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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자연&환경

[생각] '마법에 관한 의문'을 정리해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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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에 걸쳐 마법 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끄적여봤다. 쓰면서 생긴 의문도 많았고, "이게 맞나?" 싶은 자괴감이 드는 포인트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

 

'마법'이라는 명칭이 아니더라도, 판타지 소설을 쓰기로 한 이상 이런저런 '이능력'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기본적인 원리를 생각해두는 작업은 언제가 됐건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 다뤘던 속성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차원에서, 5편의 포스트를 쓰는 중간에 떠올렸던 의문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를 짤막하게라도 정리해두는 포스트를 작성하기로 한다.

 

마나 = 에너지의 기본 단위?

과학을 따로 깊이 공부하지 않더라도, '원자'나 '분자'의 개념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기존의 판타지에서 '마나(Mana)'라는 단어로 퉁쳤던(?) 개념을 각각의 속성을 가진 원자나 분자 단위로 접근한다고 하면 좀 더 깊이 있는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꽤 재미있었다. 불, 물, 얼음, 번개, 바람, 대지(흙) 같은 속성들은 실제로 자연에 물리적·화학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 속성을 가지고 있는 원자를 마나로 보고, 끌어모으거나 조작을 가해서 속성별 마법을 구현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었다. 제목을 '에너지 변환 과정'이라고 지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주위의 대기만 해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원소와 화합물들이 있다. 호흡에 사용하는 산소는 실제로 20% 정도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은 질소가 차지하며 나머지는 다양한 기체와 화학적 원소가 뒤섞여 있다. 즉,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소를 원하는 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마법을 설정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과학적인 세부 내용까지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개념 정도는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마나'라는 것이 우리 주위의 대기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루는 세부적인 원소들은 저마다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는 산소 농도가 더 높거나 낮을 수 있는 것처럼, 판타지 속 특정 지역에서는 불 또는 물의 성질을 띤 마나가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설정은 매우 단순한 예로, 실제 판타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화산 근처의 지역에서는 불의 성질을 띤 마나가 더 많고, 호수나 바다 근처에서는 물의 성질을 띤 마나를 모으기 쉽다는 식이다. 물론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더 세부적인 설정을 해야 할 것이고, 작품을 쓰는 내내 '설정 충돌'이나 '설정 붕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써야겠지만. (요즘 독자들은 매의 눈이거든...)

 

사실 준비 중인 작품에 도입하고 싶었던 개념은 '양자(Quantum)'였다. 이 단어에 관심을 갖고 검색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어마무시하게 복잡미묘한 개념이다. 여전히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라서 좀 더 시간은 걸릴 것 같지만,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점까지 거의 다 왔다고 믿고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이미지 출처 : 뤼튼(wrtn)에서 생성

 

속성별 에너지 개념, 복잡하다

'에너지 변환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쓴 다섯 개의 포스트 중, 2번째 포스트까지는 괜찮았다. 대지, 빛, 어둠, 독 등 그래도 자연 상태를 나타내는 속성들이 등장했으니까. 그들의 '에너지 변환'에 관한 설명이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그건 내 아이디어와 필력이 부족했던 탓이고, 속성 자체에는 죄가 없었다.

 

제목이 무색해진 시점을 꼽자면... 3번째 포스트부터였을 것이다. 시간, 공간, 영혼 등 비물리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들이 등장한 탓이다.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많이 접하다보니 당연하다는 듯 다뤘지만, 현실에서는 철학이나 이론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그 이후로도 신성, 암흑, 비전, 혼돈, 파멸 등등 실체가 없거나 증명되지 않은 속성들이 이어졌었다. 어차피 쓴 김에 한꺼번에 다루자는 생각으로 쓰긴 했지만... 내적인 갈등은 꽤 컸음을 밝혀둔다.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개념'을 에너지로 표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찌저찌 표현한다고 해도, 작품은 결국 독자에게 닿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작가 혼자만 이해하고 신나게 떠들어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미완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독자들의 집단지성을 믿는 입장이다. 나보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은 지천에 널려있고, 상상력은 꽤 뛰어난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나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까. 하지만 세계관과 설정이 과도하게 복잡해지면, 집단지성이 발휘되기도 전에 사람들은 떠나간다. 요즘 같이 쉽고 짧은 콘텐츠가 대세를 이루는 트렌드에는 더욱 그렇다.

 

현재까지 생각을 이어본 결과, '에너지 변환'이라는 방식의 접근법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원소 마법에 한정해서는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만... 추상적인 개념들이 함께 존재하려면 너무 난해해진다. 어쩌면, 원소 속성비원소 속성을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는 방법이라면 생각해볼만 할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 이상 속성의 '공존'에 관하여

3번째 포스트의 첫 문장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인데, 어쩌면 '속성'이라는 건 일종의 프레임(frame)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그 포스트를 쓰던 당시와는 좀 다른 관점이다.

 

쉽게 접근해보겠다. 불 속성 마법을 잘 다루는 마법사는, 물 속성 마법에 젬병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보통 이 두 속성은 서로 상반되거나 상극인 것으로 다뤄질 때가 많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할까?

 

예를 들어, 흔히 '열대 지역'이라 이야기하는 더운 지역이 있다. 이 곳은 항성(태양)의 에너지가 거의 수직으로 들어오는 데다가, 좁은 면적에 집중되므로 기온이 높다. 계절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1년 내내 대체로 덥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을 마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열대 지역은 '불 마법'에 적합한 환경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열대 지역은 대체로 습도도 매우 높다. 이는 공기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수분을 머금기 때문이다. '열대 우림'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지역은 비도 많이 오고, 뜨거운 날씨로 수분의 증발도 활발하므로 대기 순환이 매우 활성화 돼 있다. 공기 중에 수분이 많다는 것은 '물 마법'에 적합한 환경이 된다.

 

즉, 열대 지역은 불 속성과 물 속성에 모두 유리한 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후나 지형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사례들은 꽤 많다. 사막 지역은 높은 기온과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므로, 불 속성대기 속성이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온대 지역은 대체로 강수량이 많고 생태계가 활성화 돼 있으므로, 물 속성대지 속성이 공존한다.

 

극지방이라면 당연히 얼음 속성이 대표적이고, 여기에 찬바람이 몰아치는 일이 잦으므로 얼음 속성대기 속성이 함께 한다.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의 경우는 대지 속성대기 속성, 물 속성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겠다.

 

자연 상태에서 여러 가지 속성이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사실 공존하는 속성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처음에 했던 질문을 조금 바꿔서, 다시 한 번 던져본다. 한 가지 속성을 잘 다루는 마법사는, 다른 속성에 취약하다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의문이다.

 

"아놔, 이러면 나가린데?" / 이미지 출처 : 뤼튼(wrtn)에서 생성

 

속성의 융합에 관하여

웹툰 <쿠베라>에서는 '융합 마법'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사실, 만화적으로 표현된 모습을 보면 그냥 '두 가지 이상의 마법을 연달아 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쪽 세계관의 설정에 따르면 마법을 시전하는 데는 '계산 과정'이 필요하고, '발동되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즉, '융합 마법'이란 이런 개념들을 건너뛰고 두 가지 이상의 마법이 동시에 시전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디테일한 설정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마법의 융합'이라는 개념은 흥미롭다. 서로 다른 마법을 융합해서 새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면, 세계관 설정 차원에서는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서로 다른 속성 간의 관계'에 어떤 답을 내릴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불 속성과 물 속성이 서로 상극이라는 답을 고수한다면, 적어도 두 속성 간의 융합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불과 물이 융합될 수 있는 관점이라면, '끓는 물 속성'이라는 식으로 새로운 특성을 갖는 속성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에너지 변환'에 대해 고민할 때 메모해두었던 것이다. '에너지를 변환하는 방식이 비슷한 속성끼리 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매우 무책임한(?) 메모만 남겨져 있길래...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지금 타이밍에 해석해서 풀어놓은 것이다.

 

 

사실, 이밖에도 다섯 개의 포스트를 쓰는 동안 떠오르는 의문거리들은 꽤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어느 정도 썰을 풀 수 있겠다 싶었던 네 가지만 먼저 정리해보았다. 이밖에 남은 의문거리에 대해서 다음 포스트에 바로 이어서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된 의문들을 굳이 공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후에 또 다른 생각에 대한 고찰이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분야의 설정에 관한 포스트를 쓰게 될지는 미확정이다. 그냥 '글을 써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긴 그 순간에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가급적 하루에 하나씩, 판타지 창작이라는 대주제 아래에 뻘소리(?)라도 꾸준히 쓰자는 게 현재 목표니까.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더 밝게 느껴진다는 걸 감안하면, 이 둘도 딱히 '상극'이라 볼 수는 없지 않을까 / 이미지 출처 : 뤼튼(wrtn)에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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