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k Room _ 창작 작업/사회&문화

[생각] 펑크(punk)의 의미, '되새김질' 하기 -2-

728x90
반응형

펑크의 의미 되새김질, 그 두 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포스트.

 

어제 올렸던 내용에서는 펑크라는 단어에 '내재된 의미'를 위주로 썰을 풀어보았다. 원래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떠드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제법 쓸 말이 많이 나왔다. 이렇게 또 비워내고 새로운 걸 채워넣어야 살 수 있는 타입인가보다.

 

두 번째 포스트에서는 펑크 장르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들'을 주제로 썰을 풀어볼까 한다. 실물로 표현된 예술 작품에 대해서는 조예가 별로 없는지라 검색의 힘을 꽤 많이 빌려야 할 것 같다. 글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되는 데까지는 해보려 한다.

 

펑크 이야기를 매일 같이 하다보니 머리가 펑키해지는 기분이라, 오늘 포스트를 끝으로 한동안은 다른 주제를 기웃거릴 예정이다.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또 돌아오겠지만.

 

시각적 스타일과 디자인

솔직히 나는 펑크 장르의 작품을 봐도 "아, 이거구나"라고 구분해내지는 못한다. 개념과 이론으로는 기억하고 있지만, 그걸 현실과 매칭시키는 부분이 약한 탓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조금 정도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각 펑크 장르에는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각적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스팀펑크의 경우, '산업 혁명'과 관련이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중반까지 대략 수십 년 정도를 가리켜 보통 산업 혁명 시대라 구분한다.

 

이것은 문명 또는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구분이고, 문화사적으로는 '빅토리아 시대'라 칭한다.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꽤 겹치는 기간이 많다. 빅토리아 시대 자체가 산업 혁명의 결과로 나타난 변화들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고. 왜 하필 빅토리아 시대라 부르는가 하면, 산업 혁명의 시발점이 된 중심 지역이 영국이었고, 그 당시 영국의 지도자가 빅토리아 여왕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팀펑크 장르에는 산업 혁명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증기기관 베이스의 기계,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의 패션이 함께 나타난다. 금속제 톱니바퀴(기어)와 가죽 소재로 된 요소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여전히 범선과 같은 과거 요소들이 함께 존재했지만, 스팀펑크에서는 '신문물'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한때 재밌게 했던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는 스팀펑크의 느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 이미지 출처 : 유비소프트 코리아 홈페이지

 

'펑크'가 붙은 장르들은 대개 비슷한 원리를 따른다. 디젤펑크는 1920~1940년대의 '아트 데코 스타일'과 산업적 요소를 반영하고, 강렬한 색채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선으로 그려지는 것이 특징이란다. 솔직히 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다.

 

사이버펑크는 네온 불빛으로 밝혀져 있지만 왠지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는 풍경이 특징이라고 한다. '사이버'라는 수식어와 어울리게, 사이보그와 같은 미래적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봐도 딱 알아볼 수 있는 정체성을 드러낸다. 비슷한 분위기를 다루는 다른 장르가 나오지 않는 한, 헷갈릴 일은 없을 듯하다.

 

이런 펑크 장르들의 공통점이라 하면, "기술이 지배적 힘을 행사하는 세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 내재된 의미는 어제 쓴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판적 시각"이다. 쉽게 말하자면, "야, 이게 최선이냐? 확실해?"라는 질문을 온몸으로 던진다는 것이다.


주요 테마와 모티프

각 펑크 장르는 특정한 주제와 모티프(motif)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티프'란, 흔히 듣는 '모티브(Motive)'와 헷갈릴 수 있는 단어다. 모티브는 '창작의 동기가 되는 이유'를 가리키는 단어고, 모티프는 '창작의 중심이 되는 상징적 개념'을 가리킨다. 비슷할 수 있지만 엄밀히 다른 개념이다.

 

스팀펑크 장르에서는 발견과 탐험, 인간의 창의성을 강조한다...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라는 건 확실히 이해가 간다. 내가 주목하고자 했던 펑크의 의미도 여기에 있으니까. 

 

사실 스팀펑크는 유독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인간의 힘'에서 '기계의 힘'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데서 다른 장르와는 차별화되는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게 아닐까 싶다.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자면,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는 '기술에 의한 인간 소외'가 비판하고자 하는 포인트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디젤펑크 장르는 증기기관에서 화석 연료로 바뀌는 시점을 짚어낸다. 각종 기계의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에서 이 역시 '혁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기계에서 또 다른 기계로 대체된 느낌이라 스팀펑크보다는 울림이 덜하지 않나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디젤펑크 시대는 전쟁, 권력,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이 주요 모티프라고 한다. 왜 그런고 해서 살펴보니, 이 시기가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시기와 맞물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대결로 요약된다.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개념이 디젤펑크의 모티프로 다뤄지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역사적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사이버펑크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은 정체성, 자율성, 그리고 기술과 인간의 경계다. 이 부분은 실제 역사를 벗어난 미래의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썰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야호)

 

인간 주도의 사회가 기계 주도의 사회로 바뀐 지점을 때린 것이 스팀펑크라면, 기술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지점을 때린 것이 사이버펑크가 아닐까 싶다. 기술에 의한 인간 소외를 넘어서, 아예 기술에 의한 인간 지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과격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한 세상을 보라.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지난 글들을 통해 페이퍼 펑크와 라인 펑크라는 이름으로 상상력을 가동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즉, 사이버펑크는 기술과 인간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이런 세상이 과연 이상적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펑크에 의한 문화적 영향

평소보다 좀 길게 썼더니 슬슬 지친다. 분명 서론에서 글이 제대로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썰 푸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 (ㅇㅈㄹ) 그래도 피곤하니까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야겠다.

 

펑크 장르는 영화, 문학,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앞에서 말했듯, 그 장르를 눈으로 딱 보고 구분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되다 보니, 특정 작품을 거론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위에 스크린샷 박아넣었던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가 스팀펑크 느낌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건 안다. 다만, 디자인 요소를 차용했을 뿐, 실제로 스팀펑크 장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 <셜록 홈즈>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봤으니, 그 또한 스팀펑크 장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시대적 배경만 비슷할 뿐 실제로 스팀펑크의 특징적 요소들은 두드러지지 않았으니 이 역시 스팀펑크가 아니라고 한다. (이러니 내가 구분을 못하지...) 물론 드라마 말고 코난 도일의 소설 원작 이야기다.

 

게임 쪽에서 일하던 시기에는 한 선배가 명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던 <바이오쇼크> 시리즈가 스팀펑크 장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더 넓게 보면 디젤펑크에 가깝다는 설명을 봤다. 약간 두 시대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러니 내가 구분을 못하지 2)

 

사이버펑크는 과거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돌직구적 작명이 돋보이던 작품이 하나 기억나긴 하는데, 초반에 티저를 공개했을 때만큼 반향이 크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따지면 <터미네이터>도 셋 중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려나...?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어쨌든 내 기준에서는 그리 중요한 포인트는 아닌 것 같으니 이 정도만 쓰련다. 슬슬 피곤해서 침대에 처박혀 책이나 읽으러 가야겠다.

 

 

사이버펑크는 대략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 / 이미지 출처 : cyberpunk.net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