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펑크 사회의 핵심은 '유선 통신 인프라'다. 기록 사회 때는 '신뢰할 수 있는 기록물'이라는 포인트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히 그런 건 없다. 무선 통신의 혜택을 크게 누리고 있는 입장이면서 유선 인프라 역시 잘 사용하고 있지만, 딱히 어느 한쪽이 더 우수하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유선 통신이 무선에 비해 갖는 장점은 있다. 신호 품질이 더 좋고, 속도가 더 빠르며, 보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배터리 문제도 상관없고. 하지만 이 모든 게 일반 개인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 역시도 2G, 3G 시대와 비교해야 의미가 있을 듯하다.
고로, 라인 펑크라는 아이디어의 핵심은, 무선 통신의 속도가 아직 느렸던 시대에서 출발한다. 그 시대에 무선 통신 대신 유선 통신의 고도화를 택했다면 어떤 세상이 도래했을까? 그런 세상의 생활상을 빈약한 상상력으로나마 그려보기로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
사실 지금 세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거의 없다. 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덕분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쉽게 온라인 환경에 접속할 수 있다.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제한이 거의 없고,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닌다고 해도 대부분의 공간에서 온라인 접근이 가능하다.
유선 통신이 주류를 이뤘다면, 이 부분에서는 분명 제한이 생긴다.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확실히 점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익숙해진 생활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해볼 필요가 있다.
길거리에서는 온라인 접속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전화도 불가능해진다. 외부에 나와있는 시간은 완전히 '오프라인의 삶'이 되는 것이다. 유선 통신 인프라가 지금보다 확대될 거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아이디어로는 일반 길거리에까지 연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생활상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 아이디어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삶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온라인에서의 삶과 오프라인의 삶이 명확하게 달라질 거라는 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안개처럼 흐릿한 생각들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지금의 삶과 별개로 분리해서 표현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당장 하나 떠오른 아이디어(?)는... 적어도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온라인 가능 공간' 확대
길거리에서 온라인 접속이 불가능해지므로, 오히려 '공간 내에서의 유선 환경'이 확대될 것이다. 이 부분은 비교적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냥 와이파이존의 유선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테니까.
다만, 와이파이존에 비하면 생김새는 크게 다를 것이다. 곳곳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아, 사람들이 어떤 단말기(무선 통신은 되지 않는)를 가지고 다닌다면, 그것을 유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접속 케이블이 주렁주렁 설치된 공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카페 테이블에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선들이 공용 충전기마냥 설치돼 있는 모습이랄까.
핵심은, 유선으로 연결되는 고성능의 장비들이 더 많은 곳에 설치될 거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PC방에 국한돼 있는 공용 컴퓨터를 더 많은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컴퓨터가 아닌 다양한 키오스크 형태의 디바이스들이 공공장소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에 설치될 수도 있다.
장소도, 구체적인 디바이스의 형태도, 상상하기 나름일 것이다. 만약 지금의 카페처럼 '사람들이 만나기 위한 공간'이라면 PC방처럼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또 모르지... 일부러 '인트라넷'만 운영하는 공간을 구축해,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하드웨어 발달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사례는 하드웨어의 발달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공용 하드웨어는 물론, 개인용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공용 하드웨어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대로, 인터넷 속도가 빠른 카페, 혹은 그래픽 사양이 좋은 PC방을 찾아다니던 것과 비슷하다.
개인용 하드웨어 쪽이 좀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최근 문물 중에 골라보자면, E-book 리더기를 들 수 있겠다. 온라인 환경에서 미리 책을 다운로드 받아두고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전자잉크 기술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유선 통신 중심의 사회에서는 각광받을 만한 분야라고 본다.
한편, 과거 MP3 플레이어가 성행하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개인용 하드웨어'라는 걸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는 기기의 용량이 꽤 중요한 지표였다. 용량이 클수록 더 많은 곡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무선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충분히 많은 곡을 미리 담아두고 골라서 듣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메모리 뿐만 아니라 프로세서 면에서의 발전도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유선 인프라가 연결된 곳에서 쓸 수 있는 컴퓨터와 같은 장비도, 유선으로 연결했다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들도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스마트폰과 유사한 통합형 디바이스는 등장할 거라 본다. 단지 유선 연결이 안 되면 전화와 인터넷이 안 되는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용' 기기가 된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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