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을 주제로 잡고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더 뻗어나가게 됐다. 광물 이야기를 하다가 '석유'를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사실 문명 사회에서 사용하는 자원이 광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WoW에만 해도 '3대 채집 자원'으로 광물, 약초, 가죽이 버젓이 존재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결국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이제 슬슬 '자연 환경 설정'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아직 관련된 책도 다 못 읽은 상황이라...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얼렁뚱땅 진입하게 될 줄이야.
일단은 자연 환경 설정에 참조할 수 있는 '셀프 가이드'를 만들어놓는다는 느낌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정리해놓도록 한다.
광원 - '빛'을 얻기 위한 자원
우주 단위의 세계관을 구축할 게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는 현재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행성을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가까이 있는 항성(꼭 '태양'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으로부터 빛을 공급받게 된다.
항성에서 공급받는 빛은 주기적으로 사라진다. 행성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반복되는 식이다. (극지방의 경우는 좀 다른 모양이지만, 그 부분까지 공부한 적은 없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보기로 한다)
빛이 사라진 시간에는 빛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있어야 한다. 우리 인간이 먼 옛날에는 촛불이나 호롱불을 썼고, 지금은 전기를 사용해 빛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뭐, 어떤 종족은 어둠 속에서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설정을 만들어도 되겠지만.
그렇다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자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광물을 들 수 있겠다. 무협에서 종종 등장하곤 하는 '야명주' 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특정한 자원을 연료로 삼아 빛을 낼 수 있는 도구나 시스템을 구현하든지. 아무튼 '빛과 관련된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화폐 - '시장'의 형성을 위한 자원
초창기 인류 사회에서는 물물교환을 했었다.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으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몹시 불편했을 것 같다. 물건과 물건의 가치를 명확히 비교하기 어려우니, 그저 그 물건이 필요한 당사자끼리 협의해서 가치를 정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속임수 같은 부정한 상황도 많이 생겼을 것이고.
'화폐'라 불리는 수단이 나온 뒤에도 적지 않은 변천사를 거쳤다. 조개 껍데기를 화폐로 썼다고 하는 시절도 있었고, 그 사이에도 복잡한 역사가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금이나 은 같은 금속을 화폐로 쓰는 시대를 거쳤다. 그리고 이제는 금의 가치를 기반으로 형성된 화폐 제도가 형성돼 있고, 더 나아가 '가상화폐'라는 개념까지 성행하고 있다.
사실 구체적인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시장'이 형성되고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화폐로서의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판타지는 금과 은을 이용한 화폐를 그대로 차용한다.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금화와 은화를 쓴다고 해서 스토리가 진부해질 이유도 딱히 없다.
오히려 독창적인 화폐 체계를 보여주려 하면 처음 진입 시에 좀 더 낯설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거래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자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 짚고 가기로 한다.
식물 - 여러 모로 쓰이는 유틸 자원
현실 세계의 영향인 건지 모르겠지만, 보통 식물은 호구 취급(?)을 당한다. 환경에 따라 자생하고 글자 그대로 '무수히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그러면서 인간을 비롯한 지능종들이 자유롭게 채집해서 이리저리 활용한다.
그런 식물들의 험난한 팔자가 너무 불쌍했던 걸까. 어떤 판타지 세계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하는 식물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심지어 '엄청 강력한' 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 그런 식물들은 뭔가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등장해, 여기저기서 노려지곤 한다. (불쌍한 신세 피하려다가 더 불쌍해진 꼴 아닐까)
꼭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식물은 보통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유틸 자원이 된다. 약초로 사용되기도 하고, 독초로 쓰이기도 한다. 종류에 따라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특정 생명체를 끌어들이거나 내쫓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설정하기에 따라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팔방미인형 자원이다.
식물 자원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광물과 달리 지천에 널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특별한 효능을 가진 식물이 여기저기 흔하게 널려 있을 리는 없으니 (그걸 그냥 놔두면 인간이 아니지...) 찾아서 써먹으려면 어느 정도 수고를 들여야겠지만.
동물 - 좀 더 특별한 유틸 자원
동물도 신세가 별반 다르지는 않다. 다만, 판타지의 동물들은 현실보다는 나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고유한 능력과 힘을 가진 '몬스터'로 등장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동물들은 그냥 모험가들의 식량 취급인 경우가 다반사)
'움직일 수 있다'라는 기본 속성이 있기 때문일까. 동물로부터 얻는 자원은 좀 더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지도 않고, 나름대로 본능을 갖고 움직이며 지능이 높은 종은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자원을 얻기 위한 난도가 높아지는 셈이니, 좀 더 희귀하고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따지고 보면 판타지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드래곤'만 해도 엄청나게 귀한 자원의 집합체와도 같다. 드래곤의 비늘, 드래곤의 뼈, 드래곤의 힘줄, 드래곤의 심장 등등... 드래곤님을 고작 '동물'이라고 표현했다가는 왠지 브레스 한 대 처맞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람도 결국은 동물인 마당에 드래곤이라고 동물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잖아...?
동물은 아무래도 '움직일 수 있다'라는 특성 하나만으로도 식물에 비해 설정하기가 까다롭다.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창작 세계라지만, 적어도 개연성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동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밖의 상상 속 자원들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끄적여두었지만, 좀 더 진중하게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면 훨씬 다양한 자원들이 많을 것이다. 마법 혹은 그와 유사한 개념이 등장하는 세계관이라면 어쨌거나 그들과 관련이 깊은 자원도 따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또, 기나긴 인류 문명사처럼 가상 세계에도 기나긴 역사를 부여할 생각이라면, 그 역사와 관련된 유물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광물은 대체로 지하에 있는 자원으로 여겨지지만, 모든 자원이 꼭 지하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당장 떠오르는 예를 들자면, 일정 시즌마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특정 식물의 꽃가루도 특별한 용도가 있는 자원으로 설정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는, 자원이 꼭 '형태를 가진 무언가'여야 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판타지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마나'만 해도 본래 형태가 없는 기운의 일종이지만, 인물들의 무력과 전투력을 대표하는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결국 자원과 그것을 포괄하는 생태계는 창작자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 범주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창작계에서 '설정'이라는 단어를 '세계관'과 같은 의미로 쓰는 건,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정'을 위해 정해놓는 요소들이 결국 그 창작자가 바라보는 세계관의 넓이를 대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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