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개념을 판타지 세계관에서 활용하는 법
1. 좁은 의미에서의 활용법
2. 넓은 의미에서의 활용법
이 두 가지 활용법을 툭 던져놓고 나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봤다. 내 상상력이 아직 쓸만한지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실제로 당장 쓰고 싶은 이야기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궁리해보고 싶기도 했으니까.
상상력의 세계에서 오래 떠나있었던 탓에, 사실 별로 자신이 없다. 최근에 읽는 작품들이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창작의 영감을 줄만한 작품은 별로 없었기도 했고. (작품은 그냥 앞부분 좀 보다가 취향에 맞으면 돈 주고 사서 보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데, 작품이 워낙 많다보니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갈팡질팡한다.)
상상력 충전이야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 전기를 테마로 한 이번 포스트는 '좁은 의미에서의 활용법'과 '넓은 의미에서의 활용법'에 대한 나름의 아이디어 노트인 셈으로 해보련다.
1. 마나 전환
판타지 하면 '마나'라는 개념을 떼어놓기가 어렵게 됐다. 예~전에 네이버포스트에 글을 좀 끄적이던 시절에, 마나의 기원을 추적해보는 작업을 했었다. 오래 전이라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오세아니아 쪽 어느 섬 지역에 그 기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자료 조사하면서 쓰던 원고가 어디 있을 텐데, 어디에 적어뒀는지 좀 찾아봐야겠다.
뭐, 어쨌든 이 부분은 넘어가기로 하고. 마나라는 개념과 전기라는 개념을 접목하는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일단 '좁은 의미에서의 활용'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다. 마나를 자원으로 써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 판타지 세계에서 마나는 그냥 대기 중에 떠다니는 무한한 자원과 같다. 검사나 마법사들은 이걸 활용해서 전투력을 발휘하는 형태로 사용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사실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니 이것을 문명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쓰는 아이디어다.
이렇게 하려면 '마나 발전소'라든가, 그것을 활용해 필요한 장치를 연구하고 만드는 사람들도 생겨날 테니, 제법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될 것이다. 마나의 양이나 질에 따라 전기가 만들어지는 효율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는, 이럴 거면 그냥 전기로 바꿀 것 없이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나 하는 거다. 마나를 판타지에서 다루는 일반적 개념이 아니라, 전기와 같은 특성을 가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라면 '마나'라는 이름 대신 다른 명칭을 고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익숙한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레 익숙한 이미지와 매칭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같은데 특성이 다르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어야 하는데, 아주 기본적인 개념부터 자꾸 혼란스럽게 하면 도움이 안 된다.
2. 생명 에너지
모든 생명체는 '대사'라 불리는 생리적 과정을 가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대사를 하기 때문에 생명체라 불린다는 쪽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정적인 생명체인 식물 역시 자신들만의 대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까.
사실 대사(代謝, metabolism)라는 단어가 좀 난해하다. 국립국어원에서 내놓은 설명에 따르면, 대(代, 대신할 대)는 '대신하다', '바뀌다'라는 의미가 있고, 사(謝, 사례할 사)는 '물러나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즉, 어떤 성분이 몸에 들어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노폐물은 배출하는 반복적 과정을 가리킨다는 설명이다. 역시 쉽지 않다. 젠장.
복잡한 이야기에서 뼈대만 발라내자면, 생명체의 대사 과정에서는 물질이나 성분들의 분해 및 결합 등의 '화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이때 아주 미세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통은 열 에너지, 또는 화학적 에너지일 것이다.)
분자나 원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무척 미세하긴 하지만, 엄청나게 많이 모이면 충분한 위력을 지닌다. 실제로 전기도 물질의 원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모은 것이니까. 이 개념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그 자체로 좁은 의미의 활용일 수도, 넓은 의미의 활용일 수도 있다. 생명체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모아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전자일 것이고, 생명체의 대사에서 어떤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설정한다면 후자가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올린 포스트에서 다뤘던 '바이오 전기'가 이거랑 비슷한 듯하다.
3. '크리스탈' 에너지
본래 '크리스탈(Crystal)'이라는 것은 어떤 규칙적 구조를 가진 고체 형태의 물질을 뜻하는 말이다. 흔히 '크리스탈 = 수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이 부분 역시 크리스탈이라는 단어로 인해 연상되는 이미지가 문제가 된다면, 적절한 다른 단어로 바꾸면 된다. 중요한 건 '표현'이 아닌 '본질'이니까.
아무튼, 일단은 그런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므로 '크리스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본래 크리스탈은 자연 상태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 일반적으로는 광물 또는 특정한 화학적 화합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광물 중 비교적 잘 알려진 석영, 장석 등이 대표적인 크리스탈의 한 종류로 꼽힌다.
조금 놀라울 수도 있는데, 우리가 '소금'으로 알고 있는 염화나트륨 역시 근본적인 분류로 치면 크리스탈의 일종이라고 한다. (뜨헉...?) 소금의 알갱이 자체는 불규칙한 형태지만, 그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육면체 형태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등, '크리스탈'로 분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뭐, 아무튼. 자연적인 방식(또는 인위적인 방식)으로 이와 같은 특별한 결정체가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체에 외부로부터 인위적인 압력이나 온도 변화가 가해질 경우, 이에 반응하여 전기를 생성하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좁은 의미의 활용'에 해당한다.
같은 맥락에서, 자연에서 발견되는 크리스탈이 어떤 독특한 원리로 특별한 에너지를 생성한다고 설정한다면,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넓은 의미의 활용'에 해당할 것이다. 게다가 크리스탈은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생성한다고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에너지의 조합'도 고려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름 개연성이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리스탈로 분류되는 물질들이 '규칙적인 분자 구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칙이 있다는 것은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니,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적합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4. 추상적 에너지
늘 비슷한 패턴을 그려왔듯, 가장 '상상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야기를 할 시점인 듯하다. '추상적 에너지'라고 이름을 짓긴 했지만, 그 진짜 이면은 '상상에 의한 에너지'라고 보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정신 에너지(Mental Energy)'를 들 수 있다. 솔직히 참신한 개념은 아니다. 인간의 사상이나 신념에 어떤 물리적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발상은 판타지에서 '단골처럼 사용된다'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원리는 단순하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믿음이나 감정이 어떤 에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판타지에 흔히 등장하는 '신성력(Holy Power)'이 이런 부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정신적 에너지를 특정 프로세스를 이용해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신에 대한 믿음으로 행사할 수 있는 힘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다른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과 같다. 다만, 이는 어쨌거나 인간과 같은 지성체에 의해 나타나는 힘이다. 당사자의 감정 등에 의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바꿔 말하면 감정 상태에 따라 더 뛰어난 성능이나 효율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되겠지만.
또, 판타지에서 '끝판왕' 격의 능력으로 다뤄지곤 하는 '시간' 역시 에너지원으로 취급할 수 있겠다. 보통 시간은 '절대적인 힘'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간의 힘을 다룬다고 하는 설정이 존재하거나, 그런 캐릭터가 있다고 해도 그들의 능력은 보통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능력' 또는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능력' 정도인 경우가 많다. 시간의 흐름을 되돌리는 능력도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자칫 이야기의 긴장감을 깨부수는 장치가 되기 때문에 보통은 잘 쓰지 않는다. 쓰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의 제약을 걸어놓거나.
이건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인데, 시간이 흘러갈 때 어떤 미세한 진동이라든가 변화가 나타난다고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느끼지 못하는 감각이니 상상의 영역이라 봐야할 것이다. 이런 시간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시스템이다.
정신적 능력이나 시간 능력의 공통점은 앞서도 말했듯 '추상적'이고 상상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을 직접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천으로 쓸 수도 있고, 전기의 특성만을 차용하되 아예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쪽 계통을 채택하려면 설정 작업부터 엄청난 두통에 시달릴 것 같다는 점이다.
'Work Room _ 창작 작업 > 자연&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정 참고] 마법의 속성별 '에너지 변환' 과정 -1- (1) | 2025.03.18 |
---|---|
[생각] 전기로부터 시작한, '에너지'의 본질 (0) | 2025.03.17 |
[설정 참고] '전기(electricity)' 굴려보기 -2- (0) | 2025.03.15 |
[설정 참고] '전기(electricity)' 굴려보기 (0) | 2025.03.14 |
[설정] 광물 외의 자원들 - 판타지 생태계 (1) | 202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