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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캐릭터 설정

[설정] 인물/캐릭터를 만들 때 필요한 것 - 스토리와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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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의 연관성' 또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일관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말했던 일관성이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일관성이라면, 스토리와의 연관성은 '인물과 배경'에 초점을 맞춘 일관성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이야기는 '플롯(Plot)'이 있다. 이야기를 전공으로 하거나, 이야기를 많이 접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좀 낯선 단어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하자면 플롯은 이야기의 뼈대(Structure)이자 요약(Summary)이라 할 수 있다. 플롯에 살을 붙이면 하나의 이야기(Story)가 되는 것이다.

 

인물/캐릭터를 만들 때는 플롯의 차원에서 봐야할 수도 있고, 이야기의 차원에서 봐야할 수도 있다. 보통은 주인공을 비롯한 주연급 인물의 경우 상세 묘사가 없어도 설명이 가능하기에 플롯의 차원에서 설정하고 배치하게 된다. 반면, 특정 에피소드에만 등장한다거나, 전체적으로 비중이 적은 인물인 경우 상세 묘사가 없으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이야기의 차원에서 설정해야 한다.

 

플롯의 차원이든, 이야기의 차원이든 '스토리와의 연관성'은 필수적이다. 인물/캐릭터 설정에 있어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본다.

 

인물/캐릭터의 목적과 역할

인물/캐릭터는 내가 만든 이야기 속 세계의 주민이다. 즉, 하나의 생명체다. 별것 아닌 생각일 수 있지만, 난 언제나 이 생각을 주문처럼 되뇌려 애쓰곤 한다. 이 생각을 놓친 채 이야기를 쓰다 보면, 인물의 '목적과 역할'을 자주 놓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권하지는 않는다.)

 

최근까지 비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10년 넘게 아직 완결을 짓지 못한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주인공은 두 개의 세계 모두에 발을 걸친 채,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입장에 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어느샌가 주인공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흐릿해지는 때가 자주 있었다.

 

초반에는 자신의 가족을 해친 범인을 잡아 마땅한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본질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고, 다른 세계 출신의 존재들과 엮이게 되면서 본래의 목적이 조금씩 흐지부지해지게 된다. 결말을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고 써보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계속 스토리를 수정하고 앞부분의 설정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검토하느라 지지부진이다.

 

해당 인물의 목적과 역할이 처음과 달라지다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아직까지 연재중단을 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꾸역꾸역 쓸 수 있는 건, 이 인물이 '내가 만든 세계를 살아가는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덕분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인물에게 결말을 가져다주고 싶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삽질로 깨달은 바, 인물을 처음 설정할 때부터 목적과 역할을 분명히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주인공급 인물은 '플롯'의 차원에서 목적과 역할을 정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 차원에서 정해준 목적이 흐지부지된 게 바로 내 케이스니까. 

 

이제는 몹시 익숙하게 느껴지는 브런치 상단용 이미지... / 출처 : 10년 전에 찾은 거라 기억이 안 남...

 

갈등과 전개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Conflict)'이다. 예전에는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갈등이 일어나는 장면을 마주하면 불쾌함인지 답답함인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갈등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니곤 했다.

 

삽질(?)을 하고 다녔던 덕분일까. 갈등이 이야기에서 필수 요소라는 걸 알게 됐다. 하다못해 '힐링물'을 표방하는 스토리조차도, 갈등 요소는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힐링물에서는 갈등이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될 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갈등은 단순히 '싸움'과 '대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인물이 맞닥뜨리는 모든 종류의 문제와 장애물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갈등이 없으면 사건도 없고, 변화도 없다. 한 마디로 '이야기의 전개(흐름)' 자체가 없는 셈이다. 흐르지 않는 물이 고여서 썩어가듯, 이야기 역시 흐르지 않으면 의미를 잃어버린다.

 

이런 갈등을 만들어내기 가장 쉬운 장치가 바로 인물/캐릭터의 성격과 배경 설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꼽는다. 특히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생활에서 성격이 서로 안 맞는 사람과 어떻게든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을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이 형성되는 데는 '배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성장 환경이라든가 특정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로 성격이 조화롭지 않은 경우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많은 인물/캐릭터의 성격과 배경을 처음부터 모두 촘촘하게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중요한 인물/캐릭터들에 대해서는 예상 갈등 포인트를 미리 짜둘 필요가 있다. 어떤 인물과 어떤 인물이, 어떤 부분 때문에 갈등을 일으킬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해갈 것인지.

 

이것은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갈등에는 '외적 갈등(External Conflict)'도 있지만, '내적 갈등(Internal Conflict)'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한 인물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갈등도 이야기 전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주인공과 주연급 인물들의 내적 갈등 포인트는 반드시 명확하게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그걸 못해서 전개가 지지부진한 사례가 바로 나다...)

 

인물/캐릭터의 성장&변화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은, 인물/캐릭터가 성장&변화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성장'이라고만 표현하지만, 아무래도 성장은 '더 나아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나는 '성장&변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는 오히려 인물이 더 퇴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흔하지는 않다)

 

내 경우에는 성격과 배경을 설정하는 시점부터 이미 그 인물/캐릭터의 '완성된 모습'을 어느 정도 상정해두곤 한다. 완전히 성장했을 때 이런 모습이겠구나 - 하고 대략적인 스케치를 해두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아갈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기 때문이다. 혹은 주연급 조력자를 통해 주인공의 완성된 모습을 투영해두기도 한다.

 

캐릭터의 성장이나 변화는 갈등만큼이나 중요하다. 갈등은 캐릭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하다. 즉,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갈등은 수단이고, 본질은 인물/캐릭터의 성장이나 변화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갈등을 철저하게 수단으로만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과 성장을 놓고 저울질을 하자면 그렇다.

 

따라서 인물/캐릭터의 성격과 배경 설정 단계에서, 본래 어떤 모습이었다가 어떤 과정(갈등)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지를 로드맵처럼 그려놓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야기 전개에서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보통 '성장'이라 하면 약간 이런 느낌이지만... '내면의 성장'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 출처 : Bing Image Creator

 

결론

결국은 뻔한 이야기다. 캐릭터는 결국 나 대신 이야기 속 세계를 살아가야 할 존재다. 쓸데없이 거창한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야기를 구상할 때 나 자신에게 그 세계의 창조신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곤 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대신 해줄 '대리자'가 되는 셈이다.

 

내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나 대신 살아낼 존재를 만드는 것이니, 웬만하면 그럴듯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로 채워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가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불쌍한) 녀석이었어'가 될 것 같아서 브레이크를 걸게 될 때가 종종 있지만.

 

오늘 글은... 저 위에 썼던 '완결짓지 못한 이야기'를 처음 구상할 때, 인물/캐릭터를 설정하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썼다. 그 당시에 인물을 설정하며 우선시했던 것들, 그리고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하는 차원이라고나 할까. 별로 길지도 않은 이야기를 너무 오래 끌었으니... 늦어도 올해 안에는 꼭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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