를 끌어모아서,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방식이면 될 테니까.
이 지점에서 불 속성 마법과는 확연한 메커니즘 차이가 발생한다. 불 속성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불씨로 삼아서, 그것을 발산&증폭함으로써 주위의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바꾸는 메커니즘으로 보았다. 하지만 물 속성은 아예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분을 활용하는 방식이니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몸에도 수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열 에너지는 원래 발산되는 것이므로 좀 더 뺏긴다고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다. 반대로 수분은 생명의 근원이므로 마법 쓰겠답시고 과도하게 꺼내 쓰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위에 물은 없고 상황이 급박할 때 쓸 수는 있겠다.)
보통 물 계열 마법은 빙한계(얼음) 마법과 함께 쓰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따로 다루려고 한다.
얼음 속성 마법
앞서도 이야기했듯, 얼음(Ice)은 종종 물 계열 마법과 함께 다뤄진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의 온도가 일정 이상 내려가면 얼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리만 가지고 두 계열을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면, 물이 기화했을 때 발생하는 수증기 역시 같은 계열로 봐야 할 것이다. (수증기 계열 마법은 딱히 없지만...)
즉, 얼음과 물과 수증기는 화학적으로 본질은 같되 현실적인 상태가 다르므로, 서로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런 복잡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얼음이 만들어지는 원리 때문에라도 물 계열 마법과 열음 계열 마법은 따로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분이 응결하여 얼음이 되는 과정은 쉽게 표현하면 '수분이 가지고 있는 열'을 빼앗는 것이다. 분자 단위로 보자면 수분의 분자 운동을 감소시키고, 서로 가까이 붙도록 하는 것...인데,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과학 논픽션이 아니니 여기까지는 가지 않으련다.
앞에서 불 속성 마법이 체내에서 발산되는 열을 불씨로 삼아 증폭시키는 개념이라고 했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대기 중의 수분으로부터 열을 빼앗아 자신이 받아들이거나, 또 다른 형태로 전환해버리는 방식을 들 수 있겠다. 어쨌든 핵심은 수분이 가지고 있는 열을 빼앗아서 서로 뭉치게 만드는 데 있으니, 구체적인 방법이야 어떻게든 있을 것이다.
번개 속성 마법
원소 계열 마법에서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종류가 번개(Lightning)다. 사실 과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번개는 '대기의 흐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현상이기 때문에, '바람 속성'과도 연계할 수 있다. 실제로 '대기(大氣, Atmospheric) 속성 마법'으로 묶어서 등장시키는 사례도 드물긴 하지만 있다.
번개 속성 마법의 핵심은 '전기 에너지'다. 앞에서 몇 편의 글을 쓰며 집착하다시피 언급하던 바로 그 녀석이다. 물질의 원자(Atom) 내에 존재하는 전하(Charge)의 이동과 방전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로, 강력한 충격과 빛을 동반한다. 종종 번개 속성 마법이 '가장 공격적이고 위력적인 속성'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이유다. (어떤 면에서는 불 속성보다도 더 공격적으로 그려지기도.)
대기 중에는 무수한 전하가 존재한다. 어쩌면 물 속성 마법의 근원이 되는 수분보다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전하를 축적시켜서 특정한 조건(예: 높은 전압, 공기의 이온화 등)을 갖춰주면 '방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강력한 전기 에너지가 방출된다.
즉, 에너지원을 모으는 과정은 물 속성 마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과정은 불 속성 마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갑자기 난이도 수직상승...)
※ 나중에 참고하려고 적어놓는 건데, 번개를 발생시키기 위한 '특정 조건' 중 하나로 언급된 '공기의 이온화'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공기가 이온화될 때 만들어지는 '플라즈마 상태'의 에너지도 번개 속성의 주요 에너지 형태 중 하나라고 한다. 자세한 건 나중에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려고 한다.
바람 속성 마법
번개 속성을 다루면서 언급을 했으니, 바람 속성 역시 이번 편에서 다루는 게 좋을 듯하다. 바람(Wind)은 대기의 흐름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근원은 번개 속성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번개가 대기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작용이라면, 바람은 대기의 흐름이라는 기계적 작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느끼는 바람이라는 것은 결국 '공기의 흐름'이다. 공기는 압력(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지점에서 비교적 한산한 곳으로 흘러가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즉, 바람 속성을 다루고자 한다면, 공기의 압력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마법사가 구현한다면 특정 지역의 대기를 자신이 흡수해버린다거나, 특정 지역의 공기 밀도를 높임으로써 기압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리가 될 것이다. 공기의 세부적인 특성을 고려할 필요 없이, 공기 분자의 양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 메커니즘이다.
바람의 세기는 기압 차이의 정도, 기압 차가 발생한 지역 사이의 거리와 넓이 등에 의해 달라진다. 기압 차가 크면 당연히 그만큼 세찬 바람이 만들어질 것이고, 고기압 지점과 저기압 지점의 거리가 멀면 그만큼 빠른 바람이 만들어질 것이다. 넓은 지역의 공기 분포를 조절할 수 있다면 그만큼 대규모의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마법의 속성은 무척 다양하다. 흔히 등장하는 원소 속성만 해도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법이라는 세계에는 원소 속성만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애당초 글 한 편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부분은 앞으로 몇 편 정도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솔직해지자면, 쓰다 보니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개인적으로 더 쓰고 싶다. 몇 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쓸만큼 쓰다가 앞의 '펑크' 사례처럼 지루함이 느껴지면 그때 다른 주제로 넘어가볼까 한다.
'Work Room _ 창작 작업 > 자연&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정 참고] 마법의 속성별 '에너지 변환' 과정 -3- (0) | 2025.03.20 |
---|---|
[설정 참고] 마법의 속성별 '에너지 변환' 과정 -2- (0) | 2025.03.19 |
[생각] 전기로부터 시작한, '에너지'의 본질 (0) | 2025.03.17 |
[설정 참고] '전기(electricity)' 굴려보기 -3- (0) | 2025.03.16 |
[설정 참고] '전기(electricity)' 굴려보기 -2- (0) | 2025.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