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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Room _ 창작 작업/캐릭터 설정

[설정] 인물/캐릭터를 만들 때 필요한 것 - 기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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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좀 가져보았다. 다른 작품의 인물/캐릭터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생각보다 즐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고작 몇 작품만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원래 내가 즉흥적인 기질이 좀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보았다. [캐릭터 탐구] 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궁극적으로는 쓰고 싶은 작품에 사용할 인물/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해, 그에 걸맞는 자료를 쌓아두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극히 기본적인 사항들부터 집중하는 것이 옳다. 그러니까, 가장 기초적인 작업은 건너뛴 채, '빅 파이브 이론'이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겉모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기로 한다. 이야기를 쓸 때, 그 안에 등장할 인물/캐릭터를 설정하고자 할 때 무엇부터 생각해야 하는가?

 

출처 : Bing Image Creator

 

이름

가장 기본적인 항목은 이름, 나이, 성별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라면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름에 비하면 나이나 성별 같은 건 비교적 중요성이 덜하다. (인물/캐릭터, 특히 주연급에 관해서는 매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이름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로 포스트를 써볼 예정이다. 고전 판타지에서는 대개 서양식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동양, 퓨전, 현대 판타지 등 장르가 세분화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름도 자주 보인다. 글로벌 시대의 영향인지, 아예 대놓고 한 세계 안에 동서양 이름이 섞여서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는 블로그에서 덕후처럼 다뤄놓은 게임, <최강의 군단>의 한 장면이 기억난다. NPC 캐릭터였던 '역사학자 베니'가 등장인물 중 하나인 '맥'의 이름을 듣고 이렇게 반응하는 장면이 있었다.

 

맥마나만? 아일랜드식 이름이네요.

 

 

사실, 객관적으로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대사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부분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름의 기원'이라는 테마 자체에 관심을 갖게 만든 대사였기에, 지금도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식 이름, 유럽 각국 스타일의 사람 이름은 모두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나름의 트렌드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판타지 작품에는 그런 구분 없이 그저 막 쓰는 경우가 많다. 흔히 보는 이름이라면... 제임스, 세바스찬, 웰링턴 뭐 이런 것들이 있겠다. (과거에 썼던 습작 노트를 보면 나도 그런 이름을 꽤 많이 썼다.)

 

우리가 소비하는 판타지 작품은 대부분 '한국사람들끼리' 소비한다. 엄청나게 잘 풀려서 글로벌로 나간다면, 아마 등장인물 이름부터 손봐야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싶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서 "동양식 이름"이라고 하면서 '철수', '숙자' 같은 이름들을 쓰는 모습일지도 모르니까.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주인공 이름으로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름은 너무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요소지만, 섣부르게 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뤼튼(wrtn)에서 생성

 

인물의 배경

판타지와 같은 창작된 세계에서는 해당 인물/캐릭터의 '종족'이나 '출신 지역'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다. 하나로 묶어서 표현하자면, '선천적인 배경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쉽게 말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요소들, 혹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이미 결정돼 있는, 바뀌지 않는 과거의 요소들을 말한다. 앞에서 가볍게 짚었던 성별이라든가 출생 시기(나이)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의 문화라든가 가문의 성향, 인물의 성장 배경과 어떤 특별한 사건 등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일명 '모쏠 할아버지'가 했던 대사처럼, "과거는 제자리에 박혀 있다." 하지만 제자리에 박혀 바꿀 수 없는 과거라 할지라도, 현재와 미래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인물의 배경은 바로 그런 요소다. 이 때문에 어설프게 설정하면 나중에 반드시 구멍이 되거나 막히는 지점이 생긴다. 몇 번 그 경험을 하고 나니, 인물 설정보다 세계의 설정을 먼저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 블로그에 매일같이 뻘소리를 늘어놓게 된 시작점이다.)

 

출생지를 설정하려면 대륙 지도 국경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적이나 사회적 지위 등이 있으려면 국가 체제시스템이 필요하다. 인물 하나 정도만 설정하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여러 인물을 설정할 때 서로 모순이 되거나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사전 작업'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직업과 능력

그런가 하면 '후천적인 배경 요소'들도 있다. 보통 인물/캐릭터를 설정할 때는 어떤 직업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성격은 대략 어떤지를 설정하게 된다.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등이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 방향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에 어느 정도 결정돼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어느 시점에든 바뀔 수 있는 것들이다. 애당초 앞서 말한 '선천적 요소'들과 달리, 해당 인물이 삶을 살아가면서 후천적으로 얻게 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 '본인의 의지가 개입된 요소'라 할 수 있다.

 

설정하기에 따라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죽은 마법사의 도시>에 등장하는 '크림슨 로브'는 설정상 '최후의 마법사'로 묘사된다. 마나를 자연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마법사라는 종족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설정이다. (물론 나중에 마나 다루는 양반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정체성이 애매해졌지만)

 

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판타지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능력 면에서 뭔가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야기를 진행하기가 많이 답답해지니까...

 

문제는 이것들 역시 선천적 요소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배경 설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직업을 설정하려면 그 세계의 사회 구조경제 구조가 어느 정도 잡혀 있어야 한다. 중세 판타지 배경의 시대인데 주인공 직업이 AI 프로그래머라거나, 사이버펑크 시대인데 주인공 직업이 마부나 대장장이일 수는 없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능력도 어느 정도 배경 설정을 필요로 한다. '뛰어난 마법 능력'을 테마로 하려면 그 세계가 마법과 마나를 중요한 개념으로 삼는 세계여야 하고, '압도적인 검술 실력'을 주인공의 능력으로 하려면 검을 비롯한 냉병기가 주력으로 사용되는 시대여야 하니까.

 

어라...? 의외로 또라이 같고(?) 괜찮다...? / 출처 : Bing Image Creator

 

성격, 가치관, 신념, 목표, 동기

사실 이것들도 면밀하게 따지면 '후천적 요소'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다만, 이들을 따로 떼어놓은 이유는 '변동 가능성' 때문이다. 직업은 이야기 전개나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능력 또한 더 발전하거나 퇴보하는 식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격이나 가치관, 신념, 목표, 동기 같은 것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거나, 바뀌더라도 매우 느리게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다. 특히 성격, 가치관, 신념은 매우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 요소다. 이것 때문에 인물/캐릭터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관계가 형성되거나 깨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를 리드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목표와 동기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목표, 가벼운 동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반대로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목표와 심오한 동기를 가진 인물도 있다. 목표와 동기는 앞의 성격, 가치관, 신념에 비하면 좀 더 유연할 수 있는 요소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다.

 

이것들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처음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말 몇 마디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가치관이라면, 그 인물은 매력이 없어지거나 주연급 인물로 거론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때로는 그 가치관 때문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거나, 독자들에게 고구마를 한가득 안기는 인물이 돼 버릴지라도, 이야기의 일관성과 몰입감을 위해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되는 포인트다.

 

며칠 전 썼던 '입체적 인물' 설정은 바로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유연함을 두어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 유연함을 둘 것인지가 창작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절대 바뀌지 않는다"라고 설정하면 평면적/단편적 인물이 될 것이고, "어떤 계기로 인해 바뀐다"라고 설정하면 그 계기와 포인트를 잘 표현해내는 것이 창작자의 능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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