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이 발동되는 원리는 무엇인가
어제 올렸던 글에서 아주 잠깐 품었던 의문이다. 어제 글을 쓸 당시에는 '나도 답은 못하겠다'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썩 괜찮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최근 임허규 작가(필명 '요삼')의 작품을 하나하나 모으듯이 소장하는 중이다. 단행본은 아니고 편 단위 웹소설을 사고 있는 거긴 하지만... 어쨌든 매달 조금씩 캐시를 충전해서 틈틈이 모으고 있다.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판타지스럽지 않은 '진지함'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게 오히려 마이너가 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게 좋아서 그의 작품을 샀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스타일의 글을 쓰고 싶다.
마법에 대한 원리를 나름대로 상상해보는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이어붙여봐야겠지만... 확실히 '나름대로의 진지함'을 갖추고 있는 설정을 만들고 싶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어쨌든 잡설은 일단 여기까지. 어제에 이어 속성별 마법들의 에너지 변환 과정에 대한 썰을 풀어본다.
대지 속성 마법
대지(Earth) 속성은 때때로 '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대지' 쪽을 좀 더 좋아한다. 뭔가 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어쩌다가 '대지'라는 단어가 영어의 'Earth'와 매칭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지 속성은 '지구'라는 의미와 맞닿게 됐다. 더 나아가면 '행성 그 자체'의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행성의 에너지란 무엇일까. 발을 디디고 서있는 땅. 그것을 이루고 있는 모든 종류의 물질. 즉, 흙과 돌(바위)이 갖고 있는 물리적 에너지가 대지 속성 마법의 근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땅 속 깊이 묻혀 있는 각종 금속이나 광물도 포함될 것이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땅을 기반으로 자라나는 식물까지 포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지 속성의 마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가장 먼저 '중력'을 들 수 있다. 행성 차원에서 상시 존재하는 에너지이니, 어떤 면에서는 대기 속성과도 유사한 면이 있겠다. 다른 점이라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대기와 달리, 땅(대지)은 우직하게 제 위치를 지키는 이미지라는 것 정도?
하긴, 그 또한 대지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구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따지면 물질의 성질을 바꾸는 화학 에너지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이 과정에서 '대지를 움직일 정도의 에너지'가 발생할 테니, 이 또한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 웹툰 <쿠베라>를 통해 참고한 아이디어인데, '중력을 조작'할 수 있다는 개념을 응용해서 대지 마법사가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비행"이라고 하면 바람이나 대기 속성만을 떠올리게 마련이었는데, 접하고 보니 참 사리에 맞는 이야기더라. 이래서 다른 작품도 많이 보긴 봐야 한다. 물론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빛 속성 마법
아... 적당한 색깔 찾느라 몇 분 정도 고민했다. 빛(Light) 하면 아무래도 밝은 노란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데, 흰 바탕에 뿌려놓으면 가독성이 최악인 색깔이라... 배경색을 씌워볼까 싶어서 이것저것 적용해봤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그렇다고 색상 코드값까지 찾아서 입력하자니 그 정도까지 공을 들일 일인가 싶어서 현타가 왔다. 결국 그냥 적당한 색으로 타협하는 걸로.
빛 속성 마법의 핵심은 '광자(Photon)'다. (영어 표기를 보자마자 불현듯 프로토스의 그 건물이 생각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글자 그대로 '빛의 입자'라는 뜻인데, 물리적으로는 전자기파의 한 형태라고 한다. '광속'이라는 말이 어마어마한 속도의 대명사로 쓰이는 것처럼, 빛은 매우 빠르면서 높은 에너지량을 가지고 있다.
빛이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 (아니... 포톤 캐논은 예외고...) 왠지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정도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이저(Laser)'만 봐도 이미 증거 제시는 끝난다. 레이저의 원리 자체가 좁은 범위에 빛을 집중시켜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거기다가 또 하나 좋은 예시가 있지 않나. 자외선(UV)이라고......
보통 빛 에너지는 열 에너지와 함께 다니는 경향이 있다. 어떤 물질이 빛을 극한까지 머금으면 내부에서 열 에너지로 변환시키면서 온도를 올린다는 원리다.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타거나 녹겠지...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보면 빛 속성 마법은 불 속성 마법과 단짝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빛 에너지의 근원은 아무래도 '태양'일 것이다. 엄청나게 높은 에너지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라 할 수 있으니까. 태양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달빛 역시 빛 에너지의 근원으로 삼기에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빛 속성을 '신성(Holy)' 속성과 연결하곤 하는데... 이 부분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고로 다음 기회에.
어둠 속성 마법
빛이 나왔으면 당연히 어둠(Darkness)이 따라와야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이건 철학적인 발상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어둠이 우주의 기본(디폴트) 상태'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빛이 비춰주지 않는 한, 어둠이 당연한 것'이라는 의미인데... 뭔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열이 가해지지 않으면 차가운 상태가 기본'... 아, 이것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그냥 넘어가는 걸로 해야겠다.
아무튼, 어둠 속성 마법은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집중된다. 흔히 '음(-) 차원의 에너지'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이건 음양 이원론적인 관점을 적용해야 하는 부분이니 잠시 미뤄두는 걸로 하겠다.
어둠이란 빛이 닿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므로, 어둠 속성 마법의 근원 에너지는 밤, 그림자, 불 꺼진 공간 등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밤에는 달빛이 있지 않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경험해본 입장에서 밤의 달빛은 '은은하다'라는 느낌이지 '밝다'라는 느낌은 아니지 않던가. 보름달이라도 뜨지 않는 이상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다만, 좀 어렵긴 하다. 빛의 경우에는 한 점으로 모으면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둠은 그게 안 된다. '어둠을 모은다' 혹은 '어둠을 뭉친다'라는 발상 자체도 낯설지만, 어둠 자체에 물리적인 에너지가 있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어둠 속성 마법은 아무래도 파괴력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의 시야를 가리는 용도로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감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야가 가려지면 사람은 일순간에 '미지의 상태'가 된다. 두려움 또는 공포의 감정을 일으켜 전투력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식이다. 어둠 마법의 구체적인 운용과 응용에 대해서는 생각할 거리를 남겨두기로 한다.
독 속성 마법
독(Poison)을 별도의 속성으로 구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이 블로그는 내 생각과 상상을 뿌려놓는 공간이지, 어떤 공식적인 설정집 같은 게 아니므로 그냥 쓴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개념이니까.
독 속성 마법이 별도로 존재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화학적 에너지'에 치중한 속성이 될 것이다. 애초에 '독성'이라는 것 자체가 특정 생명체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화학적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상상하기에 따라서는 다른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겠지만, 출발점은 화학 에너지라는 생각이 굳건하다. 물론 생각이 바뀔 여지는 열어두겠지만.
독 자체가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는 독성 물질에서 기인하므로, 독 속성 마법 역시 근본은 독성 물질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자연적인 독을 품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이 대표적이다. 혹은 생명체가 내놓는 노폐물들이 축적되거나 변질되면서 독성을 띠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대표적인 예가 X독...... 에라이)
따라서 독 속성 마법은 그 자체로 완전한 마법이라기보다는, 과학적인 혼합이나 변환 등의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대지 속성과 연결점을 만들 수도 있겠다. 마법 외의 영역에서 연결고리를 찾자면 '연금술(Alchemy)'을 들 수 있을 것이고.
혹은 독성 물질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물질의 분자식? 같은 것을 마법적으로 구현한다는 설정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다른 속성의 마법들과는 확연히 다른 독자적 영역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마법이지만 과학에 기반한...?)
쓰다 보니 어느새 분량이 어제치 포스트와 비슷해졌다. 어제는 다섯 개 속성을 다뤘고, 오늘은 네 개밖에 안 다뤘는데 분량이 비슷해져버렸다. 마침 아이디어가 또 꼬이기 시작했으니, 이쯤에서 멈추고 내일치 포스트를 다시 준비해봐야 할 것 같다. 이 주제로 쓰고 싶은 소재가 아직 꽤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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