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인물/캐릭터 프로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사실 '이런 이런 항목을 넣어야 한다'라는 공식이나 규칙은 없을 것이다. 다만, '성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그 인물이 성장한 배경을 설정하는 것은 어떨까? 사실 실제 이야기 내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작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 프로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다.
다만, 인물의 성장 배경은 그 인물의 "성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은 아니다. (물론 성장 배경에 성격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항목이 있다고 설정한다면, 이 부분도 성장으로 볼 수는 있겠다) 고로 이 항목은 필수는 아니다. 물론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항목들이다.
그렇다면, '성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필'은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그리고 각각의 요소들은 어떤 의미에서 중요할까? 이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한다.
처음 모습은 부족하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올라갈 곳'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의 성장에 끝이 어디 있나"라고 반론을 펼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게 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물/캐릭터는 딱히 성장할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까.
예를 들어, 처음부터 전투 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인물/캐릭터를 묘사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성격이나 가치관 측면에서 뭔가 부족한 것으로 묘사하는 방법이 있다. 너무 전형적인 방법이라 솔직히 요즘에는 좀 권장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지만.
물론, 어느 정도 탁월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더 이상 성장의 여지가 없다'라고 볼 수는 없다. 보통 판타지의 세계라는 곳은 언제 어디서든 강적이 출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협 장르의 화경, 현경, 생사경이라든가, 서양식 판타지의 소드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같이 강함을 특정 단어로 표방하는 경우는 다소 폐쇄적인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같은 경지라도 그 안에서의 수준 차이는 있다. 그것을 무슨 기계 스펙처럼 줄세우기 식으로 나열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고수의 반열에 오르면 한끗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게임에서처럼 전투력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무조건 이기는 방식이 오히려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핵심에서 좀 비껴갔는데, 아무튼 인물/캐릭터 프로필을 설정할 때, '능력에 있어서 성장의 여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성격'이나 '가치관'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어딘가 성격이 모난 모습으로 그리는 것도 성장의 여지를 두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는 잘못하면 인물 자체가 독자들에게 '비호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비호감이 됐다가 호감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 비호감으로 시작해버리면 이야기 전개와 갱생(?)을 보여줄 기회 자체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독자들이 떠난다는 뜻이다)
'성장 방향'에 대한 단서
이건 좀 애매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냥 되는대로 찌끄려볼까 한다.
일단, 나는 인물/캐릭터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해가는 모습은 이야기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강한 능력을 갖고 나와서 마음 가는대로 깽판을 치고 다니는 먼치킨물도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내가 쓸 때는 가급적 맨땅 헤딩도 여의치 않는 성장형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다.
다만, 여기서 핵심은 그 '성장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이건 좀 구체적인 사례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전투력' 측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릴 거라면, 이 인물이 검의 달인이 될 건지, 대마법사가 될 건지, 아니면 뛰어난 레인저가 될 건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정해진 방향성은 이야기에서 살포시(?) 드러나는 게 좋다. 그래야 읽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되지 않겠는가. 어느 방향으로 성장해갈지 오리무중인 상황에 던져놓고 '어떻게든 크겠지'라고 하는 건,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게임'에서나 먹히는 방법이다. 이야기는 게임과 달리 인터랙티브 요소가 덜하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처음 썼던 소제목은 '최종 목표에 대한 단서'였다. 그랬다가 도중에 '성장 방향'으로 표현을 바꿨다.
이유는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최종 목표'라고 써버리면 그 인물의 성장한 모습을 미리 스포일러하는 셈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또, '여기까지만 성장한다'라고 미리 제한(Limit)을 걸어버리는 느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는 함부로 보여줘서는 안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극복해야 할 무언가
마지막으로, '극복해야 할 것'을 프로필 안에 살짝이라도 담아두는 것이 좋다. 이건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해놓긴 해야한다. 그래야만 이야기의 진행 방향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으니까.
어떤 인물은 성장 과정에서 극심한 두려움을 내재한 경우도 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인물은 이야기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혹은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때때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보통 많이 쓰이는 소재로는 열등감, 자존감 같은 것들이 있다. 좀 더 특별하게 설정해보고 싶다면... 그만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전투력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은 대개 이야기의 호쾌함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이와 같은 내면적 극복 대상은 이야기를 깊은 곳까지 끌어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혹은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 줄 수 있게 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생기면, 이야기 속에서 그 인물이 성장해나갈 '단계'를 그리는 일도 수월해진다. 이전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를 만드는 것도 한층 수월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흐름과 갈등 높낮이를 설정하기도 더 수월해진다. 어쨌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은 그 이야기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될 테니까.
너무 세세하게 정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 대략적인 로드맵을 정해놓아야만 좋은 인물/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이야기 속 '세상'에 그냥 존재하는 인물/캐릭터는 있지만, 세상 속 '이야기'에는 그냥 존재하는 인물/캐릭터는 없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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